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지난 주말, 각종 봄꽃들의 개화(開花)와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4월하고도 중순으로 접어드는 이 시기의 꽃샘추위는 정말 말 그대로 ‘꽃을 샘내는’듯, 본격적으로 만개하지도 못한 꽃잎들을 길가에 우수수 떨어뜨려 놓았다.

꼭 벚꽃 개화시기 즈음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바람이 부는 듯 하다. 과연 '꽃샘추위'란 이름이 딱 적절한 것 같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벚꽃 감상 명소로 꼽히는 여의도 윤중로에는 참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벚꽃 구경을 나온 인파 중 상당수가 여전히 ‘패딩’을 입고 다니셨다는 거다. 벚꽃과 패딩이라니. 독특한 조합이다.

봄은 참 여러 가지 섬세한 감정들을 건드리는 계절이다. 이 계절은 ‘센치’해지기로는 가을과 진배없으며, 우리에게 한 때 있었던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게도 만든다. 그래서 이런 날씨에도 괜히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길을 거닐고 싶게끔 충동질을 한다.

혹여 댕댕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산책은 엄두도 못 냈던 계절도 이제는 끝이다. [pxhere/creative commons cc0]

어쨌든 잠시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어느덧 계절은 4월의 한 중간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봄은 봄인지, 찬바람이 불어오더라도 가로수가 녹색의 새순을 틔워내고 있다. 오랜만의 이런 바깥 풍경이 반가워서인지,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점차 산책 나온 반려동물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공감신문 사무실에 자연스레 눌러앉은 '까치'도 봄 햇빛을 쬐며 늘어져 지낸다. [공감신문 윤정환 기자 제공]

거리에서 마주치는 목줄을 찬 강아지들은 혀를 쭉 내밀고는 방싯방싯 웃으며 헥헥 대고, 길 고양이들은 아스팔트 위에 내려앉은 햇빛을 쬐며 누워 있다가 기지개를 켠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감에 젖어든다. 요 귀여운 생명체들을 보고 있자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잠시 동안이나마 잊을 수 있고,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괜스레 ‘너만은 내가 평생 지켜줄게!’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반려동물과 음악이라니,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그런 사랑스러운 그들에게 바치는 헌시(獻詩)들도 많다. 반려동물과의 유대에 대해 묘사한 작품들, 이야기 등은 세상 모든 반려인구수 만큼이나 넘쳐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이 아마도 숱한 창작자들,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때로는 뮤즈가 되는가보다.

짐작하셨겠지만,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는 바로 ‘반려동물에 대해 노래한 곡들’을 몇 가지 꼽아 소개해보는 시간이다. 이번에 선정한 곡들은 대체로 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릴 듯 하다. 만약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된다면, 이 음악과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

 

■ 선우정아 – 고양이 (Feat. 아이유)

세상 사람들은 참 온갖 종류의 반려동물을 기르지만, 대체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이 많은 편인 듯 싶다. 그리고 그들은 ‘개 파’와 ‘고양이 파’로 갈라져 (반 장난식으로)싸운다. 개들은 개 나름의, 고양이들은 고양이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반대파’의 입장에서는 서로의 매력에 대해 쉽사리 이해하지 못한다.

도통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감정이 널뛰기하는 듯한 고양이들. 속내를 알기 쉽지가 않더라.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고 항상 졸졸 따라다니며 이래도 헤헤, 저래도 헤헤 거리는 개의 매력을 ‘귀찮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반대로 고양이들은 대체로 도도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고, 할퀴고, 불러도 오지도 않으며, 만져주는 것도 싫어한다. 일명 ‘개 파’들은 그런 고양이의 매력이 대체 뭐냐고 묻는다. 음… 고양이의 매력이라?

