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대통령선거서 '근절' 외쳤지만 여전히 ‘네거티브·흑색선전·가짜뉴스’ 난무

제작=고진경 기자

[공감신문] 한 여름보다 뜨거웠던 2018년 6.13 지방선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여느 선거와 다름없이 다양한 논란이 일었고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는데, 이번에도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가짜뉴스’가 마치 한 세트마냥 6.13 지방선거 곳곳을 누볐다.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2017년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당시도 상대후보 헐뜯기와 불분명한 출처의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우리 선거 문화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이 확인됐었다.

그 뒤로 단 1년이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수십년이 지나기라도 한 듯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이번에도 맹렬하게 전개됐다.

일부 후보들은 악성의 네거티브·흑색선전으로 큰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피해의 범위가 후보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가족과 그 주변에까지 미치면서 우려를 키웠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네거티브·흑색선전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현실을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선거에서 사용되는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의 주된 이유는 도덕성이다. 후보 본인을 포함해 가족, 보좌진 등 주변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정책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하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은 개인차가 크고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용인될 수 있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 가지 사안도 기준에 따라 세 가지, 네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도덕적 평가를 도출할 수 있다.

물론, 지역과 주민들을 대표해 현안을 처리할 후보들의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각자 다른 기준으로 모호하게 다뤄질 수 있는 문제들까지 도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네거티브·흑색선전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도 도덕성을 빌미로 한 네거티브·흑색선전의 사례들이 쏟아졌다. 그 중 하나를 설명하자면 대표적으로 경기도 의왕시장 선거를 꼽을 수 있다.

의왕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상돈 후보는 사전투표 날인 전날인 지난 7일 날벼락을 맞았다.

이날, 의왕시청에서는 한 남성의 요청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남성은 김상돈 후보의 부인인 차 씨와 과거에 함께 사업을 했던 사이다. 남성은 차 씨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분쟁이 생겼고, 그러던 중에 차 씨의 남편인 김 후보가 의왕시장에 출마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하게 됐다.

김상돈 더불어민주당 의왕시장 후보가 가족들과 함께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후 남성의 기자회견은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내연관계로 포장돼 일파만파 확대됐고, 김 후보는 내연남을 둔 여성의 남편으로 바뀌었다. 김 후보와 가족들은 해명 기자회견 등을 통해 알려진 바가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호소했지만, 이미 내연관계라고 쓰인 주홍글씨를 지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본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남성이 사실관계를 정립하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김 후보는 겨우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다.

당시 남성은 자신과 김 후보 부인 차 씨의 내연관계 논란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이번 논란과 기자회견의 진짜 이유는 ‘채무관계’였다고 털어놨다.

남성은 차 씨와 가게 등을 동업 하면서 차 씨에게 돈을 빌린다. 하지만 채무를 제때에 갚지 못했고 분쟁이 시작됐다.

당초 기자회견의 목적도 사실이 아닌 내연관계의 폭로가 아니었다. 남성은 “채무관계로 자신을 구속을 시킨다고 하자 열이 받아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내연관계 그런 쪽으로 얘기 나왔다. 내연관계도 아니고 지금 뭐 선거판에 내가 왜 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남성은 채무관계로 구속시키겠다는 말은 누가 주장했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김 후보는 선거에서 이겨 의왕시장에 당선됐지만, 하마터면 크게 억울할 뻔했다.

6.13 지방선거 선거율은 60%를 넘기며 국민의 높은 정치적 관심을 증명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 '네거티브 선거 문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선거만 되면 도덕이라는 포장을 씌운 네거티브·흑색선전으로 상대를 비방하고 깎아 내린다. 사실관계 확인도 의미가 없으며, 후보를 넘어 그 가족에게서도 부족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가차 없이 공격에 나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도덕적 약점을 찾아내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기 보다는 서로의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공유할만한 정책이 있는지 등을 찾는 ‘정책 우선 문화’가 필요하다.

정책에만 치우쳐 후보자 검증 문제를 덮자는 것도 아니다. 후보자가 법을 어기는 등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 해결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다. 그런데 법을 두고 마치 마녀사냥을 하는 듯한 네거티브를 구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앞으로 선거문화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는 과도한 네거티브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나 민·관·협이 참여한 위원회 및 기구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6년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지난 2016년 겨울 우리나라는 평화적인 촛불집회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만 되면 이를 잊어버리고, 마치 이승만 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만 같다.

2년 뒤인 2020년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있다. 이때는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는 모습이 선거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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