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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며 멍 때릴 때 듣기 좋은 노래들마음을 뽀송뽀송하게 세탁해주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하늘이 얼룩덜룩하게 때가 탄 게, 세탁기에 돌릴 때가 된 모양이다. 누리끼리하고 거무튀튀한 것들이 하얀 하늘 곳곳에 묻어있다. 마음도 얼룩덜룩해 지는 듯한 요즘이다.

여름철 특유의 꾸물꾸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기는 습하고 눅눅해져버린 지 오래다. 그 탓에 요즘은 ‘뽀송뽀송’한 뭔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며 발끝을 사각사각 간질이던 차렵이불은 이제 힘아리 없이 삶아진 시금치마냥 늘어져 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패브릭 소파도 앉은 자리 그대로 움푹 주저앉아 눅눅함만 머금고 있다. 고온다습, 문자 그대로 기온은 높고, 습도는 그보다 한 술 더 뜬다.

꿉꿉하고 눅눅하고, 마르지 않은 빨래가 가득찬 건조대는 참 거슬린다.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꽤나 한참 널어둔 빨래도 도통 마를 생각을 않는다. 매일 아침 ‘오늘 퇴근하고 오면 말라있겠지’ 생각하지만 집에 돌아와 만져보면 여전히 눅눅하다. 그게 벌써 며칠 째다. 세탁물은 쌓여가건만, 먼저 널어둔 빨랫감이 마르질 않으니 세탁을 하기도 애매하다.

거뭇거뭇 때 묻은 하늘처럼, 우리 마음도 먹구름이 끼어든다. 그러니까 별게 다 거슬리고, 짜증도 늘어간다. 불쾌지수가 높다 보니 회사에서 있었던 평범한 해프닝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 같고, 시원섭섭할 일도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 마음도 세탁기에 넣고 빨 수 있으면 좋겠다.


■ 눅눅한 기분을 세탁하는 방법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 드럼통을 멍하니 앉아 바라보는 게 취미라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의외로 꽤 많다. 왜 굳이 그런 시간을 보내느냐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준다고들 하더라.

빙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나름의 '힐링'이라고들 하시더라. [giphy 캡쳐]

그런 취미를 가진 분들은 세탁물 바구니의 빨랫감을 세탁기 안으로 비워낼 때 마치 머릿속을 비워내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요즘 날씨처럼 고온다습한 기분도, 얼룩덜룩 때 묻은 마음도 돌아가는 세탁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빨아지는’ 것 같다고. 그것도 일종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말한다.

그런 의외로 많은 분들은 비단 에디터 주변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해외에도 “세탁기 돌아가는 걸 지켜보면 편안한 마음이 든다”거나, “헤어드라이기를 할 때처럼 잠이 솔솔 온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더라고. 그런 분들은 집안 세탁실, 또는 코인 세탁소 등을 ‘Comforting Spot(위로가 되는 장소)’라 한다고.

건조대에 널어놔도 마르지 않는다면, 건조기에 넣고 돌리는 것이 상책. [pinterest 캡쳐]

일기예보는 ‘장마는 끝이 났지만, 구름 많은 날씨는 이어지겠노라’고 말한다. 그래서 빨랫감이 뽀송뽀송하게 마르기까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싶다. 그렇다고 쌓여가는 세탁물의 산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럴 땐 차라리 만원 남짓한 돈을 들여 코인 세탁소를 찾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가정에는 흔치 않은 건조기까지 쓸 수 있으니까.

오늘의 공감신문 교양공감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24시 코인 세탁소를 들를 예정인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멍-’ 하니 들여다보고 계실 분들에게.


■ 버블버블, 찌든 때 모드 30분

세탁방이건, 집에서건 빨래의 순서는 똑같다. 일단 세탁기를 열고, 빨랫감이 모여 있는 세탁바구니를 그대로 쏟아 붓는다. 빨랫감이 조금 오래 됐다면 쿰쿰한 냄새가 날 때도 있다. 으, 싫다.

