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는 나머지가 아니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세상의 보물이다

[공감신문 신도연칼럼] 어느 해외 매체를 접하다 한 여인의 기사를 접했다. 중년의 여인은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떼어내서라도 아들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미 실패라는 쓴 경험을 하고 잃을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삼십대 중반의 아들이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성애는 아들을 위해 스스로를 버린는 헌신의 마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성애는 다 같은 모양이다.

2월 한 졸업식에 참석했다 보기 드문 광경을 경험했다. 온 가족이 모여 졸업을 축하던 예전의 졸업식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 모습을 보며 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정작 졸업식의 주인공이 되어야할 곳에 주인공은 없었고 휑한 추위만 멤돌고 있는 그 졸업식장. 형식만 있고 의미가 없는 졸업식. 그냥 통과의례의 형식적 모습에 정작 졸업식에 졸업은 없었다.

<사진출처: 취업뽀개기>

대학 졸업은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을 하고 사회를 경험하는 떨리고 설레이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상아탑의 학문과 지성과 소양을 마음껏 스스로의 꿈을 위해 펼치기 위한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늘진 졸업생의 모습에 가족들 역시 착잡한 심경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뒷바라진 부모님의 모습에 웃음보다는 짓눌린 주름이 부각되고 졸업이라는 안도의 한숨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들이었다. 빛나는 사각모의 아름다움보다 그들이 가진 마음의 부담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자식을 위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런 존재가 부모다. 태어나자 마자 자식을 위해 모유를 먹이고 좋은 이름을 지어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헌신하고 좋은 학군을 위해 집을 줄여 이사를 가고 과외와 함께 더 먹이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모습. 자식이 가는 대학이 평생을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해라기 보다 자식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입시전쟁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등록금을 걱정해야 한다. 막막한 현실이지만 대학이 졸업을 하면 좋은 곳에 취직할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쌓이는 대학 학자금 대출이 무서운걸 알면서도.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청년 백수들을 지칭하는 말이 많기도 하다. 이십대의 구할이 백수라는 이구백,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된다는 졸백, 취업을 포기하고 사는 니트족 등 청년들을 지칭하는 좋지 않은 신조어가 생겨나기만 하지 좋은 말로 바뀌지가 않는다.

휴~~~너도 나도 답답한 봄이다. 입춘도 지나고 경칩고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찬바람이 불지만 어김없이 봄을 올 것이다. 세상에는 꽃이 필것이고 혹독했던 추위도 언제 그랬냐는 듯 봄바람으로 바뀔 것이다. 봄은 겨우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을 만든다. 그러기에 어떠한 고통도 절망도 이겨내야 한다. 인간의 의지는 세상의 어떤 것 보다 강하다.

얼마전 읽은 잉여라는 수식어. 젊은 여성이 쓴 글에서 작지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없이 보낸 이력서가 휴지가 되고 누군가 불러주는 곳이 없었지만 그런 젊은 잉여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에서 아직 살만한 세상임을 느꼈다. 울었다. 그녀의 속삭이는 듯한 조심스러운 응원에 필자 또한 잉여에서 시작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숱한 좌절이 있었기에.

<사진출처: 취업뽀개기>

잉여(剩餘)는 나머지라는 뜻이다. 나머지 즉 다 쓰고 남은 것을 말하지만 잉여는 포기와 패배로 얼룩진 부정의 의미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아직 발견 되지 않은 제도속에 있지 않은 보물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자원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자원 청춘의 꽃. 취업이라는 한파와 같은 시베리아 찬바람을 이기도 그들이 꿔온 꿈의 봄. 그런 미래가 있기에 겨울 희생하는 봄의 꽃으로 비유하고 싶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하다. 이 땅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싹을 틔우는 봄 꽃이야 말로 봄의 생명이며 세상의 희망이다.

웃음 꽃 만발한 세상을 보고 싶다. 아직 웃지 못한 그들의 마음에 봄을 주고 싶다. 내가 봄의 길목에서 좌절했던 그 인고의 시간을 발판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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