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1953년, 과나후아또 대학교수인 엔리케 루엘라스 에스피노사와 제자들은 과나후아또 시내의 광장에서 <돈키호테>의 저자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막간극을 선보였다. 십 분 이내의 짧은 공연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막간극은 광장 공연의 전통이 되었다. 그러나 엔리케 우엘라스는 이에 멈추지 않고 1972년에 세르반테스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같은 해 정식으로 [제1회 세르반티노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리게 되었다. 이후 퀘벡 여름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이어서 네 번째로 꼽히는 종합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축제는 ‘종합 예술 축제’이니 만큼 매년 10월 중 이십 일간 열리는데, 우리가 과나후아또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축제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아름다운 도시로 명성이 자자하기에 과나후아또로 오게 된 것인데, 우리는 뜻밖에 좋은 기회로 세르반티노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하 세르반티노 축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왜 멕시코에서 ‘세르반티노’의 이름을 단 축제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는 스페인 문학이지만,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집필한 곳이 바로 과나후아또이다. 소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탄생한 과나후아또에서 성대한 세르반티노 축제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고 광장으로 나섰는데, 광장과 대로는 벌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우리가 세르반티노 축제를 즐겼던 방법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생각해보자면 ‘미술관/박물관’, ‘공연’, ‘사람들’이다. 그 외에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굉장히 많지만 축제가 열리는 장소만 해도 수십여 곳이 되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했다.

우리는 우선 축제 팸플릿을 얻었다. 팸플릿 안에 첨부된 지도엔 각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장소마다 표시가 되어있었다. 상당히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는데, 입장료가 저렴한 편이라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꼭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갈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으니 꾸역꾸역 하루에 몰아서 갈 필요는 없다. 우린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갔는데, 멕시코 예술의 색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정교한 조각과 화려한 채색,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주는 기묘함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감흥을 주었다. 나의 감각을 건드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지루할 것 같다면, 공연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전통 무용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공연은 다양한 시간대(그리고 장소)에 자리하고 있으나, 인기 있는 공연은 매진되기 쉬우니 한 시간 전부터 기다려야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특히 전통 무용은 인기가 어마어마해서 우리는 선 채로 공연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무용수들이 깨알처럼 보이는 통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시 낭송, 영화 상영, 연극 등 말 그대로 종합 예술을 입맛대로 골라갈 수 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표시해가며 지도를 따라다녔는데, 장소에서 장소로 걸어가는 행위 또한 축제 경험의 일환이 되었다.

우리는 장소와 장소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내가 꼽은 키워드의 마지막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던 사람들, 마리아치 복장을 빼입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 코스프레를 하고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온갖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 넓은 대로와 광장을 꽉 메운 사람들, 내 옷깃을 잠시나마 스쳐 지나갔을 모든 사람들.

축제는 만남을 전제로 한다. 오로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진 장.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과나후아또의 오늘은 고요했을지 모른다. 종합 예술을 주제로 한 축제이지만 근본적인 주제는 결국 ‘사람들’임을, 모든 만남의 총체가 결국 종합 예술임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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