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어떤 사물의 경치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화가의 화폭 그대로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갤러리들의 감흥을 이끌어내기에는 왠지 역부족이다. 때문에 화폭을 액자라는 틀에 끼워서 전시하여야 그림의 가치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관람객들의 감흥이 저절로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궁궐의 전각이나 자연경치를 관람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궁궐길라잡이들은 전각의 기본적인 해설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관심 밖이었던 궁궐의 아름다운 경치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하여 관람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그 중의 하나가 낙양각을 활용하여 경치를 감상하는 방법이다.

낙양(洛陽)의 사전적 의미의 하나는 중국 허난 성에 위치한 고대국가의 옛 수도이름으로 이 때 양(陽)은 '강의 북쪽 연안'이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건축용어로서의 의미다. 당초문(“식물의 형태를 일정한 형식으로 도안화시킨 장식 무늬”)이 연속되도록 조각하는 것을 파련각(波蓮刻)이라고 하며 이러한 장식을 건물 기둥 윗부분 옆이나 창방(목조 건축물의 기둥머리에서 기둥과 기둥을 가로로 연결해주는 건축 부재) 아래쪽에 돌려 붙인 것을 낙양 또는 낙양각(落陽刻)이라고 한다. 현재 궁궐의 전각과 정자에는 건물 자체를 매우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낙양각으로 장식한 경우가 많다.

겨울애련정의 창방과 낙양각, 주련
애련정 낙양각을 통하여 본 가을 애련지와 의두합

우리 선조들은 자연 풍경을 즐기는 방법으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위의 풍경들을 낙양이 부착된 건물 액자틀 가까이 끌어 들여서 그때그때마다 차경(借景: 경치를 빌린다는 뜻, 문틀이나 창틀을 액자틀로 삼아 그 안으로 비춰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감상하는 기법)하여 경치를 즐기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그저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고 놀라울 뿐이다. 

예를 들어 애련정 정자 안과 밖에서 낙양을 활용하여 다양하게 자연의 경치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 정자 안쪽에서 낙양이 있는 창방과 두 기둥을 액자틀로 밖의 애련지와 의두합의 여름날 풍경을 화폭삼아 바라보며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또한, 정자 밖 의두합 쪽에서 애련정을 주시하면 주련과 낙양이 어우른 정자 안을 임금과 왕비가 다정히 한가로운 모습으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창덕궁 대부분의 건물에는 낙양이 있다. 인정전 내부 닫집 상단, 낙선재 누마루 하단, 빈청의 기둥과 기둥 사이, 상량정 돌기둥 상단, 주합루 입구의 어수문, 애련정 기둥 사이 희정당 현관 입구 등등이다. 창덕궁에서 주목할 만한 멋진 낙양각은 기둥 옆면에 붙어 아래쪽으로 쭈-욱 길게 뻗어내려 자태를 뽐내는 어수문과 애련정, 희정당 현관의 낙양이다. 희정당 입구 돌출 현관은 정면 두 기둥 사이 낙양각이 있고 화려한 단청과 한 가운데의 이화문장이 독특하다.

주합루 어수문 기둥 기다란 당초문 낙양(왼쪽)과 희정당 현관의 화려한 낙양각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일종의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궁궐 곳곳은 포토 존이어서 어디서든지 자신만의 낙양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인물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사진 촬영을 원한다면 낙양을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며 촬영 장소로는 낙선재 뒤편 화계 위 만월문이 가장 으뜸이다. 

비록, 미공개 지역이기는 하지만 이 문을 통하여 도피안(불교용어 태어나고 죽는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번뇌와 고통이 없는 피안의 세계로 건너간다는 뜻)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 특별히 달빛 기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출입이 허용된다. 오·유월의 꽃들이 만개하여 야간 개장이 되면 정자와 악기 연주자들의 어울림이 매우 몽환적인 경치를 만들어내며 마치 궁궐 사람들이 월궁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만월문의 문짝을 낙양 삼아 들여다본 상량정과 전각이 있는 도피안의 세계

만월문 속의 문짝을 닫고 보면 그저 담벼락이지만 문짝을 살짝 닫아 낙양 삼아 보이는 저편 돌기둥 위 정자는 ‘시원한 곳에 오른다’는 뜻의 상량정이다. 본래는 이웃 나라들과 평화롭게 잘 지내라는 의미의 평원루라고 불렀다. 문의 반대편 쪽에서 보면 마치 월궁을 보는 듯 문고리와 지붕들이 보름달 속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낙양을 활용 촬영한 낙선재 누마루와 상량정

낙선재 안으로 들어가면 돌기둥 위 누마루가 있다. 방의 위치와 비교하여 약간 높게 설치된 누마루는 습기를 차단하면서 바람의 통풍을 원활하게 하여 시원한 여름을 나기에 매우 쓸모 있는 공간이다. 머름대 아래에는 구름조각 모양의 낙양을 장식하여 신선들이 산다는 구름위의 전각임을 상징화하였다. 이러한 낙양의 장식은 누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궁궐길라잡이는 해설을 듣는 관람객들에게 낙선재로 들어서기 전 장락문 입구에서 장락문 솟을 대문을 액자틀로 내부 현판과 문짝을 낙양삼아 낙선재와 상량정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고 즐겨 보시도록 길라잡이를 즐겨한다. 이곳 낙선재 입구에서 함께 관람하러 오신 분들을 문지방에 세우고 앉은 자세에서 카메라렌즈를 약간은 위로하여 셔터를 눌러 한 컷 한다면 오래 기억되어질 추억의 사진으로 기념할 만하며 장락문과 상량정의 경치가 잘 어우러지는 최고의 사진을 오래오래 간직하였으면 한다. 

장락문의 편액은 흥선 대원군의 명필이다. 長樂(장락)의 의미는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오래 건강한 신체를 갖고서 문지방을 넘어 다니기를 염원하고 있다. 창덕궁의 후원과 전각의 경치는 계절과 상관없이 아름답다. 궁궐의 곳곳을 낙양을 활용하여 관람해 보시기를 권유 해본다. 그리고 낙양 속 저편 아름다운 도피안의 세계 속에서 평화로움과 힐링의 여유를 만끽하고 가져가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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