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가을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깊어져만 가고 있다. 요즘은 아침 햇빛도 노르스름한 게, 꼭 뉘엿한 오후의 그것과 흡사해 보인다. 또, 출근길에 가로수들을 보면 푸릇한 구석은 거의 사라지고, 요맘때의 햇빛처럼 노랗게 익어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풍경은 쓸쓸해져가고, 날씨는 쌀쌀해져간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날씨는 또 어떻고? 당장 지난주만 해도, 얇은 옷을 입는 게 고통스러울 만큼 춥진 않았다. 몸을 좀 움직이면 어느새 겨땀도 났었으니까, 적어도 버틸 수는 있을 만큼의 추위였단 얘기다. 그런데 이젠 길에서 글쎄, ‘패딩’도 보인다!

날씨가 싸늘, 아니 추워져서일까, 가을을 타는 듯 감수성이 풍부해져가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옷깃을 세워 목을 파묻고, 누군가와의 대화보다는 자기 자신 안으로만 파고 들려는 이들이.

나라가 허용한 유일한 ㅁr약… 음악…★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외로운 그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건 아무래도 음악만한 게 없겠다. 길게 이어폰 줄을 늘어뜨리고 걷는 이들이 부쩍 많이 보이는 건 기자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다.

우리는 보통 좋아하는 음악을 몇 차례고 반복해서 듣는다. 심지어 어지간한 음악 재생 프로그램에는 ‘1곡 재생’이 기본 기능으로 탑재돼 있는 만큼, 우리가 사랑하는 단 한 곡의 음악을 돌리고 또 돌려서 듣는다.

모두가 익히 알고 계실 곡의 괜찮은 '커버' 버전. 지금부터 소개해드립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오늘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불후의 띵곡(명곡)’들을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 재탄생시킨 커버 버전, 그 중에서도 가을에 들으면 딱 좋을 노래들을 선정해봤다. 이어폰을 준비하시길! 여러분의 고막에 가을철 메이플시럽을 마구 발라 드릴 테니 말이다.

 

■ Creep(Radio Head) - Postmodern Jukebox

PostmodernJukebox 공식 유튜브 채널

노래 제목만 봐도 “아! 그 노래!” 하실만큼 유명한 곡인 ‘Creep’. Radio Head의 대표적인 명곡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은, 그 유명세에 걸맞게 많이도 리메이크됐다. 또, 기타로 치기에도 퍽 쉬운 축에 속하는지라 요즘 같은 개성시대에는 일반인들도 자신만의 Creep을 열창하고, 그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한다.

원곡 속 톰 요크의 목소리는 은근하게 퇴폐적인가하면, 이 커버 곡 속 Haley Reinhart의 목소리는 대놓고 섹시하다. [Billboard.com 캡쳐]

앞서도 언급했듯 이 곡은 여러 사람들에게 참 많이도 불려졌기 때문에, 검색창에 ‘Creep Cover’라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자료들이 검색된다. 이번에 소개할 버전은 그 중에서도 ‘Postmodern Jukebox(이하 PMJ)’의 커버곡이다.

Creep을 가슴 절절한 목소리의 남성이 아닌, 재즈풍 세션과 함께 끈적하고 섹시한 목소리의 여성이 부른다면? Haley Reinhart와 PMJ의 이 곡은, 우리가 이어폰이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원곡 특유의 그 무덤덤한 듯 퇴폐적인 톰 요크의 보컬과도 다르다. 또한, 울려 퍼지는 전자기타음을 대신한 재즈 쿼텟의 1900년대 음악스타일 편곡이 색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 Blackbird(Beatles) - Noah Guthrie

only1noah 공식 유튜브 채널

‘레전드 오브 레전드’, 영국 록밴드 비틀즈는 그야말로 무수히 많은 명곡들을 세계 곳곳에 흩트려놓았다. 그것도 8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활동 기간 동안에만 말이다. 20세기 음악의 역사에서 아마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비틀즈의 명곡들 중에서, ‘Blackbird’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은 폴 맥카트니가 흑인 인권운동을 지켜본 감상을 담아 만든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노래 속의 Blackbird가 흑인 소녀를 의미하며, 자유롭게 날아오르라는 응원과 격려를 담았다는 것이다.

물론 원곡도 충분히 가을철 쓸쓸한 정서에 잘 어울린다. [폴 맥카트니 공식 웹사이트 캡쳐]

Noah Guthrie가 부른 버전의 Blackbird는 폴 맥카트니가 부르는 원곡과 비슷한 다정함이 담겨있다. 하지만 서정적인 폴의 목소리와는 다른,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긁어올리는 듯한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뭐랄까, 원곡이 약간 다정한 위로 같았다면, 이 버전은 ‘으메리칸 성님’이 거칠게 어깨를 두드리며 전해주는 위로같달까? 한편, 이 버전의 음질은 그리 좋지 않은데, 오히려 그 점이 ‘아련미’를 더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 With or Without You(U2) - Boyce Avenue

boyceavenue 공식 유튜브 채널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U2의 숱한 명곡 중에서 단 하나만을 꼽으라고 한다면? 벌써부터 고민에 휩싸이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다. ‘One’? ‘Elevation’?,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 중에는 ‘Sleep Like a Baby Tonight’도 매우 만족스러웠는걸. 하지만 만약 누군가 기자에게 묻는다면, 고심 끝에 ‘With Or Without You’를 꼽을 것 같다.

