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다르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밝히는 30대 레즈비언의 평범한 일상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우리나라 성소수자 인구는 최대 500만 명. 성적으로는 상대적 소수일지 모르지만,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니다. 성소수자는 ‘다르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밝히는 30대 레즈비언의 평범한 일상.

 

김 씨가 흔하듯 성소수자 역시 그렇다

어느 비혼주의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녀가 그랬다. 여러 친구가 모인 자리에서 “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폭력일 수 있다고. 사실 그녀에게는 말하지 못할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무상에게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다면 그녀는 당당하게 “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토익강사이자 레즈비언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무상(32)은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레즈비언으로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녀의 닉네임 역시 이러한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성소수자 역시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성이 김 씨이듯, 레즈비언 역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자 책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거죠.” (기무상)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실제로 기무상의 연인, 가제루상(29)은 지난해 <커밍아웃북>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당당히 레즈비언임을 밝혔다. 이후 팟캐스트에서 성소수자에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던 그녀는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 유튜브로 영역을 확장시켰다.

기존 팟캐스트에서는 목소리로만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지만, 유튜브로 옮기자 다양한 콘텐츠가 가능해졌다. 이에 연인인 가제루상과의 일상, 먹방을 올리거나, 성소수자 인터뷰 등 널리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퀴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특히 60대 레즈비언 ‘윤김명우’님을 인터뷰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카메라 장비를 동원할 정도로 큰 공을 들였던 인터뷰이기도 하고, 직접 연락드리고 설득했으니까요. 실제로 만나 뵈니 인터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 보수적이었던 70년대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던 이야기를 들을 땐 맘이 짠하기도 했죠. 그녀의 인생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어요. 다행히도 현재는 조그만 펍을 운영하며 잘 살고 계세요. 저는 이 영상을 오래도록 다른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해요.” (기무상)

기무상이 퀴어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데이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꾸준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현재 팟캐스트는 40여 개, 유튜브 채널은 15개 정도로 과거에 비해 퀴어 미디어가 상당 수 증가했다.

그녀는 지금 퀴어 미디어가 급성장하고 있는 시기라 생각하고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큰 책임감을 안고,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가 인정받는 날까지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스승과 제자 또는 친구이자 연인

촬영 내내 영락없는 닭살커플 티를 팍팍 냈던 기무상과 가제루상. 이 둘은 토익학원에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나 2년 가깝게 연인으로 지내고 있다. 애교가 넘치는 지금과 달리, 당시 가제루상은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수업만 듣다 가는 학생이었다고. 하지만 기무상은 묵묵히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의 모습을 눈여겨봤다. 그러다 둘은 운동이라는 공통점을 찾아 함께 권투를 시작하면서 친해졌다.

“옆에서 보면 기무상은 참 성인군자 같아요. 제가 철이 없는 편인데도 옆에서 잘 돌봐주고, 방송에 달린 악플을 하나하나 읽으면서도 흥분하지 않더라고요. 반대로 기무상 방송의 독자들이 집으로 선물이라도 보내는 날이면, 저는 질투가 나서 평소보다 더 격하게 운동을 해요. 화도 내고요. 그럼 기무상은 차분하게 제 기분을 풀어줘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저도 웃어요.(웃음)” (가제루상)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가제루상은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자신이 레즈비언인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자유롭고 편견 없는 그녀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기무상은 중학교 때 처음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알았다. 그리고 친오빠에게 커밍아웃했는데, 예상과 반대로 오빠는 큰일이 아니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아직 부모님께는 제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50년대 생인 분들이니 이해하지 못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어떤 경로든 부모님이 제 활동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기무상)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나름대로 생각이 깨어있다고 자부하던 에디터 역시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카페에서 수다 떨 듯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생각보다 순조로웠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범한 커플인데 말이다. 기무상은 앞으로도 더욱 평범한 성소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가제루상은 그 옆에서 지금처럼 귀엽게 장난치며 그녀와의 사랑을 키워갈 것이다.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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