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음식을 나눠 먹는 것 이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다.

한 끼 식사를 하더라도 맛있는 것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아 먹는 것은 행복하다. 그건 마치 치유의 시간과 다름없어서, 우리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나 힘들었던 업무, 혹은 신기하고 재밌었던 일화를 서로 나눠 먹는다.

가까운 이들과 함께 앉아 맛있는 걸 먹는 행복은 인생의 온갖 즐거움 중 하나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헌데, 아무리 가깝고 친한 사이라도 그 ‘영혼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 역시 존재한다. 어쩐지 오늘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한식이 먹고 싶은데, 상대방이 “난 한식은 별로”란다. 그래서 피자를 먹자고 권유하면, “밀가루는 소화 안 돼서 싫어”란다. 그럼 초밥은 어떠냐고 묻자, “오늘은 초밥 (먹고 싶은)날이 아니야”라고 한다. 아… 이런 사람과는 영혼을 나누는 게 아니라, 아예 영혼을 ‘쪼개’버리고 싶어진다.

잡아먹지 않을테니 잠시 이리 와 앉아보시라. 여러분의 호불호 음식이 궁금할 뿐이다. [maxpixer/creative commons zero-cc0]

누구나 맛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입맛은 저마다 제각각,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된장찌개에 흰 쌀밥 한 그릇을 좋아하고, 누구는 푸짐한 샌드위치가 더 좋댄다. 그 정도에 그치면 모르겠는데, 우리(여러분과 에디터)와 입맛이 아예 극렬하게 갈리는 이들 역시 세상엔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고 즐겨 먹는 뭔가를 그들은 아예 ‘기피’한다. 반대로 우리가 입에 대기조차 싫은 것들을 그들은 잘도 먹는다. 이를테면 지난 번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파인애플 피자’가 대표적 예시겠다. 그거 참, 좋아하는 사람은 자주 먹는데, 싫어하는 이들은 기겁을 하더라.

어벤져스도 첫 번째, 두 번째에 이어 세 번째 영화로 돌아왔는데, 우리 교양공감 팀도 ‘취향 전쟁’이란 이름을 들고 다시 돌아오지 말란 법 있나?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는, 호불호에 따라 극명하게 반응이 엇갈리는 음식들을 몇 가지 꼽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즐겨 먹는/정말 먹기 싫은 육해공의 음식들은 무엇이 있을까?

 

※ 들어가기에 앞서, 교양있는 교양공감 독자 여러분들이시라면 타인이 좋아하는 것, 혹은 싫어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한 비판 또는 과한 비하 발언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 굳게 믿는다.

 

■ 호불호가 갈리는 ‘육상’의 음식들

땅에서 난 채소나 과일, 혹은 육류와 재료 중에서도(육류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혹은 식재료)이 있는가하면, 한 번의 실패로 인해 다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음식도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를 꼽아보도록 하겠다.

 

-시원할까? 비릴까? ‘오이’

오이를 못/안 먹는 분들,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꽤나 많다! [maxpixel/creative commons zero-cc0]

수분 함량이 95%에 가까운 오이는 ‘시원한’ 채소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래서 냉면, 냉채 등 여름철의 시원한 요리에도 고명 등으로 자주 올라간다. 하지만 오이를 못 먹는다는 분들은 생각보다 흔하다. 어째서 그런고 하니, 오이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풀비린내’ 같은 맛과 냄새가 난다고. 페이스북에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커뮤니티도 있다고 한다.

 

-비누를 씹는 듯… ‘고수’

고수는 처음 접해보는 분들에게 꽤나 어려운(?) 맛이다. [photo by bytemarks on flickr]

우리에게는 ‘동남아시아 요리’의 향신료 등으로 널리 알려진 식물(채소) 고수. 고수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익숙치 않은 강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코리안 크립토나이트’라고도 불린다고. 동남아시아 요리 전문점이라도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맛’을 중시하는 프랜차이즈 등이라면 고수를 넣지 않거나, 요리에 넣을지 말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끔 내온다. 또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분들은 즐겨 찾으시던데, 그 ‘비누’ 같은 맛의 고수를 어찌 그리 잘들 드시나 몰라.

 

-흐물흐물한 게 매력! ‘가지’

가지가지 매력을 지닌 가지… 원랜 이런 말 장난 잘 안 하니 오해 마시길.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보라색의 길쭉한 채소 가지는 나물, 전, 볶음 등으로 많이들 요리한다. 하지만 물컹물컹하고 독특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 특히 익히거나 찐 가지는 그 물컹함이 한결 더 심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껍질은 질기기 때문에 식감이 참 괴상하다. ‘가지 튀김’은 그런 물컹함이 가시기 때문에, 가지는 안 먹어도 가지 튀김은 먹는다는 분들도 있다.

