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의 축제 이야기] 어떤 위대한 일도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

 

[공감신문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머드는 물기가 있는 질척한 바다진흙으로 점토성 물질과 동식물들의 분해산물 그리고 염류 등이 퇴적되어 오랜 세월동안 지질학적, 화학적 작용과 미생물의 분해로 형성된다. 머드는 이스라엘 사해산 머드, 캐나다 콜롬비아 해안의 빙하토, 러시아 바이칼 머드, 미국 캘리포니아의 클레어 머드, 뉴질랜드의 화산 머드가 유명하다.

머드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부 수축과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탁월하고, 특히 원적외선을 방출하여 피부세포 활동을 촉진시켜 몸 속의 각종 노폐물과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어 ‘피부의 오아시스’라고 불린다.

클레오파트라의 진흙 화장, 중국의 흙 화장품인 백토분 등 예로부터 피부미용 원료로 쓰인 머드는 피부 내 유수분 밸런스 조절과 피부 진정이 요구되는 여름철에 사용하는 것이 더욱 좋다고 한다. 키르키즈스탄의 이식쿨 호숫가의 가가린 휴양소에서는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진흙치료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머드로는 경남 고성의 오색황토와 보령머드가 있다. 보령머드는 미네랄과 게르마늄 그리고 벤토라이트가 함유되어 있어 이스라엘의 사해머드보다 품질이 우수한데 이것을 홍보하기 위하여 보령머드축제가 개최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갯벌을 해수욕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은 파도에서 나온다고 한다. 바닷속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넓은 백사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보령머드축제가 개최되는 대천해수욕장은 이렇게 해서 형성되었으며 특히 백사장은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백사장이라고 한다.

서해안 갯벌에는 어류 200여종, 갑각류 250여종, 연체동물 200여종, 갯지렁이 100여종, 바닷새 100여종과 세계적 멸종위기 물새 47%가 서식하고 있으며 국토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갯벌은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며 미생물을 분해하여 10㎢의 갯벌이 10만명이 거주하는 면적의 수질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2000년에 1㎡당 2,025원이던 것이 3,919원으로 상승했다. 수산물 생산가치 1,199원, 보존가치 1,026원, 서식지 제공 904원, 수질정화가치 444원, 여가가치 174원, 재해예방가치 173원으로 남한 갯벌면적 2,489㎢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9조7,557억원이다.

▲ 보령머드축제에 참가한 한 외국인 여성이 온몸에 머드를 칠한 채 활짝 웃고 있다. /사진=강낙규

머드축제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축제지만 여러 의견 대립이 있었다.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을 지나치게 우대하여 외국인 전용 식당을 개설한다거나, 외국인에게만 축제선물을 준다든지, 지나치게 외국인에게 관대하게 대하면서 일부 수준 낮은 외국인들의 외설적이고 저질스러운 행동으로 축제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12월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 유출 때 자원봉사자들이 이듬해인 2008년 ‘휴가는 서해안으로 가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그런데 2008년 보령시에서는 머드축제행사를 북파공작원이 운영하는 단체에 맡겨 자원봉사자와 갈등을 일으켰다. 축제에 이데올로기가 개입하는 순간이다. 마치 중세에 독창적이고 자발적인 열정의 축제가 윤리적인 엄격주의에 의해 질식당하면서 축제는 죄악시되고, 해학은 교훈으로 대체되자 더 이상 사람들이 축제를 원하지 않게 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에는 일부 해수욕장의 물이 오염되어 집단 피부병이 발생했고 축제 기간이 장마 기간과 겹쳐 축제의 열기가 반감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0년의 머드축제는 달랐다. 내외국인의 차별을 줄였고 외국인들의 저속한 행위가 거의 사라졌다. 사상 논쟁 대신 다양한 변주의 놀이 축제로 발전하여 보령머드축제는 세계 3대 축제로 승화되었으며, 보령시는 세계축제협회로부터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되었다. 또한 국제축제이벤트협회(IFEA)로부터 이미지 부문과 광고 부문에서 금상, 이벤트 프로그램과 신문광고 부문에서 동상을 받는 등 4개 부문 상을 수상했다. 외국 언론에서도 “흥분이 멈추지 않는다. 축제란 이런 것이다”, “세계 3대 축제인 브라질의 리우카니발과 일본 삿포로 눈축제 그리고 독일 뮌헨 맥주축제에 버금가는 세계축제”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2011년 머드축제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개최되었다. 문화관광부에서 대표축제의 경우 3년 동안만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머드축제에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드축제를 개최한 이래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진주조개가 될 수도 있고 폐조개가 되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2011년 4월 ‘보령머드축제 조직위원회’가 설립되어 재단법인화하여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무료체험을 유료화한 것이다. 그 결과 2011년 1억5,700만원, 2012년 1억7,672만원, 2013년 3억2,632억원, 2014년 4억1,682만원, 2015년 4억4,877만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보령머드축제는 2015년부터 글로벌육성축제로 선정되면서 다시 국비를 지원받게 되어 일단 예산에 따른 어려움은 덜게 되었다.

