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하며 흥겹게 한 잔, 술 게임과 함께 하는 주말 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이번 주는 참 길었다. 뭐 언제는 안 그랬느냐만 이번 주는 유독 하품을 더 많이 하고, 회사에 머물렀던 시간이 긴 것 같이 느껴진다. 왜 그런고 하니, 아마도 이번 월요일 밤에 열렸던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18일 밤 9시부터 열린 이 경기는 우리에게 그리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그 경기를 보고 속상해하셨을 듯 싶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골키퍼의 수차례 선방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한 골을 내줘야 했으며, 그때부터 시작된 스웨덴 선수들의 X케아 침대 축구에 울화통을 터뜨렸다.

상당히 속상했을 김민우 선수.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눈부신 활약을 보여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장면을 지켜봤던 많은 분들은 아마 속 타는 목마름으로 술을 들이키셨을 게다. 적어도 에디터는 그랬다. 늦은 밤까지 “제발 한 골만 넣어라!” 간절히 바라면서 한 모금, 코너킥 타이밍에 또 한 모금, 조현우 키퍼의 호쾌한 선방에 다시 한 모금. 마지막에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또 한 모금. 월요일 저녁부터 이렇게 달린 탓에, 이번 주가 길게 느껴진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스웨덴에게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승부는 결착이 났다. 이제 우리는 선수들이 다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다시 응원해줘야 한다. 그리고 다음 경기가 이번 주말 밤으로 예정된 만큼, 그 응원 자리에 알코올이 빠지긴 어렵겠다.

스트레스 해소에 '적절한' 정도의 음주는 꽤나 도움이 된다(경험담). [wikimedia 캡쳐]

우리나라의 다음 경기 일정은 이번 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1일 0시에 열린다. 많은 이들이 토요일 저녁부터 집 근처 호프집, 번화가의 핫한 주점으로 몰려들 듯 싶다. 만약 이런 일정이 잡혀있다면, 경기를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함께 술 게임 한 판 어떠신지?

‘술 게임 소개하려고 참 멀리도 돌아왔네’ 싶으시겠지만 일단 한번 들어보시라. 술 게임은 비단 월드컵 기간 동안이 아니라도 언제든 즐길 수 있으니까. 이를테면 대학교 MT, 회식, 또는 워크샵, 친구 결혼식의 피로연 등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 어색하고 서먹한 사이를 좀 더 가까워지게 만들고, 묘한 기류를 흘리는 두 사람을 짝지어 주며 깔깔댈 수도 있으니까.

※ 교양공감팀은 건전하고 즐거운 음주문화를 지향한다. 지나친 과음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 훈민정음 게임

권장 인원: 3인 이상

권장 타이밍 : 술자리의 초반~중반부

필요한 것: 한국어 실력!

훈민정음 게임의 규칙은 이러하다: 화기애애하게 “훈민정음~ 훈민정음~” 하며 노래를 부른 뒤 진행자(생일 맞은 친구, 최고 연장자, 혹은 막내 등)가 엄지 손가락을 펼쳐 내밀면서 두 글자, 세 글자의 초성을 말한다.

진행자: "ㅁㅈ(미음 지읒)!"

참가자들은 초성을 듣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외치며 엄지 위에 엄지를 이어붙이면 된다. “여기여기 붙어라~” 할 때의 그 것처럼.

참가자A: "맥주!" / 참가자B: "모자!" 단어를 잘못 말하거나, 제일 꼴찌로 따봉을 붙는 사람이 패배자!

초성을 듣고 단어를 빨리 외치지 못하거나, 길게 이어 붙은 엄지의 맨 위(꼴찌)가 벌칙을 받게 된다. 벌칙은 물론 벌주 원샷! 마셔!

위대한 세종대왕께서 술자리 게임까지 만드신 건 결코 아닐 테고,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며 되돌아보자는 깊고 넓은 뜻(?)이 담긴 게임이기에 ‘훈민정음’이란 이름이 붙었나보다. 이 게임의 포인트는 ‘훈민정음~ 훈민정음~’하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는 것, 적절한 단어들이 나오게끔 초성을 잘 선정하는 것이다. 지저분한 단어가 등장해 흥을 깨는 일 없도록 주의하시길!

