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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흉기가 돼버린 소년법, 다시 불붙는 폐지여론피해청소년 보호에 더 집중해야 될 때

[공감신문 시사공감] 지난해 초,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인천 유치원생 살인사건을 기억하시는지. 미성년자가 벌인 짓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범죄행각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같은 해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또 다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잇따라 터지는 청소년 강력 범죄로 인해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답변 기준 수 20만 명을 최초로 돌파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이 내려진 첫 번째 글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시대가 바뀌면서 청소년들의 사춘기 연령대는 더욱 더 어려지고 있고 신체발달, 정신적 발달 등이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그들을 어리다고 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어리고 힘없는 피해자 청소년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소년법의 폐지를 공론화해주시기를 대통령님께 간곡히 바라고 청원합니다.
소년법 폐지청원 中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던 소년법 폐지여론은 최근 들어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또 한 번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포스트가 작성되고 있는 오늘(12일), 관계부처 장관들이 긴급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미성년자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다시 커지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소년법은 정말로 폐지되어야 할 법인 걸까. 오늘 시사공감팀과 함께 소년법 폐지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 잊을 만하니 또

관악산 폭행 피해자의 사진 [페이스북]

지난 6월 26일. A양은 알고 지내던 또래 여고생과 중고교 선후배 등 5명에게 서울 석계역 인근 노래방에서 1시간 반가량 구타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가 하면,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걸고 A양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노래방에서 나온 뒤에도 폭행은 계속됐다. 가해자들은 이후 A양에게 마스크를 씌워 대중교통을 타고 관악산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남학생이 합세했다. 이들은 A양의 옷을 벗겨 구타를 가하고 심지어는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끔찍한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무려 5시간이나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가해자는 총 10명이다. 이중 8명은 폭행을 주도한 학생이며, 나머지 2명은 현장에 잠시 있었던 단순 가담자로 조사됐다. 폭행을 주도한 8명의 청소년 중 1명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피해자의 피해정도와 가해자들의 뻔뻔함까지. 분노한 여론은 다시 들끓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근 1년 만에 또 다시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연달아 게재됐다. 관악산 폭행사건의 피해자의 언니가 쓴 청원글은 현재까지 13만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이 학생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학생들일까요? 잔인하게 폭행하고 다니는 악마들입니다.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주동자인 여중생은 촉법소년으로 처벌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인은 바로 구속수사가 가능하지만 학생이란 이유로 죄를 지어도 벌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계속 법의 허점을 노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이 시급합니다”

관악산 폭행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올라온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강화’ 청원도 현재까지 28만 명 이상의 공감을 받았다. 이 청원의 작성자는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 B양의 어머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 3월 저희 아이는 2000년생 남자아이 3명과 딸아이와 같은 15살 남학생 4명 등 총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중 2004년생 남학생 4명은 청소년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4명 모두 소년원에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근데 이 4명의 아이들이 소년원에 들어가고 나서, 소년들의 여자 친구들에게서 협박이 오기 시작했어요. 4명의 학생들은 오히려 소년원에 들어간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입니다.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피해자인 우리 아이가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하고, 가해자인 아이들이 더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잘 생활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그 소년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는 재범의 생각이 들지 않도록 더 강한 법의 심판을 요구드립니다”


■ 다시 불붙은 소년법 폐지여론

소년법상 처벌규정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Created by Awesomecontent - Freepik]

소년법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최대 15년형만 내릴 수 있다. 다만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준하는 중범죄의 경우 최대 20년까지도 구형이 가능하다. 인천 유치원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양은 지난 4월 2심에서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사처벌은 아예 불가능하며 보호처분만 내려진다. 10세 미만은 보호처분마저 불가능하다.

사실 소년법은 청소년에 대한 처벌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기 보다는 반사회성이 있는 청소년을 교화시켜 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소년법 제1장 1조에서는 이 법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소년의 환경조정과 품행교정을 위해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돕도록 한다”

정부는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난해 소년법 폐지·개정 청원에 대해 청와대 역시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법을 개정·폐지하기보다, 그 취지를 되살려 청소년 강력범죄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회를 뒤집어놓은 몇몇 청소년 범죄사건들만 보더라도, 현재의 소년법이 가지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마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소년법이 가해 청소년을 보호하느라 피해 학생들의 아픔은 돌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평생 동안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될 텐데 그에 비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피해자가 사건 처리결과를 알지 못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Created by Jcomp - Freepik]

실제 2016년 검찰에 입건된 전체 소년범의 기소율은 7.1% 수준에 그친다. 징역형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된 청소년은 0.8%에 불과하며, 소년원에 수용된 청소년도 2.9% 수준이다. 게다가 가정법원 소년부에 넘겨진 가해자들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즉, 대다수의 피해자가 본인의 사건 처리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가해자와 다시 마주치게 될지 몰라 도리어 피해청소년이 지역을 떠나거나 외출을 꺼리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갈수록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 마땅한 대책은

12일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한 관계장관 긴급회의가 열렸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소년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관계장관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이 참여해 소년법에 관한 논의를 나눴다.

김 부총리는 “최근 청소년 집단폭력 사건은 학교 안팎에서 알고 지내던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이 노래방, 원룸, 인적이 드문 곳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휴대전화 유심칩을 빼앗아 신고를 차단하는 등 성인범죄를 모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폭행장면이나 피해자에 대한 비난글을 SNS에 올려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등 기존의 청소년 폭력사건들과도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국민들의 뜻을 헤아려 가해청소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수사하고, 피해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는 강화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현황을 점검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해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마련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부처별로 추진하고 있는 관련 정책의 문제점과 한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책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오는 8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가장 많이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소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 청소년 범죄를 예방·선도하는 ‘명예보호관찰관’은 현행 8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하는 등 재범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 피해청소년 보호에 집중해야

현장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created by dashu83 - Freepik]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논하기 전에 지금의 법이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현장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소년원 수용인원은 1726명이었다. 수용정원 1250명보다 140%나 초과한 과밀수용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소년원과 안양소년원은 초과수용률이 각각 185%, 171%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소년원의 교화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당초 법의 취지대로 소년범들이 소년원을 통해 교화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투입과 인적자원을 투입하는 등 실무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무현실 개선과 소년법에 대한 재검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Created by suksao - Freepik]

소년범 가운데 중범죄에 해당하는 5%를 제외한 나머지 95%는 생계형 범죄 등 가벼운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법의 취지부터 되살리자는 목소리도 이해할 법하다. 이 95% 청소년 중 교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도 분명 많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비행의 수준을 벗어난,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가는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년법을 외려 무기로 삼는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피해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대책마련이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created by mindandi - Freepik]

소년법에 대한 폐지여론이 들끓었다가 사그라들기를 벌써 몇 차례. 이런 와중에도 피해자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른들이 발 빠르게 나서야 할 차례다.

    시사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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