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를 홀로 마시는 이유> 

차는 홀로 마시는 것을 으뜸으로 합니다
홀로 마시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 교차하는 만감이 차차 줄어듭니다그러면 맨 나중에 남는 것은 공허뿐입니다
그리고 그 공허를 다시 조이면 성찰이 생깁니다.
그 성찰을 거듭하노라면 나를 섭섭하게 했던 사람들
나를 해치려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는 마음이 생깁니다그 용서하는 마음을 이전에 지녔던 욕망과 집착과
손익과 선악에 대한 고정관념은 차차 줄어들고
드디어는 사라지게 합니다 그것은 모든 명상에 과정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차를 명상문화의 일종이라고도 하고 선의 방편이라고도 합니다
茶人들이 茶를 즐기는궁극적인 뜻이라 하겠습니다

                                        (金魯敬(1766~1840) 作)

▲ 김노경씨의 글씨

"茶人이 차를마시는 궁극적인 뜻이 무엇인가?" 묻는 초의선사의 질문에 추사 김정희의 부친인 김노경이 위의 글처럼 대답했다 합니다. 
당시 사회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차는 상류층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문화적 우월감에 가득찼던 中華人들은 주변의 타 민족들을 東夷, 西戎, 南蠻, 北狄이라하여 모두 오랑캐라 칭했습니다. 오랑캐란 ‘王化를 입지 못한 미개한 족속’이란 뜻으로, 한마디로 쇼비니즘적 中華主義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화사상에 젖어 있는 반도의 상류층들이 차를 즐기는 것은, 상류층이나 즐길 수 있는, 일반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문화라는 단순한 차 이상의 추상적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상류층 의식이 우리 차에서 茗禪이니, 茶禪一如의 사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때 주로 음용되던 차는 녹차였습니다.

하나 보이차는 태생부터가 다릅니다.
보이차의 산지인 雲南은 이른바 南蠻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티벳의 고원지역에서는 문화가 아닌 생존을 위해 차를 마셨습니다. 보이차는 중국인들의 차문화에서도 주류가 아닌 변방 소수민족들의 차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차를 마시는 일은 日常茶飯事, 그야말로 일상생활이요 문화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하루에 필요한 기력을 얻고 긴장을 풀며 타인과 어울려 소통하고 더 나아가 자연이 준 선물을 섭생함으로써 자연에 동화 되어 살아가는 삶의 한 양식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보이차는 마시고 싶으면 아무 때나 간단히 우려 마시고, 더욱이 나 홀로 마시는 차보다 이웃이 있으면 대접하며 함께 마시면 더 좋은 차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남곡 김중경 ▲ 서예가, 보이차 품명가 ▲이코노믹 리뷰 보이차 연재(2014년) ▲현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선농단역사문화관 전통다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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