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과 산업혁명 유감, 3차 산업혁명의 실종은 정상적인가, 유행도 좋지만 기초 체력을 다지자

신동한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이번 대선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의 대표 선수로 차출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후보들의 10대 공약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비중 있는 항목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란 뭘까?

“4차 산업혁명의 ‘실체’는 없다. AI(인공지능), 드론,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만 있을 뿐.” 지난 20일 원광연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한 포럼에서 이렇게 일갈하며, 나름대로 ‘하이브리드(hybrid)’라고 정의를 내렸다고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데이터, 피지컬과 사이버가 결합되는 ‘하이브리드 현상’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농업과 수공업 위주의 경제에서 공업과 기계를 사용하는 제조업 위주의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을 산업화라 하고, 이런 산업화가 급격하게 일어나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온 시기를 산업혁명이라고 칭한다. 영국의 경제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1760~1840년의 영국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화했다. 일찍이 산업혁명에 성공한 서구 국가들이 오늘날까지 국제 사회를 주도하면서 사람들은 산업혁명의 과정에 앞장서든지 최소한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정서를 갖게 되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수공업에서 기계공업으로의 전환, 석탄과 제철업의 발달, 증기기관과 공장제 시스템의 확산이 사회를 변화시켰다. 방적공업으로 대표되는 이 시기의 산업혁명을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철도의 건설은 노동력과 재화의 이동을 손쉽게 했으며, 인쇄술의 발달은 노동력의 질을 높여주었다.

산업화가 본 궤도에 오른 나라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또 한번 질적인 도약을 한다. 화석연료의 총아 석유가 개발되고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해 나갔다. 석탄에서 탄화수소화합물을 추출해 유용한 재료와 물건을 만드는 화학산업도 석유의 합류로 탄력을 받았다. 전기의 이용은 공장의 동력을 강화하고 통신의 발달을 이끌어 지구촌은 더욱 가까워졌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중앙집중형 관리 체제가 선진 산업국가의 표상이 된 이 시기를 2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20세기는 1·2차 산업혁명을 거친 서양 선진국들에 의해 산업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시기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주도권은 유럽에서 북미로 넘어갔지만 모든 나라들이 세계 시장경제체제에 편입되며 후발 산업국 또는 신흥공업국 대열에 뛰어들었다. 산업화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완수해야 과정이 되었고 중앙집중형 규모의 경제가 전반적인 사회 체제를 규정하였다.

하지만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지향하는 산업사회는 20세기 말 기후변화라는 치명적 복병을 맞이하였다. 19세기 중반 개발을 시작한 석유는 불과 150년 사이에 경제성 있는 자원의 절반을 퍼올렸다. 이제 증가하는 석유 소비를 감당하는 건 점점 깊어지는 심해석유와 셰일오일과 같은 비전통 석유다. 게다가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여 온 지구촌이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매년 머리를 맞대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비용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촌의 해법은 에너지 체제를 풍력과 태양에너지 등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해온 나라들은 모두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에 앞장 선 나라들이다. 1차에너지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덴마크는 이미 30%, 에너지 소비가 많은 독일도 12%를 넘어섰다.

그런데 재생가능에너지는 세계 모든 나라에 고르게 주어지는 대신 소규모로 주어지고 따라서 생산이 분산적으로 불규칙하게 이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단점에도 재생가능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 체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건 정보통신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과 개인이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는 이런 소규모 분산적 에너지 생산이 소비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모든 건물은 에너지 소비자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미니 발전소로 전환하고 스마트그리드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이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와 정보통신산업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제레미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였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이 변화하는 것은 1·2차 산업혁명 이후 사회를 주도해온 중앙집중형 관리와 규모의 경제에서 분권과 협업이 중시되는 다원화된 사회 체제로 이끈다는 것이 리프킨의 예측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주요 의제로 선정하면서 산업혁명의 차수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3차 산업혁명을 반도체와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을 통한 정보 기술 시대로 규정하고, 4차 산업혁명은 정보 기술 시대가 ‘초연결성’, ‘초지능화’의 특성을 가지고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아직 ‘실체는 없고 키워드만 있다’는 원광연 교수의 지적은 경청할만하다.

4차 산업혁명이 국제 무대에 등장한 뒤 불과 1년 후에 치러지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경제 분야 핵심 용어로 등장한 것은 그 동안 우리 산업이 반도체 등 전자산업과 정보통신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에서도 뒤처지지 말자는 산업계와 일반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을 대선 후보들이 놓치지 않은 때문이다.

하여 문재인 후보는 ‘혁신적 4차 산업 경제 생태계 구축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 안철수 후보는 ‘학제개편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창의인재 양성’, 홍준표 후보는 ‘정보과학기술부 신설, 4차 산업혁명 관련 창업 활성화’, 심상성 후보도 ‘AI·4차 산업혁명 대응 대통령 직속 위원회 신설, 전문인력 양성’ 등 모든 후보들이 경제 공약의 중요한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다.

재미 있는 건 문재인 후보의 경우 각론으로 들어가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 기술 분야 적극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 중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3D프린팅 등은 3차 산업혁명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이다. 본래 3차 산업혁명도 재생가능에너지와 정보통신산업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현재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키워드 중에는 3차, 4차 산업혁명 양쪽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다수 있다. 따라서 모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만을 언급하는 이번 대선에서 아직 미완의 3차 산업 키워드들이 혼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쨌든 3차 산업혁명이든 4차 산업혁명이든 아직 진행 중인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정책만큼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차 에너지원의 96% 이상을 수입하는 에너지 소비대국 대한민국에서 어느 분야 못지 않게 시급히 대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할 분야이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삼중이다. 첫째,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이다. 1차 에너지원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덴마크만큼(30%)만 높여도 에너지 수입액 중 연간 50조원을 국내에서 돌릴 수 있다. 둘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가능하게 해준다. 현재 정부는 2030년 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 중 11.3%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생돈을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재생가능에너지다. 셋째, 재생가능에너지는 국내에서 완결되는 에너지 생산의 생태계를 만든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수익은 소비자와 지역 공동체에 귀속되며 지역 고용을 늘려준다.

며칠 남지 않은 대선, 후보들이 유행만 좇지 말고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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