 

■ 귓속말 게임

권장 인원: 4인 이상

권장 타이밍 : 술자리의 초반~중반부

필요한 것: 가글!

tvN ‘인생술집’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스데이 멤버 유라가 이 귓속말 게임을 ‘술자리 최고의 게임’이라며 소개한 적이 있다. 귓속말 게임의 방법은 이렇다: 게임을 시작하는 진행자가 오른쪽(또는 왼쪽) 사람에게 귓속말로 지시를 내린다.

진행자: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 지목해!"

지시를 받은 사람은 이행하되, 지시의 내용을 말해서는 안 된다. 지목받은 사람을 최대한 궁금하게 하기 위해 리액션을 크게 하는 것이 중요. 자, 지목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도대체 지시가 뭐였길래 나를 지목했을까. 궁금하다면? 마쎠!!

걸스데이 유라가 '최고의 술자리 게임'이라 꼽기도 했다. [tvN 인생술집 방송 장면]

애초부터 유명했던 이 게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술을 먹이는, 일종의 ‘농락 게임’ 계열이라 분류할 법 하다. 귓속말 게임은 귓속말을 들은 사람이 최대한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또한 이 게임은 썸남썸녀가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빛을 발한다고 하더라.

 

■ 핸드폰 알람 게임

권장 인원: 4인 이상

권장 타이밍 : 술자리의 중반부

필요한 것: 타임워치나 알람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자, 어색함이 감돌던 자리를 아이스 브레이크로 풀어줬다면, 이제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들이켜 보자. 과거 ‘가족 오락관’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이 지나면 폭발(물론 실제 폭발은 아니고)하는 폭탄을 옆 사람에게 돌리는 방식의 게임을 여러분은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것. 일명 ‘폭탄 돌리기’ 게임을 술자리에서도 해볼 수 있다. 타이머, 알람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핸드폰 알람 게임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1분, 2분, 사람이 많다면 3분까지도 괜찮다. 정해진 시간 뒤 알람이 울리게 설정한 휴대폰을 오른쪽(혹은 왼쪽)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지시어를 말한다.

폭탄돌리기와 비슷한 류의 게임! 스마트폰이 있다면 술자리에서 즐겨볼 수 있다. [KBS2 해피투게더 방송 장면]

핸드폰을 넘겨받은 사람은 규칙에 따른 단어를 외치고 오른쪽 사람에게 이어 넘긴다. 다음 사람도 마찬가지.

규칙에 어긋나는 단어를 말하거나, 정해진 시간이 끝나 알람이 시끌벅적하게 울릴 때 폭탄(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번 판의 주인공! 벌칙을 받으면 된다. 벌칙은 당연히? 벌주 원샷! 매쒸어!

이 게임의 포인트는 헷갈리기 쉬운 키워드 설정이다. 지하철 노선 말하기 외에도 나라 이름 대기 등이 있으니 진행자가 입맛대로 고르면 되겠다. 또,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만큼 크고 해괴한 알람음이 있다면 자리의 즐거움이 한결 더 커질 것이다. 다만 알람 시간을 너무 길게 설정하면 게임이 루즈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것!

 

■ 이순신 게임

권장 인원: 4인 이상

권장 타이밍 : 술자리의 중반부

필요한 것: 100원짜리 동전, 500cc 맥주잔

100원짜리 동전이 없으면 500원이라도… 그럼 '이순신 게임'이 아니게 되지만… [photo by cc0 photo on Flickr]

동전 하나와 500cc 맥주잔만 있어도 진탕 취할 수 있는 이 위험한 게임의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이 동전의 앞면(이순신 장군)과 뒷면(숫자, 100원) 중 한 면을 정한다. 이후 500cc 맥주잔에 소주건, 맥주건, 원하는 만큼 재량껏 채워 넣는다.

자, 이제 긴장되는 시간이다. 동전을 위로 튕기거나 던져서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를 맞춰보자. 만약 자신이 선택한 쪽이 나온다면 무사히 오른쪽(혹은 왼쪽) 사람에게 술잔과 동전을 넘겨주면 된다. 만약 자신이 앞면을 선택했는데, 동전은 뒷면이 나왔다고? 문답무용, 500cc 잔을 비워라! 마시고 또 마셔!

