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이번 주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공휴일이 하루 끼어있을 뿐 아니라, 3월 새 봄이 찾아오니까. 겨우내 움츠러든 우리 몸도, 마음도 한결 따스해질 전망이다.

물론 2월 28일 밤 11시 59분에서 3월 1일 0시 00분으로 넘어가자마자 봄이 왔음을 알 만큼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진 않을 터다. 진짜 봄은 대개 3월 중순, 혹은 그 뒤에나 찾아오니까. 3월 초는 그리 ‘3월’스럽지도 않으니까.

3월이 왔다고 곧장 봄의 시작인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들뜨는걸 어쩌랴. [photo by patrick schneider on unsplash]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 주의 한가운데 공휴일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여유가 생긴다. 또 3월이 되면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그래서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3월을 기점으로 봄이 찾아온다’고 상정해두도록 하겠다. 3월=봄이란 생각으로.

봄이 오면 참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우선은 앞서도 말했듯, 우리는 봄이 오면 저마다 한결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또, 패딩 안으로 잔뜩 파고 들었던 고개를 곧추세우게 된다. 물론 부정적인 변화도 찾아온다. 겨울동안은 잠잠했던 미세먼지가 봄이 오면… 아, 요즘 미세먼지는 겨울이나 봄을 가리지 않는다고? 그럼 그 점은 넘어가겠다.

아무튼 어쨌건 여러 이유로 봄이 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달라지는 것들 중에는 우리 귓가를 채워주는 음악들 역시 포함될 것이다. 겨울 동안 우리가 “눈-누운-” 하던, 흰 눈처럼 포근한 음악을 들었다면, 봄에는 그보다 한결 활기차고 꽃처럼 피어나는 듯한 음악을 들어야 한다.

작년 10월, 가을이 완연해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한 차례 여러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바꿔드리려 했던 적이 있었더랬지.

교양공감팀은 작년에도 이미 한 차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를 ‘우리의 감정과 감성의 옷을 갈아입을 시기’라면서 가을에 어울리는 곡들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다. 그때처럼, 이번에는 봄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꼽아드릴까 한다.

 

■ Archie, Marry Me - Alvvays

사랑의 계절, 봄! 누군가는 봄에 사랑, 벚꽃 타령 말고 다른 노랠 듣고 싶다 했지만 봄과 사랑은 그리 떼놓기 쉬운 단어들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제목부터 달달한 이 곡을 소개해드린다.

Alvvays라 쓰고 ‘올웨이즈’라고 읽는 이 밴드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으로, 2011년 결성됐다. 보컬 Molly는 너풀너풀 가벼운 음색으로 쉽게 쉽게 ‘Archie’에게 결혼해달라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초대장이나 화환, 학자금 대출 등 복잡한 것은 잊어버리자면서.

Alvvays, Always 속 'W'를 'V V'로 파자한 밴드명이다. [photo by paul hudson on flickr]

온전히 서로 두 사람만을 바라보고 결혼하기란 쉽지 않다. 으레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현실’이라 말하는데, 이 곡은 ‘결혼에 사랑 말고 뭐가 필요해?’라 반문하는 듯한 가사가 산뜻하게 들려온다. 또, 곡을 듣고 있으면 눈부신 듯 뿌연 봄의 햇살이 떠오르기도 하고.

 

■ Who You Love - John Mayer (Feat. Katy Perry)

바람둥이 매력남 John Mayer는 팝스타 Katy Perry와 이별하기 전, 상당히 애절한 곡을 함께 발표했다. 느린 템포에 편안한 분위기의 이 노래는 한땐 진실로 사랑했을 그들의 달달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두 슈퍼스타의 듀엣곡이라는 점 덕분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황사를 잔뜩 맞은 듯 누리끼리한 이 뮤직비디오를 보시라. 노래를 부르는 두 실제커플의 염장질(?)은 우선 그럴 수 있다 쳐도, 황소 등에 올라탄 연인들의 모습을. 특이한 점은 이 커플들은 모두 실제 연인들이라고 한다. 그렇다. 노래를 부른 이들과 출연진 모두가 커플이란 얘기다. 부들부들…

존과 케이티. 팬의 입장으로 조금 오래 가길 바랐건만 결국은 결별하게 됐다. [mashable 캡쳐]

그렇다면 커플들이 올라탄 채 흔들리는 연출의 뜻은, 로데오의 뜻은 뭘까? 이 장면들은 연인간의 관계가 마치 로데오처럼 보인다는 비유적 의미라고 한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려 있으면서 흔들리고, 또 가끔씩 다투다가 이내 가까워지는 그런 관계를. 우리 교양공감 독자 여러분도 이번 봄엔 다들 함께 로데오를 할 상대를 찾으시길…

 

■ All My Friends - Snakehips

이제 갓 겨울을 벗어난지라 아직까진 그리 뜨겁지 않은 봄의 밤. 열정이 넘치지도, 그렇다고 쉬이 차분해지지도 않는 3월의 밤에도 누군가는 밤을 불태우듯 뜨겁게 보내고 계실 것이 분명하다. 젊은 우리의 밤은 계절을 가리지 않으니까.

