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을 최선인 것처럼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무능을 넘어 생명 경시"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돼지를 살처분 후 매몰할 대형통을 옮기고 있다.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의 한 양돈농가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정부와 관계부처, 전국 지자체는 ‘긴급 방역’에 전력했다.

이 질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릴만큼 돼지가 감염될 시 폐사율 최대 100%인 질병으로 주로 오염된 사료나 멧돼지 등에서 전염된다.

양돈농가에서 해당 질병이 발생되면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농가의 500m를 넘어선 반경 3㎞ 이내 돼지들을 살처분 하도록 돼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19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살처분 된 돼지가 5000마리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총 살처분 될 돼지는 1만 마리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살처분된 돼지들은 대부분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안락사 시킨 뒤 매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긴급행동 지침에 따라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시에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해 돼지를 안락사한다"며 "가축방역관이 의식이 없음을 확인한 뒤 매몰지로 이동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는 “기계적 살처분을 최선인 것처럼 정부가 내세우는 것은 무능을 넘어 생명 경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방향을 상실한 예방적 살처분 확대는 더 큰 생명 희생만 낳을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물권 단체 ‘카라’는 성명을 내며 "근본적으로 육식주의 타파를 위한 사회 변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육식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대폭 감축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과도한 육식주의를 타파하고, 건강하고 소박한 채식 밥상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가 되도록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서는 "피치 못해 이뤄지는 살처분은 의식을 잃게 한 뒤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포와 고통을 야기하는 생매장 살처분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육식을 조장하는 사회 속에서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축산업계의 비윤리적 사육·도축과 공장식 축산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물권 단체 ‘케어’ 역시 이날 "시민들의 과도한 육식 소비 형태가 변하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육식을 당장 끊을 수 없다면 줄여나가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논평을 통해 "국제기구와 학계에서는 육식의 건강, 환경, 동물 피해를 지적하며 육식을 줄이기를 권장한다"며 "가축전염병의 진정한 해법은 살처분과 차단 방역만이 아니라 축산과 육식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정부의 예방이 ‘과도한 육식’을 줄이자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도매가격 상승이 소비자가격에 바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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