‘가수들의 가수’라 불리는 보컬리스트 선우정아는 ‘고양이’라는 곡을 통해 한 번 빠지면 답이 없는 게 고양이의 매력이라 설명했다. 어쩐지 얄밉고 능청스러운 고양이를 닮은 그녀(와 아이유)의 음색과 멜로디, 스캣이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 가을방학 – 언젠가 너로 인해

처음 집으로 반려동물을 들일 때에는 누구나 그들에게 온갖 신경을 쏟게 마련이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가녀린 울음소리들 모두가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쬐그만 걔들이 하품 한 번 하면 우리의 만면에 미소가 번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면 그 모습이 귀여워 까무러치기도 한다.

힘겨운 어느 순간, 우리를 위로하듯 앞발을 턱 내미는 녀석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pxhere/creative commons cc0]

‘꼬물이’였던 그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면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우리가 학교엘 다녀오면 엄마나 아빠보다 그들이 더 먼저 뛰어나와 반겨주고, 또 가족과 실랑이를 하며 그들의 대소변을 치워준다. 집을 비운 사이에 걔들이 날카로운 이빨로 온갖 것들을 물어뜯어놔서 호되게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다. 그들은 어느새 우리의 ‘말 못하는 가족’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보다 조금 느린 속도로 성장한 우리도 어느새 직장인이 되고, 숨죽은 배춧잎처럼 늘어진 발걸음을 타박타박 내딛으며 피곤하게 퇴근을 한다. 캄캄한 방 안에서 우릴 기다렸던 그들은 여전히, 변함없이 우릴 반겨주고, 위로해준다. 가을방학의 이 곡은 바로 그런 순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린 반려동물들의 위로에 새삼스런 감사와 애정을 담은 노래다.

 

■ 문문 - 앙고라

반려동물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입장으로 부른 노래들도 있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감정이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일 터다.

어쩌면 고 쬐그만 아이들은 우리가 밤마다 돌아와서 그들을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놀아주다가 이내 아침이 되면 집을 나서는 것에 커다란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기쁘고 행복했다가도 우리가 출근 하고난 뒤에는 ‘또 속아서 버려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샐쭉하게 삐쳐서, 괜히 우릴 깨물고 할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없는 동안 우리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고독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인디가수 ‘문문’은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들을, 그리고 혼자 집에 남겨져있어야 하는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앙고라’라는 곡을 만들었다. 그가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 중에는 특히나 어린 시절 어두운 집에 혼자 있을 때의 경험이 작용했다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들 계시겠지만, 그 애들에게는 오로지 우리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없는 동안 우리를 원망하다가도 걔들은 우릴 보고 싶어 할 게고, 결국은 ‘돌아오면 꼭 안아줘’라며 기다릴 게다. 만약 오늘 하루 여러분의 반려동물을 텅 빈 집에 홀로 뒀다면, 집으로 돌아가서 그들을 꼭 안아줘 보자. 잔뜩 토라진 그들에게 우리의 미안함을 꼭 전해주시길 바란다.

 

■ 양희은 - 백구

한국 포크 음악의 대모 양희은 씨.

노령의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가지 커다란 걱정이 있다. 언젠가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나 천국엘 가게 되는 날에 대한 걱정이다. 그건 올해 벌써 15살이 된 시츄 ‘똘이’를 기르는 기자도 마찬가지라서, 15살짜리 내 새끼가 아직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에 안도하는 한편으로는 걱정을 쉬이 떨쳐낼 수가 없다.

기르는 반려동물이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 우리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인 건 알고 있지만 도통 마음을 굳게 먹을 수가 없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늙지도, 죽지도 않는 반려동물은 없다. 죽음은 우리 뿐 아니라 그 아무 죄 없이 착하기만 한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찾아온다. 우리가 나이듦을 피할 수 없듯, 그들에게도 세월은 찾아든다. 또, 사고로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시대 최고의 포크 가수 양희은의 곡 ‘백구’는 그런 불시에 찾아온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담아낸 노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가사 중 화자가 백구를 잃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구체적 단어로 드러나지 않는데도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릴 만큼 서글프다는 것이다.

