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이 아닌 일상적 감염병위기대응체계 갖추어야

▲ 최동익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지난 10월 25일, 152번째 메르스 환자가 폐이식까지 받아가며 치료해왔으나 결국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함에 따라 107일 만에 메르스 사망자는 37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4명의 환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투병을 계속하고 있다.
  총 186명의 확진자와 1만6천명이 넘는 격리자, 그리고 약 6조원의 사회경제적 손실. 이렇게 우리는 메르스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지만, 뒤늦게나마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며 정부는 더 철저하게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10월 12일, 80번째 환자가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한지 열흘 만에 다시 격리되면서 또다시 보건당국은 감염병 부실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보건복지부가 야심차게 국가방역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2개월도 안된 시기였다.
  정부는 곧바로 환자의 바이러스 감염력은 희박하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감염확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정부가 호되게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80번째 환자는 림프종을 앓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되었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쉽게 소멸되지 않아 계속 확진판정이 번복되었으며 넉 달간의 장기입원 끝에 결국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하게 된 전례없는 희귀사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특수한 케이스다.
  아직까지 신종감염병인 메르스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만큼 이 환자에 대해서만큼은 더 철저한 감시와 추후관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럼에도 80번째 환자의 퇴원과 재입원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먼저 퇴원과정을 살펴보자.
  환자는 장장 116일 동안 매일 2가지 진단시약을 사용하여 확진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메르스 창궐 당시 실제로 사용된 시약은 총 5종. 이 모두 식약처 허가없이 사용되어 그 당시에도 정확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면 80번째 환자의 검사결과오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종류의 시약 사용을 고려해볼만 하지 않은가?
  또한 림프종이라는 기저질환에다가 장시간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은 특수상황임에도 단순히 24시간 간격 2회 음성판정이라는 일반적인 WHO기준에 따라 쉽게 퇴원을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보건당국이 전혀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퇴원 후 관리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80번째 환자는 퇴원 후 메르스 의심증상이 나타났음에도 특별한 조치없이 구급차를 타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했으며 이로 인해 구급대원 및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 백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 전에도 수혈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부가 환자를 퇴원시키기에 급급해 퇴원교육 및 추후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추측케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0월 12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엄격히 관리하였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관리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환자가 메르스 병력을 밝혔음에도 안일하게 대응했던 병원에 대해서 오히려 재발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두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도대체 정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메르스로 인해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값비싼 교훈을 벌써 망각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감염병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공격해올지 예측할 수 없기에 군대와 같이 항상 대비하는 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평상시에도 전쟁을 대비하여 매일 훈련받는 군인처럼, 정부는 일상적 위기대응체계를 갖추고 유사시 관련기관이 언제든지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매번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해당 상황만 모면하려는 태도가 아닌, 보건복지부의 슬로건처럼 ‘힘이 되는 평생 친구’로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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