[공감신문] 원은혜 칼럼니스트=달력이 표시하는 숫자는 12월 이지만 상해 나무들은 여전히 초록초록 하다. 나는 무언가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사람을 관찰하는 일을 가장 재밌어 한다. 오늘은 갑자기 선물처럼 주어진 잉여시간이 생겨 본격적인 관찰에 나섰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찾는 상해의 WEST BUND ART CENTER는 국제도시 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모도 화가의 국적도 다양하고, 특색있는 전시들이 많이 열린다 길거리의 사람들, 신호등의 모양새(나라마다 다름으로 의외로 보는 재미가 쏠쏠함) 계절의 냄새와 사람들의 표정, 제스츄어... 커피를 하나 사서 먼저 이렇게 주변환경을 천천히 음미한다 커피를 다 마시면 마치 예배당 에라도 들어가는 마음으로 갤러리에 입장한다 나로 하여금 경건해지고 사색하게 해주는 장소다.

나는 대학생 당시 전시장이나 각종 예술영화와 책들을 보며 하루를 온전히 쓰는 일을 취미로 삼았는데 광화문 교보에 가서 피나바우쉬를 읽고 서대문으로 넘어와 영국문화원에서 오래된 영화를 한편 보고 시청 정동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 전통예술극장 공연을 보는 식이었다.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되듯이 멋진 그림이나 그 공간 작품들을 오감을 열어 주기적으로 흡수하다 보면 우리의 영혼도 건강하고 멋진사람으로 나이 들어가지 않겠는가.

오늘은 총 일곱개의 전시를 봤다 집으로 돌오는 길 로부터 며칠간 아른아른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딱 하나 있었다.

‘인연’을 맺다 라는 이미지 컨셉

그 규모 자체에서 주는 웅장함 과 폭팔력, 사진으로 착각 할 정도의 리얼한 묘사 그리고 부직포 재질의 천 위에만 그림을 그린다는 특이성... 어떻게든나는 이 화가를 만나보고 대화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졌고... 운명처럼 그를 만났다.

그림의 웅장함과 달리 화가는 작고 어딘가 매끈한 느낌이여서 남자가 좀 예쁘네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지 싶었다.

'천 위에 그림 그리는 남자' 다시말하면 ‘한번 그은 선을 바꿀 없다’는 것, 지우거나 유화처럼 덧칠 할 수 없다는것 . 치밀한 계산과 과감함이 없이는 그릴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됐다 게다가 그림의 99% 4B연필로 그려졌다 이 전시를 준비하는 4년이, 시간과 체력의 싸움 정신력의 싸움 이었을 것이다. 대화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내 그림을 좋아해주는 것은 정말 기쁘지만 판매로 이어질 때, 사실은 많이 슬프기도 하다고.

 “딸 자식 시집 보내는 것 같다”고 한 말이다.

요즘처럼 빠른세상 돈이 가치와 밸류를 말하는 세상에 이런 진짜 예술가가 몇이나 될까?!

작가와함께
작가와함께

오늘도 이렇게 멋진 인연을 만났고 그 ?分들을 내 손으로 한땀한땀 땋아 간다는 점에 또 한번 기쁘고 감사한 오늘이다 이 힘찬 그림의 기운을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어느 날 그의 작품전을 서울이나 제주 어느 멋진곳에서 우리가 함께 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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