이 곡은 바로 그런, 2월이고 3월이고 간에 핫한 밤을 보내실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한 곡이다. 런던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Snakehips의 이 곡은 객원 보컬로 참여한 끈적한 Tinashe의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실 이 곡은 가사가 그리 건전하지만은 않다.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런 불건전함 쪽은 아니고. [snakehips 페이스북 캡쳐]

참고로 말하자면 이 곡은 여느 일렉트로닉 곡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리믹스 버전이 존재한다. 다양한 리믹스곡들은 저마다 매력이 넘치며, 흥과 흥분이 넘치는 우리의 여러 가지 밤 모습과 비슷하니 골라 들어보는 맛도 충분할 터다.

 

■ Us - Regina Spektor

Regina Spektor의 곡들은 대부분 통통 튀는 음색과 창법이 매력적이다. 그녀의 음색을 굳이 봄과 연관 지으려 한다면 조금 억지스러울까? 하지만 봄도 영어로 Spring, 탄성 있게 튕길 것만 같잖아.

이 곡은 빠른 템포의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다소 산만한 Regina Spektor의 목소리로 여러분의 고막을 정신없이 휘저어 놓는다. 뮤직비디오 역시 곡의 빠른 템포에 발맞춰 다소 정신없는 스탑모션으로 진행된다.

독특한 음색과 창법이 매력적인 가수 regina spektor. [regina spektor 공식 웹사이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독특한 가사로 그녀의 기발한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이 곡은 영화 ‘500일의 썸머’ 오프닝 장면에 삽입됐다. “이것은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러브스토리가 아니다”라는 내래이션 이후에 나왔던 곡이 바로 이 곡이다.

 

■ The Way It Is – Donavon Frankenreiter

Donavon Frankenreiter의 곡들은 3~4월의 계절과 정말 잘 어울린다. 나직하고 따뜻한 그의 음색은 한가로운 어느 봄날을 떠올리게 하니까. 이 곡, The Way It Is 역시 그의 여느 따스한 곡들과 비슷하다. 다만 그의 다른 곡과 이 곡의 차이점은 바로 과거로의 회귀를 말하는 듯 6~70년대 복고 스타일이 상당부분에 걸쳐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주목해보시라. 뮤직비디오의 초반부터 상당히 ‘촌티’가 난다! 노래만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뮤직비디오를 쭈욱 지켜보다 보면 일렉트릭 기타 소리도 다소 복고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목소리만으로 한적하고 따스한 해변가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 donavon frankenreiter. [donavon frankenreiter 공식 웹사이트]

1960년대엔 The Beach Boys 등 ‘서프(Surf) 뮤직(서프 팝 등)’ 장르가 인기를 끈 일이 있었다. Jack Johnson, Donavon Frankenreiter 등 하와이언 아티스트들의 곡들은 그런 서프 뮤직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볍고 경쾌하게 흥얼거리는 노랫말, 시원하고 편안한 멜로디 등이 60년대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 아직 꽃을 노래하기엔 좀…

오늘 교양공감팀이 소개해드린 노래들은 대체로 봄의 ‘정서’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의 개화 소식, 꽃을 닮은 수줍은 설렘 등의 키워드들과는 다소 거리가 없잖아 있다.

꽃은 아직, 잠시만 넣어두세요~ [Photo by Timothy Ries on Unsplash]

이런 요소들을 굳이 배제한 까닭은, 딱히 우리의 교양공감팀 솔로 독자여러분을 배려한 처사는 아니다(부들부들). 그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꽃에 대한 노래를 꼽긴 시기가 조금 이르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곧 3월이 와도, 당분간 꽃 개화 소식은 요원해 보인다. 보통 ‘가장 부지런한 봄꽃’이라 칭하는 개나리도 피어나려면 적어도 2주, 3주는 기다려야 할 테고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벚꽃 역시 이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 초에나 볼 수 있을 테니까.

꽃 피면 그때 또 돌아오겠습니다~ [Photo by Abbie Bernet on Unsplash]

그래서 아직 ‘꽃 노래’는 시기상조. 그렇게 판단했다. 물론 꽃이 피지 않았다고 봄이 오지 않은 건 아닌만큼 ‘꽃을 뺀 봄 감성 노래’들을 선정한 게라 보시면 될 듯 하다.

너무 푸념 마시길. 우리 교양공감팀은 본격적인 봄이 오고, 산과 들에 꽃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꽃들을 닮은, 봄을 닮아 꽃향기가 나는 곡들을 들고 반드시 돌아오겠다. 그 곡들을 꽃다발처럼 한데 엮어서 여러분에게 봄꽃 내음이 물씬 나는 플레이리스트를 안겨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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