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추경안 처리 과정으로 본 다당제 국회

제작=고진경 기자

[공감신문] 21일 청년 일자리와 구조조정 위기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2018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라는 언덕을 넘었다.

정부의 추경안은 지난 4월 6일 제출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으로 인한 여야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45일 동안 국회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드루킹 사건 특검과 추경의 동시 처리를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추경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사실상 민주당과 야당이 특검과 추경을 서로 교환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추경안 졸속 심사 등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민주평화당에서 여당에 기만당했다는 주장과 이번 추경의 처리도 '구태한 정치’의 결과물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으로 부터 군산과 전북 경제 상황 개선 대책 등을 약속받았다고 알렸다. / 윤정환 기자

앞서 평화당은 ‘6.13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 안건’을 찬성하며 민주당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당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특검이 우선 처리되기 전까지는 의원 사직서 안건 등 무엇도 처리할 수 없다며 민주당과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평화당이 의원 사직서 처리 쪽에 합세하면서 중심은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민주당이 자당 121명과 정의당6명, 무소속 손금주 의원에 더해 평화당 소속 의원 14명과 장정숙·박주현·이상돈 의원등 17명의 찬성으로 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의사정족수를 채웠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드루킹 사건 특검 법안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동시에 처리됐다.

특검과 추경에 의한 대립으로 그 어떤 안건도 처리하지 않을 것 같던 국회였지만, 평화당의 선택으로 협상의 물꼬가 터졌고 이후 특검과 추경에 대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평화당이 여당의 편에 서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상황이 곤란해졌고, 결국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만약, 평화당이 의원 사직서 처리 안건을 끝까지 반대했다면 특검과 추경의 이날 처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국회에서 평화당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배경에는 한국 GM(제너럴모터스) 군산공장 사태 등 전북의 심각한 경제 상황이 깔려있었다.

평화당은 민주당으로부터 특검과 추경의 동시 처리와 함께 한국 GM 군산공장 사태와 관련한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정작 추경의 결과는 평화당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 / 윤정환 기자

이날 추경이 처리되고 난 뒤 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추경과정에서 군산과 전북은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기만 당하고 말았다”고 지적했으며, 정동영 의원과 박주현 의원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야합으로 추경심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물론 평화당이 전혀 득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민주당과 한국당 만큼의 성과를 보지는 못한 듯하다. 

현재 우리 국회는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 5당이 활동하며 다당제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당제가 양당제보다는 소수 의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드루킹 특검 국면에 따른 국회 대립을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평화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 역시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안개 낀 국회의사당, 최대 쟁점인 드루킹 사건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이 동시에 처리되기는 했지만 대립의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국회 주요 5당의 합의로 최대 쟁점이었던 특검과 추경이 처리됐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현안을 주고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또 여당과 제1야당만 정국을 이끄는 형국이다.

우리 국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가 확립되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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