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곡 김중경

보이차의 향은 어떤 것이 있나요?.

진향(陳香)은 보이차에서 나는 묵은 향으로 노차에서 느낄 수 있는 향입니다. 자연이 준 선물인 보이차에 더해 세월이 주는 보너스입니다. 그래서 흔히 보이차를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향(陳香)은 보이차의 본질(本質)에 가장 역행하는 단어로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습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골목 어귀 공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면 다들 처마 밑 담벼락에 기대 비를 피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나기가 후두둑 땅바닥을 두드리면 흙먼지가 일며 등으로 느껴지는 흙벽의 따스함과 함께 콧속으로 스며들던 흙먼지 특유의 향이 지금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오래되고 좋은 보이차의 진향은 보이차 속의 폴리페놀과 발효효소가 공기(산소)와 결합해 오랜 세월 후발효를 거치면서 생성된 자연의 향으로 진년(陳年)의 보이차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발효향입니다. 따스한 담벼락에 기대서 맡던 흙먼지와 유사한, 깊은 세월의 향입니다.

고온다습하고 통풍이 차단된 인위적 환경에서 조작된 대량생산된 습창차는 퇴창(退倉) 후 거풍(擧風) 과정을 거쳐도 특유의 창미(倉味)가 남아 있어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을 유발합니다. 습창차를 판매해온 상인들이 이러한 것들을 “보이차에서는 지푸라기 썩는 냄새가 난다.”라는 황당한 말로 호도해온 것이죠. 발효라는 개념을 매개로 청국장에 관여하는 바실러스 균과 연결시키려는 기막힌 상상력의 결과일까요?

발효가 잘된 보이차는 마실수록 청량해지며 깊은 세월이 무르익은 자연의 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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