 

-흡혈귀의 음식? ‘선짓국’

피를 굳혀 만든 선지, 그리고 선지와 여러 재료를 끓여낸 선지국. 해장에 참 좋더라. [10mag 캡쳐]

선짓국은 소 등의 피를 받아 굳히고, 그 덩어리를 국거리와 함께 끓인 요리다. ‘피’라고 하니까 뭔가 중2병스럽고 야만적인 맛이 날 것만 같은데, 막상 먹어보면 구수하고 얼큰한 게 해장에는 참 괜찮다. 물론 재료 특성상 호불호도 갈리는데, 특유의 비린내나 푸딩 같은 식감과 짭짜름한 맛의 갭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피’라는 것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노린내를 잡는 것이 관건, ‘양고기’

모 중국 맥주를 부르는 그 맛, 양꼬치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photo by avlxyz on flickr]

소나 돼지는 종교에 따라 먹는 것이 금기시되기도 하는데, 양은 그런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그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양고기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노린내가 난다는 점 때문이다. 숙련도가 낮은 요리사는 양고기의 노린내를 잘 잡지 못하는데, 그런 양고기를 처음으로 먹어보곤 선입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양꼬치 전문점 등에서는 ‘로즈마리’ 등 강한 향신료를 함께 내놓기도 한다.

 

-혐오식품 취급받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번데기’

사실 그리 친근감 있는 모양새가 아니긴 하다. [photo by charles haynes on flickr]

어린이 대공원, 체육대회 등의 행사에 결코 빠지지 않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번데기’다. 아시다시피 번데기는 생김새도 냄새도 참 괴악한데, 때문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번데기 노점상을 보고 기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들은 번데기 먹는 것을 일종의 '챌린지'라며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그러나 번데기는 ‘술 도둑’이라 불릴 만큼 사랑받고 있으며, 주점 등에서는 안주로도 인기가 좋다. 혹자는 “축제 때 번데기가 빠지면 섭섭”하다고도 말하더라.

 

■ 호불호 확실하게 나뉘는 해산물들

사실 해산물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특유의 바다 냄새가 역하고 비리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바다의 맛’이 해산물의 매력이라며 빠져드는 분들도 많다. 해산물이야 워낙 호불호 갈리는 음식이 많으니, 그 중 세 가지만 꼽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비주얼은 영… 하지만 바다의 진미, ‘굴’

호불호 정말 심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굴이다. 하지만 앞머리가 점점 후퇴하기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photo by bitterjug on flickr]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우유’라고도 불린다는 굴은 탈모예방과 정력에 좋은 ‘아연’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매우 인기가 좋다. 그러나 미끌거리고 물컹거리는 식감에다가, 비릿함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분들은 또 엄청 싫어하시더라. 바다내음이 너무나 강렬해 역하다고 느껴질 정도라고.

 

-먹을 줄 알아야 먹는다, ‘삭힌 홍어’

삭힌 홍어회와 수육, 김치의 조합, 그게 삼합이다. [wikimedia 캡쳐]

가오리의 사촌 쯤 되는 홍어는 싱싱한 회로 먹으면 그 살이 참 부드럽고 달달하다. 하지만 삭힌 홍어는 정말 지독한 냄새를 내뿜기 때문에, 못 먹는 사람들도 많다. 그 냄새를 참고 먹으면 톡 쏘는 맛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라고. 그래서, 많은 이들이 “홍어 좋아해?”라고 묻는 게 아니라 “홍어 먹을 줄 알아?”라고 물어본다. ‘먹을 줄 알아야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 담긴 질문인 셈이다.

 

-참 ‘거시기’하게 생긴 ‘개불’

개불, 어찌보면 외계생명체같이 보이기도… [photo by evenkolder on flickr]

개불의 어원은 ‘개X알’이라고… 한다. 왜냐면 닮았으니까… 개의 생식기와 유사하게 생긴 개불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 나름대로 고급 식재료로 꼽힌단다. 그러나 상기한 ‘충격적인’ 생김새 때문에 ‘불호’를 떠나서 혐오감까지 느끼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하긴, 접시 위에 개의 거시기처럼 생긴 게 떡하니 올라와 있다면 놀랄 수밖에 없겠다.

