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입증 못하면 해임사유"...KT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 공개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정·관·군·경 로비사단으로 운용됐던 KT 경영고문의 위촉이 황창규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비례대표)은 25일 경영고문 명단에 이어,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경영고문 운영지침’(이하 운영지침)을 공개했다.

위촉계약서가 작성된 날짜는 2014년 11월 1일이다. 제1조에서 '고문으로서 회사의 업무운영에 관한 자문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

이철희 의원은 "계약서에 해당 고문의 이름은 가려져 있지만, 계약일과 월 자문료로 미루어봤을 때 홍문종 의원 특보출신인 이모 고문과의 계약서로 보인다. 비밀유지의무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운영지침은 KT 경영고문의 역할과 처우를 규정하는 내규로 판단된다. '2015년 1월 21일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서 운영지침의 제정이 2014~5년 연말연초에 이뤄졌으며, 이는 그 해 있을 경영고문의 대거 위촉이 잘 짜여진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경영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은 회장에 있다'(제5조), '고문의 최종 위촉여부는 회장이 결정'(제7조)에서 보면, 경영고문 ‘위촉’이 회장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이 의원은 "운영지침대로라면 회장은 경영고문으로 누구든지, 별다른 비용과 기간의 제한 없이 위촉할 수 있다. 심지어 '복리후생 기준은 회장이 별도로 정한다'(제14조),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회장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17조)와 같이 경영고문 ‘운영’도 회장의 전권인 듯 보인다. 사실상 회장 개인을 위한 자리에 약 20억에 달하는 회사 돈을 써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고문의 역할을 '경영현안 및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자문이나 회사가 요청하는 과제를 수행'으로 최대한 모호하게 규정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외부기관의 인적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제12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즉 KT가 처음부터 경영고문을 ‘로비 수단’이자, ‘로비 대가’용 자리로 마련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고문 중에는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공직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시절 방통위 국장을 지내고 공직유관단체 근무 이력이 있는 차모 씨의 경우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았다. 

운영지침 제8조는 결격사유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하여 관련 사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자'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격이 없는 자를 채용한 것"이라며 "경영고문이 애당초 회사 내규와는 상관없이 회장 임의대로 운영됐고, 운영지침은 채용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

그는 "민간 기업 KT가 내규로 경영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 이는 형사적 처벌 뿐만 아니라 KT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된다는 의미다"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황 회장이 위촉한 소위 ‘경영고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이 KT의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활동내용이나 실적에 대해 증빙조차 못하는 이들에게 수십억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KT 감사와 이사회가 제대로 감독을 해왔는지 주주총회에 보고는 있었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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