U2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명곡을 꼽는 게 조금 뻔할 지 몰라도, 가사가 정말 문자 그대로 ‘죽여주니까’. 사실 이 곡의 가사는 의외로 ‘연인간의 이별’로 상황을 한정짓지 않고 있다. 보컬 ‘보노’도 가사의 의미에 대한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80년대에 발표되면서, 정말 '신물나게' 들었던 바로 그 노래의 커버곡이다. [Billboard.com 캡쳐]

하지만 Boyce Avenue가 커버한 버전의 곡을 들어보면, “아~ 이 노래는 결국 사랑 노래구나!”라고 생각하시게 될 것이다. 왜냐고? 두 남녀가 그야말로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부른 듀엣곡이니까. 목소리 좋기로는 이미 온라인에서 나름 정평이 나 있는 Boyce Avenue와 Kina Grannis가 부른 이 곡은, 어찌 보면 도리어 원곡보다 더 평범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오히려 이 쪽이 ‘뻔한’ 팝 락의 원곡이고, U2의 곡이 ‘커버곡’인 것처럼. 하지만 그 ‘뻔함’도 제법 매력적이다. “음색이 다 했다”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 La Vie En Rose(Edith Piaf) - Daniela Andrade

Daniela Andrade 공식 유튜브 채널

태초에(!)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삐아프가 부르고, 이후 ‘재즈 레전드’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고, 아무튼 참 많은 이들에 의해 불려진 이 곡은 유튜브 스타들에겐 참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다. 이 곡은 발표된 지 많은 시간이 지닌 지금까지도 온갖 방식으로의 커버가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노래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린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말 흐뭇할것만 같다. [에디트 삐아프 공식 웹사이트 캡쳐]

대부분은 이 곡을 상당히 낭만적이고 달콤하게 부른다. 마치 제목에 담긴 ‘장밋빛 인생’을 표현하려는 듯이. 그런가하면 유달리 정적이게 느껴지는 버전도 있다. Daniela Andrade의 커버곡은 거기에 더해 왜인지 모를 서글픔도 묻어난다. 분명 노래를 부르고 있는 Daniela Andrade의 표정은 수줍게 웃고 있는데 말이다.

 

■ Close To You(Carpenters) - Reneé Dominique

Reneé Dominique 공식 유튜브 채널

길거리 버스커들이 즐겨 부르는 Carpenters의 명곡, Close To You는 이미 교양공감팀이 앞선 다른 포스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꽤나 오글거리는 내용으로 해당 곡을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담백한 커버곡으로 담백하게 소개해볼까 한다.

Reneé Dominique의 이 커버곡은 자연스러움을 상당히 강조한 듯 보인다. 영상이 촬영된 곳도 어딘가의 스튜디오가 아니며, 오디오에는 바람소리가 담겨있다. 심지어 영상 중간에는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가리거나, 머리카락을 흩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처럼 태연하게 우쿠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한 거리 음악가가 부른 버전의 Close To You가 기억에 남는다면, 이 버전도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 Photograph(Ed Sheeran) - Adera Ega

Adera Ega 공식 유튜브 채널

너무 과거의 명곡들만 소개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명곡과 그 커버 버전을 알려드릴까 한다. 이번에 소개할 곡은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에드 시런의 ‘Photograph’다.

사실 이 곡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표절 논란’이라는 불명예에 휘말린 바 있다. 에드 시런은 결국 Matt Cardle의 ‘Amazing’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거액에 소송인과 합의를 했다고…

표절 논란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만은 사실이다. [에드 시런 공식 웹사이트 캡쳐]

어쨌거나 Adera Ega의 커버 버전은 원곡을 남녀 듀엣곡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사진을 통한 순간의 각인’에 대해 노래한 곡이 ‘서로를 사진으로 간직하고자하는 연인’의 연가로 탈바꿈됐다. 영상에서는 피쳐링으로 참여한 Mikha Tambayong의 곡 몰입력이 돋보인다.

 

■ 커버곡의 매력? 셀 수 없이 많아

끼와 재능 넘치는 이들이 많으면 결국 리스너 입장에서는 행복할 따름이다! [유튜브 검색]

아무리 좋은 ‘갓띵곡’들도 몇 달, 아니, 몇 년을 계속 들으면 지겨워질 만 하다. 그쯤 되면 좋아하는 곡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틀어놓고 있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라도 같은 음원을 질리도록 듣는 건 고역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곡의 '라이브 버전'을 듣기도, 아니면 ‘바로 그’ 가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부른 같은 곡을 듣기도 한다. 이런 곡들은 다른 가수가 어느 무대에선가 불렀을 수도 있고, ‘리메이크’니 ‘커버’니 하며 앨범으로 발매를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져서, 가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부른 커버곡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일반인들의 커버곡들을 듣고 있자면 참 놀랍다. 세상에 재능과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건만, 같은 곡을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 비틀고, 거기에 새로운 색을 입혀 그토록 다르게 부를 줄이야. 심지어 그게 제법 듣기 좋기까지 하다! 모르긴 몰라도, 원곡을 부른 가수들도 그들의 커버 버전을 듣고 매우 뿌듯해할 것이라 판단된다.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한 Daniela Andrade, Boyce Avenue는 커버송 영상으로 유명해지면서 앨범 발매까지 하게 된 소위 '유튜브 스타'다. [유튜브 캡쳐]

여러분이 정말 질리도록 들었을 만큼 사랑해 마지않는 ‘최애’곡은 무엇인지? 혹시, 그 곡을 이젠 달달 외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조금 지겨워지셨다면, 다양하게 변주되는 커버곡들을 찾아나서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일지 모른다. 방법도 쉽다. 그저 검색창에 그 곡의 제목, 그리고 ‘커버’라고만 덧붙여 입력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곡들 중 취향 저격에 성공한 커버 버전을 찾는다면, 그 만족감이 상당할 것이라 확신한다. 여러분이 '덕질' 할 새로운 가수를 찾게 될 지도 모를 일이고.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