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를 통해 본 '효도의 기술'...“비효율적인 모습으로 효도하자”

[공감신문 교양공감] 바쁜 일상을 견디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홀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주로 자신을 긴장시키지 않는 이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발현돼 진다. 

대표적인 대상이 가족이다. 그 중에서도 아마, 부모님에게 가장 소홀해지기 쉽다. 그들은 가장 오랜 시간 우리를 이해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사실 우리 인생의 수많은 모습은 부모님들을 닮아있다. 그들이 우리를 양육해온 방식과 어릴 때 주었던 영향이 삶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평생 아들러 심리학(개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을 연구해 온 일본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기시미 이치로’는, 현대인들이 효도에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 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오늘 교양공감에서는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효도의 기술을 알아보기로 한다. 
 

■ 비효율적인 모습으로 효도하자

기시미 이치로는 비효율적인 모습으로 효도하라고 강조한다. 비효율적인 모습의 효도는 시간을 계산해 효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일상의 우선순위 때문에 부모님과의 시간을 미루지 말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기시미 이치로와 그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형제들이 다 크면 함께 여행가자는 이야기를 줄곧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49세의 젊은 나이에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기시미 이치로는 ‘나중에 하자’는 말은 너무 늦어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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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부모의 능력이 크게 대두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 역시 ‘아이를 낳을 경제적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미뤄지는 경향이 있다.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부모가 자식에게 못 해주면 가슴을 아파하곤 한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이들도 꽤 있다.

■ 간병의 순간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기시미 이치로는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바라기 보단,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부터 그 기회는 끊임없이 주어지지만, 관심이 없다면 결코 포착할 수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모님에게 분명 ‘간병’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병이 들었다고 해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병든 사람이 인생의 진리에 보다 가까이 있다.“ - 기시다 이치로

간병의 순간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부모님과 마주앉아 대화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지도.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 이거였어?’ 

‘아버지가 좋아하는 과자 취향이 이렇구나!’

몰랐던 사실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무뚝뚝한 자녀의 고요한 간병이면 어떠하리. 일본의 철학자 와시다 기요카즈는 ‘무언가 하지 않고도 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우리 사회는 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어린 시절 색칠 공부를 하고, 처음 글을 배울 때에도, 비교적 무뚝뚝했던 우리 아버지들은 따스한 눈길로 우릴 바라보고 계셨을 지도 모른다. 
 

■ 이상적인 부모님에 대한 환상을 지우자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효도의 순간은 그저 나이 든 부모님을 대할 때만 오는 게 아니다. 우린 청소년기가 지나, 성인이 되어가며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상적인 부모님’에 대한 환상을 지우는 일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 준 동화와 현실이 다르듯이.

부모님들이 짓궂은 장난으로 “나도 너 같은 게 나올지 몰랐지”라고 하실 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기시미 이치로는 부모란 자식에게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이상하게도 힘이 나는 사람들이라 했다.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그래서 기어코 우리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리가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궂은일들을 마다않고 해주시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은 이렇게라도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게 기쁘다고 여기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린 그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섭섭함만 안겨드리고야 만다.

가끔은 부모님이 쉽게 해주실 수 있는 작은 부탁을 드려보는 건 어떨까? 평소에 부모님 본인이 잘하셨던 일로.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기시미 이치로는 효도의 기술에 대해 말하며, 부모와 인간이라는 관계를 벗어던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일상적으로 소홀하거나 이기적이었던 ‘나’의 모습들이, 그래도 되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 

모든 관계에 있어서, 서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프로포즈를 할 때에, “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게”라고 말해볼 순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부모님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 어머니가 되게 해드릴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시미 이치로는 말한다.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라고, 곁에 있어 드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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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연말에 꽁꽁 얼어붙은 길 부모님을 모시고 한 끼 식사를 하러 가는 건 어쩌면 일부러 시간을 만들고 또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바쁜데 뭐하러 오니, 일 보렴.”

[Pixabay / CC0 Creative Commons]

섭섭한 마음을 감춘 부모님은 구정에야 보겠지, 하실 거다.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부모는 어떠한 사람일까? 늘 우리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 그럴지도 모른다. 

나중에 우리가 후회하지 않도록, 그 효도라는 아름다운 행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머물러주려 하시는 분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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