누군가의 폭언, 친구와의 다툼,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때얼룩이 가득할 때. 마음도 빨래해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devianArt 캡쳐]

빨랫감을 다 털어 넣고서 세탁기 문을 닫은 후,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는다. 패널을 조절해 세탁모드를 설정하고 ▶ 표시가 된 단추를 누르면 빨래에 걸리는 시간이 뜬다. 보통은 1시간, 내지 30분 정도.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세탁은 세탁기가 하는 것’이란 말도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땀과 때가 묻어 흐물흐물해진 옷가지들은 서서히 깨끗해져갈 것이다. 나는 아직 눅눅한데. 그 눅눅한 빨래들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곡들을 소개한다.


Norah Jones - The Long Day Is Over

대체로 빨래는 금요일 저녁, 아니면 주말 이틀 중에 몰아서 한다. 평일엔 퇴근하고 돌아와서 휴식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매 금요일 저녁마다 세탁기를 돌리거나, 아님 코인 세탁방을 가는 에디터는 빨래를 돌리고 난 뒤에야 고단했던 한 주의 업무가 끝난 것 같다고 느낀다. 이번 주도 참 길었다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곡 중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The Long Day is Over’는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난 뒤,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시간의 감성을 닮았다.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악 돌아가기 시작한 세탁기처럼 오늘도 참 부지런했다, 싶어진다.


Erlend Oye - Estate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은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쓰린 상처투성이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계절일 터. 여름방학이 오면 짝사랑 그녀를 만날 수 없어 싫다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도 떠오른다.

Erlend Oye는 몽환적으로 웅얼거리는 이탈리아어로 이름을 대상화했다. 그는 ‘여름, 당신은 마치 내가 잃어버린 키스와 같이 뜨겁다’며 원망 섞인 듯, 그리운 듯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한다.


Luiz Bonfa – Bossa Nova Cha Cha

만약 에디터가 제안한 대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24시 코인 세탁소를 방문하셨다면, 아마도 그 공간에는 여러분 혼자만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분의 귓가에 이 곡이 들려온다면 짙고 깊은 멜로디에 몸이 들썩일지도 모른다. Luiz Bonfa의 리듬감 있는 기타소리에 춤을 추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런 곳의 구석엔 대개 CCTV가 있으니 발만 까딱거리는 정도에 만족해보자.

빗소리를 닮은 타악음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담백한 듯, 짙고 풍부한 멜로디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헌데 짙고 풍부하면서도 한껏 기교를 부린 보컬도 없고, 심박을 닮은 퍼커션도 없는데다 곡 전개가 단조로워 담백하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Jack Johnson – Monsoon

여름 특유의 꿉꿉함을 계속해서 더하던 장마는 끝이 났다. 비가 내려 야외 활동도 못 하고, 밖에 나가 놀지도 못했던 분들이라면 장마의 끝을 기다리셨겠지만 이제 앞으로는 폭염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 폭염이 잦아들 무렵부터는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테고.

내내 쏟아져 내린 비와 태풍 때문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셨을 여러분, 그래도 이제 장마철은 끝났으니 잠시 숨을 돌리셔도 좋다. 그러나 흐린 장마가 지난 뒤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숨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온다. 힘든 일은 지나가게 마련, 이후에는 또 새로운 시련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마치 빗물이 흘러내리듯,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나가듯, 장마가 매년 돌아오듯이.


■ 뽀송뽀송, 건조를 시작합니다

띵동띵동~ 분주히 돌아가던 세탁기가 세탁이 끝났음을 알리는 노래를 부르면 그땐 건조기를 돌릴 시간이다. 물을 잔뜩 머금은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건조 시트를 넣고 건조기를 돌리자.

