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속 숨어있는 예술 집합소 ‘요꼬스튜디오’ 한승연 대표와의 유쾌한 만남

'요꼬스튜디오’ 한승연 대표 / 사진 = 강현욱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주말극장에 놀러 오세요!”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극장이 있다. 프로필사진이나 제품광고를 촬영하는 광고 전문 스튜디오인 이곳은 주말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 없이 예술가들의 독창적 무대가 상연된다. 관람료는 없다. 감동 후불제다. 마음껏 즐긴 뒤 내고 싶은 만큼 내면 된다. 문래동 속 숨어있는 예술 집합소, ‘요꼬스튜디오’ 한승연 대표와의 유쾌한 만남.

사진작가 겸 공연기획자인 한승연 대표가 사진촬영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였다. 장래희망이었던 고고학자가 되기 위해 ‘향토연구반’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출사를 다니면서 사진촬영의 매력에 빠졌고, 사진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한 대표가 27살이던 2002년, 재미로 퍼포먼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많은 퍼포머(performer 연기자), 비보이 댄서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이 멤버들과 함께 문래동 주말극장 ‘요꼬스튜디오’를 탄생시켰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주말극장 프로젝트

“2002년은 한국 퍼포먼스의 부흥기였어요. 배우, 댄서들은 돈을 못 버는데도 홍대, 대학로, 지하철역, 길거리 등 어디서나 공연을 했죠. 제가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데,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만난 무용, 음악을 하던 친구들과 협업해서 퍼포먼스팀을 만들었어요. 3년 반 동안 이들과 함께 움직이고 사진을 찍으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시도했어요.”

한승연 대표는 기업 광고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기도 하지만, 한때는 서울예술전문학교 패션예술학부에서 패션사진을 가르치는 교수로도 있었다. 또 사진촬영기법에 관한 책만 6권을 냈다.

“5번째 책이 ‘폰카’ 찍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출간하고 축하공연을 한 번 열었어요. 그때 공연팀을 수소문해서 ‘스튜디오에서 10분에서 20분 정도 공연해 달라. 20만원씩 드리겠다.’ 했더니 어떤 연극팀이 바로 왔더라고요. 저희끼리 신나게 공연하고 놀았죠.

행사가 끝난 후 그 연극팀이 제게 와서 ‘평일에 이곳을 연습실로 사용하면 안 될까요?’라고 묻기에 제가 ‘연습실로 사용하게 해줄 테니 주말마다 공연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2014년 4월 12일, ‘주말극장’ 시즌1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문래동 속 버려진 공간

영등포 쪽에서 친구와 함께 광고스튜디오를 동업하고 있던 한 대표는 퍼포먼스 동료들의 권유에 스튜디오를 열만한 근처의 빈 공간을 찾으러 다녔다. 어느 날 문래동 예술창작촌에 있는 어떤 건물의 지하층이 비어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비를 털어서 지금의 스튜디오 겸 극장인 ‘요꼬 스튜디오’를 열었다.

가스, 전기도 안 들어오는 버려진 공간이었기에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들어올 수 있었다. 지인들과 힘을 합쳐서 청소하고 페인트칠하며 구색을 갖춰나갔다.

정적인 촬영기법의 틀을 깨다

한 대표는 퍼포먼스 부흥기였던 시절을 회상하며 에디터에게 ‘움직임’ 콘셉트의 실험적인 사진촬영 과정을 설명했다.

“보통은 연기자가 연기를 하면 사진작가는 먼발치에 떨어져서 가만히 사진을 찍죠. 저는 이 틀을 다 깨버렸어요. 연기자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포착한 것을 사진에 담았어요. 이런 사진기법은 제가 원조예요. 다양한 움직임들 사이에 저도 같이 움직이면서 전혀 다른 앵글을 만들어냈어요.”

이러한 작업에 익숙해지니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았는데, 바로 빔프로젝터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퍼포머가 스크린 영상을 터치해 그림이나 사진을 움직이게 하고, 또 움직이는 이미지에 사람이 반응해서 또 다른 움직임을 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중첩되는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사전 연출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작업해나갔다.

“어느 날에는 ‘강아지가 되어보자’하고 사진작가나 연기자나 다 같이 강아지가 되어 움직이고, 또 어떤 날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보자’하고 남이 나를 터치하든, 넘어지든 나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는 그런 시간도 가졌어요. 재미있는 작품들이 꽤 많이 나왔었어요.”

 

재미있으니까 하는 공연

‘주말극장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아래 2~3주에 한 번씩 작품을 바꿔가며 공연을 진행했다. 포스터와 전단지를 만들어서 길거리에서 홍보도 했다. 무료공연인데다 신선한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한 둘씩 공연을 보러 모였다. 그러나 문제는 퍼포먼스팀의 아이디어 고갈, 공연팀 수요의 한계였다.

“공연한지 7주차가 되면 맨 처음 했던 공연을 각색해서 공연하는 식으로 12주차까지 진행했어요. 한 개의 팀이 스케줄을 다 해내려니 결국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 공연하는 팀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려서 ‘내가 사진도 찍고 홍보도 해줄게. 그리고 맥주도 공급할게’라며 주말마다 공연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관객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돈도 안 되는 기획을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은 딱 하나였어요. ‘재미있으니까!’”

 

우리는 여전히 목마르다

벌써 시즌 5까지 달려왔다. 한 대표는 앞으로 연극, 무용, 음악, 마술뿐만 아니라 독특한 공연들을 더 많이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의 후원을 받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지금까지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원금이 없다는 건데, 기업의 후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주말극장에서 공연하는 팀들을 보고 외부 섭외가 들어오면 일단 다 연결시켜줘요. 저도 자체적으로 관객 반응이 좋았던 팀들을 모아서 정기공연을 열어주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는 제작비, 진행비는 모두 제 돈으로 충당하고 있거든요. 거기다 관람료도 받지 않고 있어서 공연했던 팀에게 많은 돈을 주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쉬워요.”

집에 있어 뭐해? 이불 속에서 리모컨 들고 손가락만 까딱거리지 말고 이리 와서 문화생활도 좀 하고 그래. 그토록 기다리던 주말이잖아! 찾아보면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들이 있다. 소박하지만 새로운 만남과 공연이 기다리고 있는 주말극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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