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확산되는 反난민정서, 단순 인종혐오일까

[공감신문 시사공감] 제주도 예멘난민 수용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공감 독자여러분은 지금의 이 사태를 어떻게 지켜보고 계실는지. 아마도 많은 분들이 수용 반대를 외치고 있을 줄로 짐작된다. 

기자의 주변만 둘러보더라도 난민수용에 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불과 70여 년 전 전쟁을 겪었던 나라의 국민이기에 난민들의 상황도 충분히 공감은 되지만, 수용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많더라. 

일각에서는 이렇게 수용반대를 외치고 있는 이들을 가리켜 ‘인종혐오주의자’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난민을 배척하는 것은 인종혐오에 불과하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를 외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Created by Freepik]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수용반대를 외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인도주의와 온정주의만으로 들끓는 불만을 해소할 수는 없어 보이기에, 이 불안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공감신문 시사공감 포스트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한 번 더, 난민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우리보다 한 발 먼저 난민문제를 겪었던 나라들의 선례를 차근히 짚어보다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풀어줄 단서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 ‘난민포비아’로 들끓는 국제사회 

난민선의 모습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난민은 6850만 명으로 집계된다. 영국의 전체 인구 6657만 명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난민 수 5000만 명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혹자는 지금의 지구촌을 가리켜 ‘난민포비아 사회’라고 부르더라. 그만큼 난민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국가를 불문하고 멀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뜻이겠다. 

난민국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유럽에서의 반감은 더욱 거세다.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극우정당의 득세현상과 민족주의 열풍 또한 반난민정서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 탈퇴) 역시 독일의 난민 분산 수용안에 대한 반발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을 떠난 난민들이 유럽에 첫 발을 내딛는 관문인 이탈리아의 경우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독일 비정부기구(NGO) '미션 라이프라인'이 인근 지중해에서 고무보트에 탄 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이탈리아에 들어온 난민은 70만 명에 달하며, 불법체류자도 50만 명이 넘는다. 유럽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시칠리아는 애초에 이탈리아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시 중 하나였는데, 몰려드는 난민들로 인해 경제상황은 물론 치안마저 최악에 치달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에서는 이달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으로 구성된 포퓰리즘 연합정부가 출범했다. 마테오 살비니 연정 내무장관 겸 부총리는 ‘불법체류 이민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시키겠다’는 총선 당시 공약을 하나 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난민의 어머니’라 불리며 친(親)난민정책을 펼쳐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독일은 EU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난민(141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반난민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세몰이에 나서자,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 기독사회당마저 반난민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오른쪽)와 자유당 대표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왼쪽)

서유럽에서 가장 강경한 난민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최근 대규모 난민 유입차단 훈련을 강행했다. 이 훈련은 독일이 난민수용을 완전 차단하는 상황을 가정해 군경연합으로 시행됐다.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으로 구성된 오스트리아 연정은 난민들의 지중해 루트를 차단하고, 난민수용시설을 EU 경계 밖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난민을 도와주면 처벌하는 반난민법, ‘스톱 소로스’(Stop Soros) 법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으며 통과했다. 이 법안은 난민을 도와주는 개인이나 단체를 최고 징역 1년형에 처하도록 했으며, 외국인은 헝가리에서 정착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 反난민정서, 그 이유는 

지난 2015년, 독일의 한 청년이 ‘환영’이라고 쓰인 판지를 들어 보이며 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난민들을 배척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환영한다는 팻말을 들고 난민의 이주를 반기던 장면이 기자의 기억 속에는 생생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난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걸까. 

가장 먼저 치안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지난 2016년, 독일 쾰른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력 사건은 이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 사건으로 거론된다.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쾰른 대성당 앞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 모습

당시 외신언론보도에 따르면 2015년 12월 31일 독일 쾰른 중앙역 부근에서 북아프리카, 중동계 남성으로 이뤄진 범죄자 1000여 명이 새해축제를 즐기러 나온 여성들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쾰른 시내 한복판에서도 여성들을 집단으로 둘러싸고 성추행을 하거나 강도행각을 벌이는 등의 범죄행위가 자행됐다. 

이날 중앙역 부근에는 143명의 주 경찰과 70여 명의 연방경찰이 배치돼 있었으나, 1000여 명이 넘는 범죄자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들을 제재하는 여경찰이 강간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독일 내 난민 관련 범죄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통계만 보더라도 난민범죄율은 대규모 난민유입이 이뤄지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 기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난민을 돕던 독일의 한 여성 활동가가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하며 유럽 전역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지자들이 무슬림들에 의한 테러규탄 집회를 벌이는 모습

이 같은 난민범죄는 독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난민 2명이 프랑스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난민 수용국들이 크고 작은 난민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전통적인 이슬람 율법을 고수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이슬람 혐오)도 중동난민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국가 대부분은 이슬람 원리주의가 매우 강한 지역들이다. 문제는 내전을 피해 다른 나라로 향하는 난민들 속에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뒤섞여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슬람 원리주의는 중동지역의 형제 이슬람 국가인 터키나 레바논 등의 국가에서도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남동부 아크카케일 국경지역에서 철조망을 사이로 국경을 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세속화가 많이 진행된 이들 국가는 그간 상당히 자유로운 사회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최근 난민으로 들어온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지역 주민들 간의 마찰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중동국가에서조차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판국에, 아예 종교와 문화가 다른 유럽 국가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특히 중동난민들이 배타적인 음식문화를 비롯해 일부다처제, 일과 중 참배 등 이슬람 특유의 문화를 고집하는 것은 이주국가에 융화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 국민 불안감 해소가 먼저 

지난 25일 예멘인 난민신청자 등에 대한 난민 인정 심사가 시작됐다.

이미 대규모 난민수용이 이뤄진 국가들이 겪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이 우리나라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결국 난민수용 반대를 부르짖게 만들고 있다. 이것을 과연 단순한 인종혐오로부터 출발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또 누군가는 이 같은 유럽의 선례들을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몰아가기도,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포장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이런 말들이야 말로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가이기에 이미 국내로 들어온 난민들을 무작정 내쫓아버릴 수도 없는 입장 역시 이해할 법하다. 인도주의나 온정주의가 나쁘거나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Created by Pressfoto - Freepik]

하지만 자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 역시도 정부의 몫이다. 난민문제를 둘러싼 모든 불안과 공포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갈등이 쉽게 풀릴 리는 없을 것이다. 

아직 난민수용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내외적인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깊이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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