세탁에 한 삼십분, 건조에 또 삼십분…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건조기를 가동하고 나서 30분쯤 지나면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빨래들을 만날 수 있다. 따끈따끈하고 뽀송한 그 옷가지들은 습한 여러분의 감정을 한결 가볍고 상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빨래 건조대에 말린 옷 말고, 건조기를 통해 말린 옷들은 조금 더 ‘새 옷’ 같은 느낌을 준다. 만약 옷이 아니라 이불 빨래를 하고, 건조기까지 사용했다면 그날은 아마 새 이불에 파묻히는 ‘꿀잠’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겠다. 이번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보다 한결 가볍고, 따끈한 빨래처럼 팔락거리는 경쾌한 곡들을 소개해드리겠다.


Erlend Oye – La Prima Estate

위에서 소개한 ‘Estate’는 ‘상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여름’이었다면, 같은 가수의 이 곡은 그보단 더 밝고 환하다. 찝찝하고 무거운 여름이 아니라 햇살이 내리쬐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이 연상되는 것 같기도 하고.

Kings of Convenience에서 나른하고 한가한 듯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Erlend Oye는 그룹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Whitest Boy Alive, 솔로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노래는 때로 습기를 잔뜩 머금어 지친 날 위로가 되어주기도, 또 이 곡처럼 뽀송뽀송하게 우리를 잘 말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Amos Lee – Sweet Pea

습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치솟을 땐, 귀엽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그게 만약 Amos Lee의 목소리라면 갓 건조돼 나온 흰 셔츠를 얼굴에 부비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 게 틀림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apple of my eye) 누군가에게 Amos Lee는 ‘오직 너만이 내게 안식을 준다’면서, 그러니까 ‘짜증내지 말고, 토라지지 말라고’ 다정하게 달래준다. 뾰로통한 여러분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해주는 것만 같은 달달한 곡.


Donavon Frankenreiter - Free

장마가 끝난 뒤,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오랜 기다림과 스트레스, 업무와의 아귀다툼 끝에 마침내! 바닷바람에 나부끼며 휴가지로 떠날 수 있다는 얘기. 곧 다가올 휴가 계획을 세우며, 바다를 상상하면서, 그리고 건조기 앞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박자를 타기 딱 좋은 곡을 소개한다.

발랄한 우쿨렐레 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은 바다거북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새미의 어드벤쳐’ 인트로 장면에서 활용됐다. 애초에 Donavon Frankenreiter라는 가수 자체가 서핑, 해변, 시원한 바닷바람을 노래해왔기 때문에 이 곡이 전해주는 ‘상쾌한 여름’의 느낌은 더욱 배가된다.


■ 마음에도 유연제 한 방울

원인이 뭐건, 심경이 복잡할 때는 세탁기 앞에 푹신한 방석을 가져다두고 앉아보자. 동그란 창 너머 빨래에 물이 스며들고, 한데 뒤엉켜 서서히 깨끗해져가는 걸 보면 분명 기분이 좋아지실 게 틀림없다.

여러분이 나름대로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 사이사이에 이번에 소개해드린 7곡을 끼워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고 나면 세탁도 건조도 모두 끝나있을 것이다. 어떠신가? ‘귀찮은 집안일’이라 여겨왔을 빨래도 좋은 음악과 함께 하니 짧게 느껴지지 않나?

잘 맞는 음악과 함께한다면 빨래도, 건조도 생각보다 짧게 느껴지실 게 틀림없다. [pinterest 캡쳐]

일주일 동안 가슴 구석구석에 찌든 때가 잔뜩 묻으셨을 여러분, 이번 한 주도 참 수고가 많으셨다. 더군다나 이번 주는 초반부터 비가 퍼붓고, 중반부터는 미스트처럼 미적지근하게 비가 내려 고단하셨을 게다. 그래, 다 안다. 에디터도 이번 주가 참 길게 느껴졌으니까. 토닥토닥.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주말은 하늘이 그리 흐리멍텅하지도, 지긋지긋한 비가 내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코인 세탁소엘 가서 빨래를 건조하지 않아도 창문만 잘 열어두면 건조대 위 빨래가 잘 마를 테다. 잘 마른 세탁물처럼 뽀송뽀송, 향긋한 냄새가 나는 주말이 되시길 바라며, 그럼 ‘세탁을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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