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새벽 두 시, 세 시. 이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아마 특정 직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근새근, 깊이 잠들어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치이며 세상이란 파도에 휩쓸렸다가 하루의 끝에 마침내 얻어낸 휴식시간이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깊어갈 수록 '잘 시간이 줄어든다'며 초조해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짙은 어둠이 깔리고, 세상이 먹먹하게 침묵해도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침대에 누워 눈만 감은 채로 뒤척이는 이들은 대체로 걱정이나 고민, 쓸데없는 잡념에 사로잡혀있을 공산이 크다.

그들의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는 것들은 연애에 관한 고민일 수도 있다. 크. 사랑이란 얼마나 말랑말랑하면서도 따가운가. 아니면 다른 현실적 문제에 대한 걱정일 수도 있다. 그건 그리 말랑말랑하지도 않으면서 되게 따갑다.

잠이 안오는 게 일정 시간을 넘어가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질 때도 있다.

아니면, 쓸데없는 잡념이라 하긴 뭐하지만, ‘내일 점심은 뭘 먹을까’부터 ‘나는 왜 존재하는가’ 등 온갖 것들을 떠올리느라 밤이 짙푸르게 깊어갈수록 잠들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얼른 자!”라 일갈할지 모른다. 대체로, 그런 호통은 그들의 다음 날 피로를 걱정하는 사려 깊은 마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모든 게 고요해진 밤은, 혼자서 생각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얘기해보고 싶다. 새벽시간은 그러라고 있는 거란 말을. 그러니, 고민과 걱정에 빠져 잠을 조금 뒤로 미루는 것도 뭐,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새벽은 우리의 생각을 한결 유연해지게 만든다. 낮에는 ‘오글거려서’ 감히 어디 말하기도 민망한 생각들을 연습장에 끼적이게 만들기도 한다. 어쩐지 평소보다 한층 더 ‘센치’해지는 것 같고, 누구도 답하지 못할 근원적인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새벽 두 시. 누구나 시인이 되는 시간.

그래서 새벽 두 시를 ‘감성타임’이라고도 말하지 않나. 그 때의 느낌을 ‘새벽 감성’이라고도 하고.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잠 못 이루는 새벽, 여러분의 감수성을 보다 유연해지게 만드는 데 도움 될 만한 음악들을 꼽아 소개해볼까 한다. 짧다란 새벽 특유의 그 느낌을 좀 더 뭉근하게 느끼고 싶다면 이 곡들을 잔잔하게 틀어두는 것도 좋겠다.

 

Cassandra Wilson의 나직하지만 깊은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 캐나다의 전설적인 가수 ‘Neil Young’의 원곡을 색다르게 리메이크했다. 도입부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여러분의 밤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 잠시만 볼륨을 높여보는 것도 좋겠다.

 

Jack Johnson은 참 다양한 매력을 지닌 가수다. 그의 어떤 곡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작은 행복감을 느끼며 듣기 좋고, 또 어떤 곡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해수욕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하면 이 곡은 제목처럼, 잠들 수 없는 밤 혼자서 이불 속을 ‘표류(Adrift)’할 때 듣기 좋다.

 

고민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더라도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 있다. 그럴 때에도 굳이 나직하고 잔잔한 노래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밤이라고 어째 다 무겁겠는가. 다소 경쾌한 이 곡은 아직 가본 적도 없는 일본 신주쿠의 밤거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바로 위에 소개한 곡이 경쾌한 새벽의 느낌이라면, 이 곡은 Gooey라는 단어 뜻 그대로 찐덕찐덕, 끈적한 느낌을 주는 밤에 어울린다. 하긴, 곡의 제목부터 곡에 사용된 악기, 음색까지 모두 연유나 꿀을 치덕치덕 발라놓은 듯한 것이 애초부터 그런 감각을 노리고 만든 곡이라 생각된다.

 

음색 깡패 Amos Lee의 이 곡은 그야말로 절절하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곡은 국내에도 ‘잘못된 만남’, ‘흔들린 우정’ 등이 있겠지만 이 곡은 그 감정선이 또 다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형제와도 같았던 친구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울며 따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곡은 제목대로 ‘지나간 날’, ‘잃어버린 친구’ 등을 돌려달라는 호소다. 무언가를 잃거나 빼앗기고 난 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위로가 돼줄 수 있는 노래다. 돌려받고 싶은 그것이 무엇이건, 돌이키기에 늦거나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라 해도 무작정 떼를 쓰고 싶을 때.

 

Cat Power의 음성에는 특유의 몽환적인 무언가가 묻어난다. 이 곡에서는, Cat Power가 지닌 그 ‘무언가’의 매력이 여실히 느껴진다. 영화 ‘마이 블루베리나이츠’의 엔딩곡으로도 수록됐던 노래며, 잔잔하고 담백한 듯 하면서도 촉촉한 감수성이 전해진다.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들으면 알 법한 이 명곡은 미국 드라마 ‘덱스터’에서도 한 차례 소개됐었다. FBI 수사관 프랭크 런디가 수사에 진척이 없자 ‘알맞은 음악’이 필요하다며 쇼팽을 언급한다. 쇼팽의 음악은 ‘완벽하다’면서. 어디, 완벽한지 아닌지 한 번 들어보자.

 

새벽 감성에 딱 어울리는 HONNE의 곡 중에는 ‘3AM’이라는 이번 주제에 적합한 곡도 있으나, 이전에 한 번 소개했으므로 이번엔 다른 곡을 소개한다. 이 곡은 딱히 애달프게 끓는 느낌도, 매달리는 느낌도 없지만 짝사랑의 정서가 연상된다. 호기로운 가사완 달리 소극적인 멜로디 때문일까?

 

Coldplay의 원곡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Kristina Train이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원곡과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전한다. 깊은 새벽, 우중충한 감정이 문득 일어날 때 듣기엔 원곡보다 이 곡이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무서운 얘기 하나 해 드리겠다. 오늘 소개한 곡들은 총 10곡, 시간으로는 40분이 조금 넘는 길이다. 만약 잠을 뒤척이다가 이 포스트를 발견하시고, 글과 함께 10곡을 모두 들으셨다면 잘 수 있는 시간이 대략 한 시간은 줄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 히히.

늦은 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다음 날 아침에 생각해보면 의외로 별 것 아닐 지 모른다.

여러분이 고민과 걱정, 때로는 울컥 터져 나온 감수성 때문에 내일 몰려올 피로조차 잊고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건 잘 안다. 그래서 서두에도 “그러라고 있는 새벽”을 운운한 것이다.

밤이 깊도록 고민했으면 충분하다. 이제 그만 눈을 감자.

잠이 안 올 수는 있다. 피곤해도 도무지 뇌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는 그 생각들. 그것들을 끙끙거리며 고민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 싶게 이해도 되고,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늦게까지 고민하진 마시길. 그런 깊은 고민 걱정도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시각으로 달리 보일 수 있다. 아마, 다들 몇 번인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은 있지만 잊고 계실 것이다.

“내일 일은 내일로!”라는 말을 그렇게 무책임한 말이라고만 볼 순 없겠다. 밤이 깊도록 생각해도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문제라면, 그 다음날 답을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푹 주무시고, 오늘, 조금 이따가 다시 만납시다.

늦은 시간까지 고민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이토록 늦은 시간까지 잠 못 드는 이유가 무엇이건간에 이제는 그만 눈꺼풀을 덮으시길 바란다. 그래야 내일도-아니, 12시가 지났다면 이젠 오늘이겠다-좋은 하루를 보내실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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