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좋은 일이 나타날 조짐이 있을 때 내리는 눈을 서설(瑞雪)이라고 한다. 2018년 시작과 함께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추운 겨울,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길만한 구경거리인 '올림픽'이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린다. 이번 겨울은 함박눈이 자주 내릴 것으로 보아 올림픽과 궁궐 구경이 제격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 경기장에서 펼쳐질 경기와 궁궐의 경치는 쌓인 눈과 잘 어우러지며 아름다움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효명세자와 박규수, 인현왕후의 애환이 스며있는 함박눈 속의 ‘요금문’

겨울 맹추위가 오면 많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에만 처박혀있는 방콕족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 내리는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 년에 어쩌다 한번 마주치는 궁궐의 함박눈은 자연과 전각과 눈의 만남으로 환상적인 절경을 만들어 낸다. 

맹추위와 눈이 쏟아지는 어느 해였던가 보다. 관람객들이 없으리라는 예단을 깨버리고 관람객들로 북적거린 기분 좋은 함박눈이 쏟아지는 절경의 기억은 지금도 나의 뇌리에 지울 수 없는 추억거리로 각인되어 있다. 눈 예보에 궁궐에서 오랜 기간 지울 수 없는 추억의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자 찾아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뒤덮인 금천과 규장각

창덕궁의 가장 아름다운 눈 구경거리의 백미는 숙종 17(1691)년에 세워진 능허정(凌虛亭)이 아닐까한다. ‘능허(凌虛)’는 ‘허공에 오른다’는 뜻으로, 세속적 가치로부터 초연하는 정신세계를 뜻하는 도교의 사상이 숨어있다. 

눈 오는 날 빙천 쪽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정자가 구름 위 공중에 솟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좀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정자 위에 쌓인 하얀 눈 위로 보이는 모임지붕 꼭지위에 놓인 매우 아름다운 절병통이다.

눈 내린 이 정자에 오르면 궁궐과 서울시가지는 물론 멀리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와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에 많은 사람들은 저절로 시인이 된다. 이 정자에 많은 임금들이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올라와 회포를 풀었다. 

숙종, 정조, 순조는 직접 지은 어제 시(御製詩)를 남겼다. 숙종은 눈이 그쳐 맑은 능허정에 올라 읊은 시 "능허정제설(凌虛亭霽雪)"에서 '정자 주위의 경치가 온통 환상적인 하얀 은세계로구나'라는 시구를, 정조는 해가 저물 무렵 정자 주위에 눈 내리는 광경을 보며 읊은 시 “능허모설(凌虛暮雪)”에서 '소소히 쏟아지는 눈이 참 예쁘기도 하다. 잠깐사이 정자와 나무위로 흩뿌리고 지나간 후 옥 같은 나무와 꽃은 더욱 아름다워라'라는 시구를 남겼다.

순조는 “능허설제(凌虛雪霽)”라는 시에서 '능허정에 와서 앉아 바라다보노라니 맑은 도성 주위가 온통 하얀 은세계라네'라는 시구를 읊으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아이들과 같은 마음을 이끌었다.

미공개 지역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능허정 전경

능허정은 미공개 정자로 궁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눈으로 둘러 쌓여있는 정자의 사진을 얻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안타깝기 그지없다. 눈 오는 어느 한날이라도 관람객들에게 개방돼 임금들이 극찬한 경치들을 구경하고 한편의 시를 남겨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바램일뿐이다.

창덕궁에도, 평창에도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고 북적여야 사람 사는 내음이 난다. 서설 속에 대한민국의 저력이 발휘될 평창 동계올림픽과 궁궐의 아름다움이 유혹한다. 우리 모두의 평생 이야깃거리가 되는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를 위한 관심과 참여를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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