 

-입 안에서 꿈틀꿈틀, ‘산낙지’

서구권에서는 문어나 낙지 등을 먹지 않는데, 상상 속의 바다괴물 '크라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란다.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wikimedia 캡쳐]

에디터가 어린 시절엔, ‘산낙지’가 산에서 사는 낙지를 뜻하는 건줄 알았다. 그런 줄로만 알고 별 생각 없이 부모님을 따라 도착한 식당에서, 살아서 꿈틀대는 낙지를 볼 수 있었다. 그때서야 ‘아, 살아있어서 산낙지로구나!’라 무릎을 탁 쳤다. 바다나 뻘 등에서 잡은 낙지를 산 채로 요리로 내는 것을 산낙지라고 하는데, 당연하지만 이렇게 나온 낙지들은 접시 위에서 꾸물거린다. 심지어 다리를 토막내도, 그 토막난 조각이 꿈틀거린다.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해산물 중 하나.

 

■ 시판되는 제품들도 호불호에 따라

미안하지만 ‘육해공’ 중의 공은 공중(空中)을 말하는 게 아닌, 공산품(工産品)을 말할 때의 공이었다(짜잔!). 음료, 라면, 아니면 아이스크림이나 우유 제품 중에는 ‘대중적인 선호도’가 아닌, 특정한 입맛을 지닌 분들을 공략하는 제품도 존재한다. 무엇이 있을까?

 

-물파스를 마시는 느낌? ‘솔의 ◯’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청량감은 상당한 편이다. [유튜브 영상 캡쳐]

캔 음료 중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들이 꽤 있다는 듯 싶다. 그 중에서도 국내 출시 역사가 나름대로 긴 ‘솔◯ 눈’은, ‘솔싹 추출물’이 함유돼 있어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음료,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 누군가는 송염치약의 그 맛과 비슷하다고도 하고, 물파스 맛(먹어봤어?!)이라는 분들도 있다. ‘아재 취향’이라 평가하기도. 그러나 좋아하는 분들은 그 특유의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 때문에 즐겨 찾는다.

 

-호불호 음료의 대명사, ‘데◯와’

누군가는 향긋함에 중독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화장품 맛'이라고 싫어하더라. [동아 오츠카]

밀크티를 콘셉트로 출시된 캔 음료 ‘데자◯’는 흔히들 ‘호불호 끝판왕 음료’라고 부른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얘기다. 이 음료는 사실 흔히 떠올리는 영국식 밀크티가 아닌, 인도식 밀크티 ‘차이 라떼’ 맛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다. 그러나 이 차이 라떼 자체가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는지라, 혹자는 이 음료를 두고 ‘화장품 맛’이라고도 평가한다.

 

-치약맛 초콜릿?! ‘민트초코’류 제품들

민트와 초코의 조합에 환영하는 이들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wikimedia 캡쳐]

상쾌하고 시원한 민트, 그리고 깊고 풍부한 달콤함이 특징인 초콜릿. 따로 놔도 인기 있는 이 두 가지 맛을 합쳐놓으면, 생각보다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 누군가는 초콜릿 맛도 아니고 치약 맛도 아니라며 혹평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민트의 맛과 초콜릿의 맛이 조화를 이룬다고 호평을 한다. 헌데 이른바 ‘지지층’이 콘크리트처럼 꽤나 단단해서인지,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우유 등 음료로도 출시되고 있다. 물론 ‘비판층’은 각자 매력있는 두 가지 맛을 뭣하러 섞어놓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오늘 포스트에서 소개해드린 음식 외에도, 세상에는 온갖 음식과 식재료들이 존재하며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 입맛에 딱 맞을 리가 없다. 대한민국 군필자들이라면 모두가 알 법한 양파맛 음료수, ‘버◯언’도 누구는 없어서 못 먹고, 누구는 ‘벌칙’처럼 마셨다고 하더라.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루리웹 캡쳐]

호불호 판단은 사실 전적으로 개개인의 차이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맛있는 게 호불호가 갈린다고?’라며 놀라게 될 수도 있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라며 믿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런 취향의 차이에 대해 존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겠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의 ‘최애’ 간식을 콕 짚어 비하하고, “대체 그따위 걸 왜 먹냐”고 묻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모르긴 몰라도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게 틀림없다.

여기에 덧붙여서 자신의 입맛을 타인에게 강요하려 들지도 말자. 권장이나 추천쯤은 몰라도, 싫다는데 굳이 코 밑에 들이미는 것은 꽤나 몰상식하고 무례한 행동이니까. 우리가 맛있게 먹은 뭔가가, 타인에겐 냄새를 맡는 것 조차 고역일 수 있음을 늘 유념하자.

여러분의 취향이 어떻건, 그게 반사회적이거나 불쾌함을 주는 것,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교양공감 팀은 존중하겠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는 어떠셨는지? 호? 불호? 물론 전자이길 바라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에디터가 풀어낸 얘기들이 그리 재밌지 않으셨을 수도 있을 터이니, 그것도 다 호불호나 취향의 차이일 터이니. 여러분의(부들부들), 취향을(울먹), 존중하겠다(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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