 

세계 대표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이나 에든버러 프린지축제를 운영하는 위원회에서도 가장 힘들어하는 점이 후원금이다. 세계대표축제들의 수입금을 보면 프랑스 아비뇽연극제는 자체 수입금이 45%, 중앙정부 30%, 지방정부 2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축제는 자체수입금 70%, 연방정부 12%, 시정부외 18%,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축제는 자체수입금 67%, 중앙정부 7%, 기타 26%로 자체수입금이 평균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축제는 대부분 공연티켓을 판매해 자체수입금을 확보하는 수단이 있는 반면 베네치아 카니발의 경우 20%의 시보조금 외에는 민간 후원에 의지하고 있어 자금 문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질 변화가 누적되어 어느 시점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을 결절점이라고 한다. 자연과학에서의 예로는 물이 100도에서 수증기로 변화하고 0도에서 얼음이 되는 것을 든다면, 사회과학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처럼 사회적 모순이 계급간 대립과 갈등을 일으켜 혁명으로 나아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문화관광부와 충청남도의 지원금 문제를 해결한 머드축제는 결절점을 통과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 보령머드축제를 찾은 외국인 어린이가 수박을 입에 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낙규

독창적인 축제를 위해서는 축제의 기획자, 진행자, 참가자 모두에게 주체성이 요구된다. 축제의 기획자가 축제는 오직 자기들만을 위해서 존재 의미를 가질 뿐 다른 타자들은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에고이즘적인 자기의식에 불과하다. 거기다 축제를 끝없는 창조의 운동성으로 여기지 않고 프로그램에서부터 운영까지 전반을 축제기획사에만 맡긴다면 이는 가장 게으른 에고이즘에 빠져 결국 축제는 생동감을 잃고 말 것이다. 이것은 행정기관이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다른 층위의 이야기이다. 흥(興)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기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축제의 진행자는 잘 놀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로써 참가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개별성만 주장하면 고립주의에 빠지기 때문에 보편성도 함께 요구된다. 더 즐거운 축제를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축제를 위하여 인정투쟁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령머드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제로 인정받았다. 최근 10여년 간 여러 내적·외적인 모순들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면서 발전해왔다. 헤겔의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보는 것 같다.

외국인 우대, 외국인의 저속한 행동, 사상 논쟁, 해수욕장 수질 관리, 예산 지원 중단 사태와 체험장의 유료화 등 많은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동력을 갖추게 되었다.

현대철학의 과제는 가부장적인 거대 주체로서의 국가로부터 개별적 주체의 자유를 보존하는 것이다. 보령머드축제에서 우리는 일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제 보령머드축제는 보령시만의 축제가 아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 나아가 인류 모두의 진정한 놀이로서의 세계축제로 간직될 것이다.

 

보령머드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650만 명이 방문하는 뮌헨맥주축제를 6명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점은 좋은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세상에서 어떤 위대한 일도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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