맥주잔에 양껏 따랐다가 자업자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조심! [giphy 캡쳐]

이 게임은 어느 정도의 ‘운빨’이 작용한다. 동전을 던지기 전, 맥주잔에 얼마만큼의 술을 따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세 좋게 맥주잔을 가득 채웠다가 정작 자신이 걸린다면? 결자해지, 잔을 따른 사람이 마셔야지 뭐! 게임 원리가 이렇다 보니 어느 정도 ‘의리 게임’ 같은 구석도 있다. 자신이 술을 잔뜩 따라놓고 옆 사람에게 무사히 넘겼다가, 옆 사람이 동전의 앞뒷면을 못 맞춰 원샷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흥이 올라왔을 때 해보면 긴장감과 스릴이 대단하더라. [다크나이트 영화 장면]

참고로 술자리가 무르익다보면 동전을 던졌다가 잘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여분의 동전을 더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때문에 동전을 튕기고 받는 기회를 3번까지 주거나, 혹은 가차 없이 ‘낙장불입’ 원칙을 고수할 수도 있겠다.

 

■ 병뚜껑 제비뽑기

권장 인원: 2인 이상

권장 타이밍 : 술자리의 후반부 (병뚜껑이 그럭저럭 모였을 때)

필요한 것: 인원수보다 많은 양의 술 병 뚜껑

자, 어느 정도 얼근하게 취하셨다면 이제 게임이고 뭐고, 다 골 아프실 것이다. 그런 느즈막한 타이밍에 아주 쉽고 간단한 병뚜껑 제비뽑기 게임을 추천한다. 소주, 맥주의 병뚜껑에는 생산 라인을 뜻하는 번호가 꼭 적혀있다. 병뚜껑 제비뽑기는 그 숫자를 단순히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다.

소주, 맥주 병 뚜껑에는 대부분 두 자리 숫자가 적혀있다. 이 숫자를 가지고 노는 방법도 참 다양하더라.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진행 방법은 이렇다: 술자리 인원수 이상의 술 병 뚜껑을 준비한다. 병뚜껑의 모서리가 날카롭고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면서 한 사람씩, 순서에 따라 병뚜껑을 선택한다. ‘섯다’를 하듯, 자신이 들고 있는 패(병 뚜껑 속에 씌여진 숫자)를 본다. 예림이! 그 패 봐봐! 숫자가 가장 낮은 사람이 패배자!

 

■ 과음 금물, 술은 딱 즐거울 정도로만

어느덧 나이 앞자리가 숫자 3으로 바뀐 에디터도 대학생 시절에는 술 게임 깨나 즐겼었다. 물론 지금처럼 기상천외하고 신통방통한 게임을 하진 않았고, 숫자 31에 집착하거나 3의 배수마다 박수치는 정도? 아니면 손가락을 접는 손병호 게임이 그나마 ‘최신판’이었다. 헌데 요즘은 또 다르더라.

술 게임도 어째 갈수록 다양하고 참신해져가는 것 같다. [photo by kats weil on unsplash]

요즘 술집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유쾌한 친구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모아놓고, 같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답장이 오는 순서대로 1, 2, 3등을 매긴다. 가장 답장을 빨리 받은 사람이 승자, 가장 늦게 받은 사람이 패자라더라. 과연 스마트 세대, 술 게임도 스마트하다. 또 본인들밖에 모를 노래(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는 이제 철 지난 노래란다)를 부르며 밤을 불태운다.

오늘 소개해드린 술자리 게임들 모두 재밌지만, 뭐니뭐니 해도 21일 0시부터 시작되는 ‘멕시코전’ 게임이 가장 재밌었으면 한다. 경기가 재밌으려면 3점, 적어도 1점의 승점은 챙길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고.

우리 선수들 응원해주려면, 인사불성으로 취해선 안되겠지요? [giphy 캡쳐]

매번 음주 관련 내용을 다룰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과음은 금물이다! 축구 경기를 기다리다가 진탕 취해버린다면 우리나라가 이겼는지 졌는지도 분간하지 못할 게 아닌가. 술도 술 게임도 적당히, 가볍게, 딱 즐거울 정도로만.

반가운 친구들과 모여앉아 다 같이, 짠~ [photo by jakob.montrasio.net on flickr]

또! 분명 요즘은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술집들도 있다. 이런 곳에서 떠들썩하게 게임 구호를 외치는 건 조금 안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에게도 민폐고. 술 게임도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과음하지 않으면서 즐기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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