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차의료 ‘호담당의사제도’, 다양한 ‘한의약재’ 등...한국 기술력 융합해 남북 보건의료교류 기대

28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남북 보건의료협력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중이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북한은 1차 의료 대부분을 한국의 한의학인 ‘고려의학’이 담당하고 있으며, 다양한 한의약재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한의학의 국제화 및 현대화 등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호혜적인 남북 보건의료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고 있다.

28일 국회 도서관에서 북한의 ‘고려의학’과 남한의 한의학의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송영길·오제세·기동민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주관한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려의학에 기초한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살펴보고, 남북의 한의학 교류·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신희용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장이 발제를 진행 중이다. / 서지민 기자

신희용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장은 북한 보건의료체계는 예방의학과 ‘호담당 의사제도’에 기반하고 있다. 호담당 의사제도는 주민들을 구역별로 나눠서 각 구역별 담당 의사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제도다. 의사 1명당 5~8개 인민반 담당이고, 1개 인민반은 20~40가구로 구성돼 있다.

북한의 호담당 의사제도는 한국 의료체계에 따르면 1차의료 기관인 의원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1차의료부터 대학병원까지 모든 단계에서 양의학이 중심이라면, 북한은 1차의료인 호담당 의사제도에서 고려의학을 중심으로 한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국 의료체계는 국가주도, 1차의료가 배제되고 병원의료 중심”이라면서 “호담당 제도는 지역사회, 1차의료 중심이다. 이런 점은 남쪽에서 부족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추후 보건의료시스템을 통일시켜나갈 때, 우리의 시스템을 북한에 이식하는 것이 아닌 각자 가진 장점을 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고려의학은 상당 수준 발달돼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지은 한의원 원장은 북한에서 고려의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다시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해방 이후 북한은 민족의학·전통의학에 관심이 많았다. 양의학과 민족의학을 두 축으로 키웠다. 그래서 경제난 등을 겪고 2000년대부터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진 후, 그 자리를 고려의학이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8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남북 보건의료협력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 모습. / 서지민 기자

북한 의료법에서는 ‘전통의학인 고려의학과 신의학(양의학)을 배합해 발전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인민보건법에서는 ‘우수한 고려치료방법을 현대의학적 진단에 기초해 널리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고려의학의 상업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9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350년 역사의 약방기업인 동인당을 직접 방문하면서, 전통 약초의 상품화를 활용한 민간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고려약을 만들어 중국, 동남아 등에 수출했지만, 납·수은 등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제품 판매가 금지됐다.

이에 최 협회장은 “북한은 질 좋은 땅과 한약재 생산의 경험도 있지만, 국제 기준치를 맞출 기술력이 부족하다. 한편 한국은 국제의약품기준(CGMP) 기준을 갖출 수 있는 기술력과 스마트농법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쪽이 가진 임상데이터와 한국의 기술력이 만나면 보건의료제도에 있어 상호호혜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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