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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시사공감] 예견된 인재, 폭염 속 어린이집 차량사고어른들의 부주의에 위험한 아이들…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

[공감신문 시사공감] 장마 후 시작된 폭염이 며칠째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마솥더위’라던가 ‘찜통더위’라던가, 이런 흔한 수식어로는 이 더위를 이루 다 설명하지 못할성 싶다. 누군가 한반도 전체를 펄펄 끓는 가마솥 안으로 던져버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면 충분히 설명되려나.

한낮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는 단 5분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이 제 아무리 건장한 성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이들의 숫자도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폭염 속에서 시동이 모두 꺼진 차 안에 7시간을 갇혀있다면, 독자여러분은 어떠실 것 같은지. 7시간은 고사하고 7분도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이건 평소에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했는지 같은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옛말에 ‘더위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하물며 4살의 어린 아이가 안전띠를 풀지도 못한 채, 앉은 자세 그대로 7시간을 차 안에 갇혀 있었다면? 그 작은 아이가 홀로 감당해야 했을 그 고통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다. [created by freepik]

또다시 어리고 아까운 생명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런 사고가 얼마나 더 반복돼야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게 될까.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깊이 반성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 그것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지난 17일 아침, 네 살 김양은 평소와 다름없이 통원 차을 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는 김양을 비롯한 9명의 원생과 인솔교사가 함께 타고 있었다. 통원 차량은 오전 9시 30분께,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날 차량에서 내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간 원생은 8명뿐이었다. 운전기사는 차 안에 아직 김양이 앉아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차량의 문을 잠갔고, 김양은 차 안에 갇히게 됐다. 김양의 담임교사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김양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왜 등원하지 않았느냐고.

김양을 발견했을 땐 이미 숨진 뒤였다. [MBC 뉴스 캡쳐]

“아이가 정상 등원했다”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어린이집 측은 김양을 찾기 시작했다. 통원 차량이 어린이집에 도착한지 7시간이나 지난 오후 4시 50분경, 김양은 9인승 통원차량 맨 뒷좌석에서 안전띠가 매어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김양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이날 어린이집이 위치한 동두천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2.2도. 김양은 30도를 한참이나 웃도는 한낮, 문이 잠긴 차 안에서 7시간을 앉아있었다. 경찰은 운전자와 인솔교사,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에 대해 아이들의 하차여부 확인을 의무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어른들의 ‘한순간’ 부주의로 인해 어린이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는 불행하게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통학버스 방치사고는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불과 지난 5월에도 전북 군산에서 4살 어린이가 유치원 통학 차량 안에 2시간가량 방치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연히 주차된 버스 옆을 지나던 시민이 아이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자칫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2년 전인 2016년 7월에는 광주의 한 유치원에서 4살 어린이가 8시간 가까이 통학버스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도였으며, 땡볕 아래 주차한 차량의 내부온도는 70도에 가까웠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발견 당시 체온이 42도 이상이었던 이 어린이는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은 탓에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놓여있다.


■ 우리 아이를 보호해주세요

외부온도가 23도밖에 되지 않아도 차량 내부온도는 크게 올라간다. [Libreshot/CC0 public domain license]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차량 대시보드가 고온 직사광선에 노출될 경우 표면온도는 90도까지 상승한다고. 외부온도가 23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차량 내부온도는 42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건장한 체구의 어른도 버티기 어려운 온도다. 창문을 살짝 열어놓더라도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이처럼 위험한 환경에 자꾸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글프게도 너무나 단순하다. 부주의로 인한 관리 소홀이다.

도로교통법 제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 4항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는 운행을 마친 뒤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처벌규정은 미미하고,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승합차 기준 13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앞서 여러 사례에서 봤듯 관리 소홀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매우 미약한 수준의 처벌이다.

방치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통학 차량 운전자들은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2년에 3시간만 받으면 그만이다.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 내는 과태료도 고작 8만 원 정도다. 게다가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동승보호자는 아예 교육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통학 차량 안전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보완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pexels/CC0 License]

교육부는 동두천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어린이 통학버스 갇힘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어린이통학버스 위치알림 서비스 운영을 통해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자녀의 위치와 승하차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설치와 운영에 드는 돈은 차 한 대당 40만 원, 어린이당 1만원 정도다. 정부는 올해 8억50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 전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통학버스 500여 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이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어린이가 자칫 단말기를 휴대하지 않을 경우 승하차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Sleeping Child Check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6만5000명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청원 글 게시자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가 아이의 생명을 빼앗아갔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 차량 제일 뒷좌석에 경보음이 울리는 버튼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제도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photo by State Farm on Flickr]

이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운전자가 시동을 끄게 되면 비상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결국 운전자는 시동을 끄기 전 버튼을 눌러야 하므로 통학 차량 맨 뒷좌석까지 아이들이 남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어린이 상기 시스템(CRS·Child Reminder System)’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스쿨버스에 이 버튼을 부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CRS 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동두천 어린이집 통학버스 사고를 계기로 처벌규정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를 보호자 없이 차량에 두는 것 자체를 범죄로 보고 있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20여 개의 주가 차량 내 아동 방치에 관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Look Before You Lock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Roosevelt review 사이트 캡쳐]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6세 미만 아이를 12세 이상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방치하면 경범죄로 간주해 벌금형을 내린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중범죄로도 분류할 수 있다. 앞서 봤던 우리나라의 처벌규정과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안전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잠깐의 부주의가 불러올 위험성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평균 37명의 어린이가 차량 내 방치 문제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가족국(ACF)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와 함께 ‘잠그기 전에 보자(Look Before You Lock)’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 아이, 낳아도 될까요?

부모들의 불안감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photo by menloparkplanning on Flickr]

어린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폭행·학대사건에 차량 방치사고까지.

가장 믿고 안심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다 보니 아이들이 무사히 귀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어느 날 내 아이가 TV 속에서 보던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될 법하다.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Created by Jcomp - Freepik]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면서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자녀의 안전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 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만 땜질처방식의 해법을 내놓는 것은 이미 수없이 반복됐고, 실패도 거듭 되풀이됐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더 명확하고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한 때다.

    시사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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