 

■ 이적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가수 이적은 본디 이 곡의 화자가 누군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이에게 버려진 상실감, 자책, 원망을 담은 노래’라고 소개했을 뿐이다. 그런데 곡 발표 이후 많은 이들이 ‘유기견에 대한 노래’인 것처럼 들렸다고 감상하게 됐다.

입양돼 다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게 되길 바라고 있을 유기견들.

어쨌거나 ‘버림받은 이’의 마음을 노래한 곡이라는 점에서 그의 의도와 대중들의 감상이 크게 엇나가진 않은 듯 싶다. 또한, 만약 이 노래가 ‘유기견’에 대한 곡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반려동물들에게 보다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려동물 유기, 유기견·유기묘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경각심도 함께 강조되어가고 있는 것이 반갑다. 그러나 반려인구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아직까지 유기동물 관련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이렇다 할 소식은 없어 안타깝다.

 

■ Norah Jones – Man of The Hour

너무 속상하고 서글픈 노래보다는, 한결 가볍고 귀여운 게 반려동물들을 꼭 닮은 듯한 노래도 한 곡 소개해드릴까 한다. 독특한 음색이 매력적인 노라 존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13번째 트랙을 들어보자. 특히나 가사에 집중해보면서. 노래 속의 그녀(노라 존스)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어느 한 쪽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가사에 따르면 그 남자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앨범 재킷을 가득 채운 노라 존스와 댕댕이들. [노라 존스 앨범 재킷 이미지]

그는 친절하고, 많은 사랑을 준다. 또, 채식주의자도 아니라서 함께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지도 않는다. ‘그저 시들기만 할 뿐’인 꽃을 사다주지도 않는다. 또, 밖에서는 앞장서서 그녀를 이끌어줄 줄 알며 화를 내지도 않는다. 심지어 말을 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감히 자기가 아침과 점심, 저녁을 챙겨줘도 되는지를, 동틀 무렵 함께 산책을 다녀도 괜찮을지를 물으며 구애한다. 그가 내 생애 최고의 남자, 가장 중요한 남자(Man of the Hour)라면서. 도대체 그가 누구냐고? 곡의 맨 마지막 부분을 잘 들어보자. 그 남자의 깜찍한 피쳐링을 들어볼 수 있다.

 

■ 반려동물에 대한 노래들

우리 삶을 보다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줌은 물론이고 걱정,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 등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반려동물들. [photo by Noel Zia Lee on flickr]

반려동물은 우리를 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출근 때문에 빈 집에 홀로 남겨둘 때의 미안함, 유기동물에 대한 경각심, 함께 했던 시간이 끝나고 난 뒤의 이별 등 복합적인 감정까지 느껴지게 해주면서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고, 다양한 색으로 물들여주기도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이라면, 일을 하던 도중 뜬금없이 반려동물이 보고 싶어졌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테다. 그래서 핸드폰 사진첩을 들여다보거나, 지갑 속에 넣어둔 사진을 꺼내 봤던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기자 역시 일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혹은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집에 있을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고,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코끝이 찡해질 때가 있다.

우리도 너희와 하루 종일 함께 있고 싶지만, 사료 값은 벌어야 하니까…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조금 이기적이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 내가 덜 외롭기 위해 아이들을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닌지 자책도 들고. 하지만 미안함과 속상함 끝에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너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는 주인이 있다’고.

이런 우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오늘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 걔들의 귓가에 나직이 ‘사랑한다’고 속삭여줘 보자. 또, 오늘 소개해드린 곡들을 들려줘보자. 그 쬐그만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개들도 음악을 들으면 즐거워하더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photo by R.G. Daniel on Flickr]

오늘 교양공감팀이 소개해드린 곡 외에도, 국내외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왔다. 그 곡 수들은 너무나도 많아서 몇 개만을 꼽기도 벅차다. 만약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 ‘반려동물과 함께 듣고픈 곡’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소개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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