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궁궐에는 외부로부터 침입해오는 나쁜 기운을 막고, 복되고 좋은 일이 많이 있으라는 상징적 의미의 ‘서수’들이 있다. 

돌 거북이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꼭꼭 숨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서수 중에 하나다. 궁궐 여기저기 관람하다 보면 궁궐을 노니는 거북이 흔적과, 이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창덕궁 금천교 북쪽 청정무사 귀면과 현무 ‘거북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거북이는 금천교 북쪽 중앙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있다. 좌대에 무덤덤하게 웅크리고 앉아 북쪽 금천을 바라보고 있는 북현무에 해당하는 돌 거북이다. 

등에 선명한 귀갑무늬가 새겨진 거북이는 청정무사의 귀신 얼굴과 함께 물길을 따라 들어오는 모든 악귀와 나쁜 기운들을 잡아내기에 충분하다. 

‘예기’에서 “현무의 정체는 거북이다”라 하였다. 사람들은 현무를 벽사 기능을 가진 신령한 거북이로 받아들였다. 고구려 무용총에 그려진 사신도 중 북쪽을 지키는 현무도 이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부용정과 애련지의 정자 기둥에는 널빤지에 글씨를 써서 붙인 주련이 있다. 부용정 주련에는 “귀희어유추수리(龜戱魚遊秋水裏)”, 가을의 부용지 안에서 거북이가 물고기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며 노니는 광경을 표현하고 있다. 

애련정 주련에는 “귀령헌성인(龜齡獻聖人)”, 애련지 속에 사는 거북이 수명을 임금에게도 누리게 하고 싶다는 뜻이다. 여기서도 연못 속에 사는 거북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청심정 눈 쌓인 돌거북과 돌확 / 촬영 : 길라잡이 성주경

창덕궁 거북이 흔적의 백미는 1688(숙종 14)년에 지어진 청심정 돌거북 조각상이다. 현재는 공개되고 있지 않은 은밀한 숲속 정자 앞에 자리 잡고 숨어서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등 위쪽 가운데에 ‘맑고 깨끗하다’는 “빙옥지(氷玉池)”와 숙종의 ‘어필(御筆)’이라는 금석문이 새겨져 있다. 용처럼 생긴 머리의 눈은 무언의 깜박임으로 돌확(돌로 만든 절구)과 정자를 지켜보고 있다. 

정자와 돌확, 거북이의 관계 설정이 “자연을 거스리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그치고 자연의 흐름에 따를 때 비로소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무위자연 하는 도교 사상이 엿보인다.

좌: 낙선재 내외담의 귀갑문 우: 희우정 언덕 근처 귀갑무늬 모양 장식 느티나무

인류는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하며 장수하기를 염원한다. 

내의원에서 관리를 잘 받는 왕들의 평균수명이 사십 대 중반이다. 조선왕실에서는 지속 가능한 왕실 번영을 위하여 질병에 매우 취약한 왕과 왕비, 궁궐 식구들의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염원이 절실하였다. 

이러한 염원이 후원과 전각, 담벼락 등 여러 곳에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거북이 흔적들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낙선재 내부 담에는 십장생 중의 하나인 거북이 등 무늬를 새겨 놓고 있으며, 우스갯소리이지만 궁궐에 사는 느티나무도 장수하고 싶은지 나무에 거북이 등 무늬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이다.

모든 인류의 소망인 “100세 시대”를 위하여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돌로 만든 거북이나 귀갑무늬 등의 흔적들이 사람들의 건강 장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100세 시대” 지속적인 건강 유지를 위하여 궁궐을 노니는 거북이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유의미한 관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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