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역사·문화·가치관 한 곳에, 세계 각국의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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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역사·문화·가치관 한 곳에, 세계 각국의 지폐
  • 유안나 기자
  • 승인 2019.03.29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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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생활부터 국제 관계,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문화를 상징하는 '지폐'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는 한 곳에 표현될 수 있을까? 만약 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가’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지만, ‘지폐’를 살펴보면 그 나라의 가치관을 가늠할 수 있다. 

돈의 일부를 담당하는 지폐는 종이로 만든 화폐이며,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해진 지폐를 꺼내는 게 이제는 일상일 정도로, 지폐는 경제적 가치의 상징을 넘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개개인의 생활은 물론 집단과 국가, 나아가 국제 관계도 이어주고 있는 지폐.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끝이 없지만 그 속에는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담고 있다. 

끊임없이 역사로 남고 있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지폐는 어떤 의미와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 다양한 화폐 

각 나라의 지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과 인물이 새겨져 있다. 

유럽 대륙 서북쪽에 있는 영국의 파운드화 앞면에는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뒷면에는 제임스 와트, 제인 오스틴 등 유명인들이 담겨 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인물을 담은 나라도 있다. 바로 뉴질랜드다.

뉴질랜드 5달러 앞면 표지에는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폐'로 꼽히는 스위스 지폐 / wikimedia commons

지폐에 상징적인 인물을 넣을 때는 현재 재위중인 군주를 제외하고, 사망한 위인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힐러리가 이 관례를 깬 것이다. 실제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힐러리 초상을 지폐에 넣기 위해 그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지폐에는 각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예술도 담겨 있다. 

그림 '절규'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 뭉크. 그는 노르웨이의 화폐 1000크로네(우리돈 약 13만원)에 새겨져있다. 노르웨이 국민들이 이 화가와 예술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위스는 지폐에 예술가를 포함시켰다. 총 6가지의 스위스 지폐에 조각가와 건축가, 현대음악 작곡가, 소설가, 문화사학자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인물을 넣은 것. 

스위스는 예술가로 지폐를 채운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화폐전문가들은 스위스 화폐인 프랑이 색감, 인물 구현방식 등 예술적 표현기법이 위조방지 기술로도 활용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각 나라의 지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과 인물을 담고 있다. / freepik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통화단위, 미국의 달러는 어떨까?

미국 지폐에 그려진 인물은 조지 워싱턴, 링컨, 토머스 제퍼슨, 앤드루 잭슨, 율리시스 그랜트 등 대통령의 및 정치가의 얼굴이 대표적이며, 대통령이 아닌 인물은 알렉산더 해밀턴과 벤저민 프랭클린 두 사람뿐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는 그 나라의 자랑스러운 예술 작품 및 인물을 새기고 있다. 특히, 인물 초상은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꼭 인물이여야만 할까?

이유는 물론 있다. 인물을 화폐에 담으면, 인물의 업적만큼 화폐의 품위·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위조·변조 방지를 막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지폐의 배경

우리나라의 경우 1000원 퇴계 이황, 5000원 율곡 이이, 1만원 세종대왕 5만원 신사임당이 각각 담겨 있다. 각 지폐의 앞면과 뒷면에 있는 그림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우선 1000원권은 조선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교육자·화가·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의 초상이 당당히 자리잡았다. 

지폐 앞면에는 퇴계 이황과 함께, 퇴계 이황과 유생들이 공부하던 성균관 명륜당, 퇴계 이황이 생전에 아꼈던 나무 매화가 장식하고 있다.

뒷면에는 겸재 정선의 작품, '계상정거도'가 있다. 이는 퇴계 이황이 생전에 머무른 도산 서당(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계상 정거'는 '모든 권좌에서 물러나 시냇물 흐르는 곳에 자리잡고 고요하게 산다'는 뜻으로, 그림을 보면 강이 흐르고 뒤의 산이 둘러 싸인 배산임수의 풍경이다.  

5000원의 초상화는 실효를 강조하고 철학사상과 조선사회의 제도 개혁을 주장한 학자, 율곡 이이가 담겨 있다. 바로 뒷로 돌리면,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작품 ‘초충도’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1000원 퇴계 이황, 5000원 율곡 이이, 1만원 세종대왕, 5만원 신사임당이 담겨 있다./ freepik

만원권 앞에는 우리가 잘 아는 세종대왕의 초상이 있으며, 그 뒤로는 '일월오봉도' 배경이 펼쳐져 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임금이 있는 곳에 항상 뒤에 존재하던 병풍이다. 이름 그래도 달과 해, 다섯개의 산봉우리와 물이 일정한 구도로 배치돼 있으며, 왕권을 상징하고,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만원권 뒷면에는 혼천시계, 천문대 망원경 같은 도안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오만원권의 앞면은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함께, 신사임당의 작품인 묵포도, 초충도 수병 가지가 등장한다.

오만원권 앞면에 신사임당의 작품이 있다면, 뒷면에는 그의 작품이 아닌 어몽룡의 월매도가 있다. 그런데 왜 5만원권의 뒷면에는 다른 지폐와 달리 신사임당의 작품이 담기지 않은걸까?

신사임당의 그림은 이미 율곡이이가 담긴 5000원권 뒷면에 들어가 있으며, 다양성을 위해 동시대 화가 어몽룡의 그림이 선정됐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 지폐의 변화, 그리고 이색 지폐 

역사적 배경을 담는 지폐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권, 디자인 등 분야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양성평등 및 인권이다. 

지난 2016년 4월 20일 미국 재무부는 그동안 지폐 모델은 남성이 자리잡아온 데 이어 흑인 여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 화폐에서 흑인이 처음 등장하는 것이다. 

호주는 시각장애인도 지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 표기 지폐를 유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20달러 지폐 속 인물은 제 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에서 해리엇 터브먼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로 변경된다. 미국은 오는 2020년, 여성참정권 보장 100년 기념으로 최종 도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2017년 새로 발행할 10파운드 지폐 모델을 18세기 수학가이자 천문학자인 메리 서머빌로 선정했으며, 앞서 언급한 영국은 2017년 10파운드 지폐 모델을 여왕 외 처음으로 작가 제인 오스틴을 넣었다. 

호주의 경우, 유통하고 있는 총 5종 지폐에 모두 여성을 포함시켰다. 앞면에 여성이 있다면 뒷면엔 남성, 앞면이 남성이면 뒷면에는 여성의 인물을 넣어 조화를 이룬 것. 

이 뿐만 아니라 호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 지폐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3년전, 시각장애인인 한 소년의 진심 어린 호소는 호주 중앙은행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로 인해 호주는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폐를 유통하고 있다. 해당 지폐는 위아래 모서리에 돌출부가 있으며, 시각장애인도 구별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아프리카 서식동물이 있고, 위조를 막는 홀로그램 지폐 등 과거에 비해 지폐도 꾸준히 발전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그 나라의 지폐에 먼저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물론 상대 국가를 알기 위해선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더 많다. 오늘 한 번 여행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다른 나라의 지폐, 주머니 속 넣어뒀던 우리 지폐를 꺼내 지폐의 앞면과 뒷면을 유심히 살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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