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 갈 곳도 많다는데…국내 여행지, 외면 받는 이유는 왜일까?

[공감신문 시사공감]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업무에 학업에 정신없이 치여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문득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뭐, 기자는 거의 맨날 그렇지만 말이다(...) 

특히나 이렇게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밖은 이렇게나 햇볕도 좋고 모처럼 공기도 맑은데, 이 좋은 날씨를 창문너머로만 감상하고 있다니 어쩐지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여름휴가를 위해 빡세게 다이어트 중인 분들도 계실 거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이제 한 달 정도만 지나고 나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렸던 여름휴가철도 다가올 테다. 아직 계획을 세워놓지 못한 분들이라면 아마도 요즘이 제일, 마음이 바쁜 시기가 아닐까 한다.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어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엄청난 집돌이, 집순이가 아닌 다음에야 황금 같은 휴가를 집에서만 보내고 싶은 분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고 싶은 분들이 더 많지 않을 테고.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왜 굳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해외로 나가려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멋지고 매력적인 관광지들이 곳곳에 있다는데 말이다. 

오늘 시사공감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max pixel/CC0 public domain]

그래서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왜 이렇게 해외여행을 선호하게 된 것인지, 국내 여행지가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매년 15%씩 늘어나는 해외여행자들 
최근 주변을 돌아보면 해외여행 경험이 아예 없다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워진 듯하다. 또 해외로 나가보지 못한 이들이라 하더라도, 앞으로도 평생 갈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기자 주변의 한 지인은 “하다못해 신혼여행은 해외로 가겠지” 라더라.

휴가철만 되면 인천국제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언제부터라고 정확히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 해외여행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해외여행객 수 최대 기록 경신’이란 타이틀을 단 기사는 너무 많이 봐서 별로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은 2649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2238만 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8%나 늘어난 것으로, 이 같은 증가세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외여행자 수가 이처럼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저가항공의 성장세가 가장 먼저 꼽힌다. 

이벤트 특가 티켓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지만 얻을 수 있다.

국내 LCC 항공사들이 저렴한 가격의 티켓을 선보이면서 국내여행과 비용격차를 단숨에 축소했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기자만 하더라도 지난해 홍콩여행 당시 20만 원에 왕복 항공권을 끊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해외여행 증가를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워라밸(Work-Life Balance) 등으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소비문화는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지금 당장 나를 위해’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의 나를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해외여행 증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여기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것 역시 해외여행에 대한 경계를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길 찾기, 맛집 검색, 숙소 예약 등 모든 게 손 안에서 한 번에 해결되다 보니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 “국내 여행, 왜 안 가세요?”
이렇게 해외로 떠나는 이들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여행에 대한 선호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 [freepik]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의 선호도 차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은 해외여행을 더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국내여행과의 비용차이가 크지 않아서’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분도 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에도 해외 못지않은 훌륭한 관광지들이 전국 이곳저곳에 분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이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도대체 왜일까?

오늘 포스트를 작성하기에 앞서 기자 주변에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지인 A에게 왜 국내로는 여행을 다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비싸서”라는 답변이 가장 먼저 나왔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상 여행은 휴가철에만 가능한데, 성수기만 되면 국내 어딜 가도 바가지를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숙박비부터 관광 스폿 주변 음식점, 바다나 계곡의 자릿세 등등 모든 것이 바가지 아닌 게 없다고 그녀는 성토했다. 

국내여행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한 온라인여행사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국내여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선돼야 할 요소(중복응답)를 묻는 질문에서도 76.8%가 숙박요금을 지목했다. 

이어 ‘관광지 위생상태가 개선돼야 한다’(34.8%), ‘휴가비 지원정책이 강화됐으면 좋겠다’(19.3%), ‘여행지 광고 대신 정보성 콘텐츠가 늘어나면 좋겠다’(19.2%) 등의 순으로 의견이 제시됐다. 

 

■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되려면

비행기보단 기차여행이 왠지 더 낭만이 있지만(...) 이하는 생략하도록 한다. [wikimedia]

위 설문조사에서 62.1%의 응답자는 휴가비 지원, 대체공휴일 확대 등의 휴가지원정책이 실현된다면 국내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관련 정책들이 강화된다면 국내여행을 더 자주 갈 의향이 있다는 이들은 10명 중 7명꼴(71.4%)이었다. 

여행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관광시장은 오히려 위축되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겠다. 

이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을 목표로 한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관광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휴가 사용문화를 확산시켜 국내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근로자 휴가지원제도 [한국관광공사]

계획에는 ▲관광교통패스 도입 ▲청소년 맞춤 여행프로그램 개발 ▲근로자 휴가지원제도 도입 ▲실버여행학교 도입 ▲열린관광지 확대 ▲나눔여행 활성화 ▲대체공휴일 확대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은 이미 모집이 완료돼 최종 대상자까지 선정된 상태다. 25일간 진행된 이 사업의 참여대상자 모집에는 8500여 개의 기업의 10만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를 신청해 약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2018 봄 여행주간 전국 특별프로그램 [문화체육관광부]

정부는 이외에도 계절별로 여행주간을 선정해 국내 관광지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여행주간은 부처와 민간이 협업해 교통편, 숙소 등을 할인함으로써 여름에 집중된 국내여행 수요를 봄, 가을, 겨울 등으로 나누는 정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작 국내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바가지요금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당 부처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별다른 행정조치 권한이 없는 탓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해진다. 

 

■ 올해 여름휴가, 어디로 떠나세요? 

여름의 해운대는 딱 그때,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활기와 분위기가 있다. [wikimedia]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자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국내여행지는 참 많다. 아마 독자여러분도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국내여행지 하나쯤은 다 적혀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왜 안 갔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것이라 하겠다. 

굳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먼 길을 떠나는 것보다 가깝고 더 마음이 편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가도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 등을 생각하면(...) 국내여행을 떠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휴가철이 다가오고, 정부는 올해도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와 같은 캠페인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를 늘려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일 테다. 

올해 여름휴가, 목적지는 다들 정하셨는지 [max pixel/CC0 public domain]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행객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가격에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여행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먼저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좋은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이끌어낼 수 없지 않을까. 

올해 여름휴가,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지? 그곳이 어디든 아무런 걱정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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