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높아지는 비만율,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 걸까?

[공감신문 시사공감]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이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던데, 그런 건 아주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만큼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불과 50~60년 만에 이렇듯 세상이 180도 바뀌게 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대사회는 오히려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된다니, 이런 세상이 오게 되리라고 그 시절 누군들 생각할 수 있었을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최근엔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저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여졌던 것에서,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비만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Created by Rawpixel.com - Freepik]

정부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지난달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확정해 발표했다. 2022년까지 비만율을 34.8%로 유지한다는 목표 하에 다각적인 비만 예방 및 관리대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뚱뚱한 건 자기관리를 안한 탓”이라며 국가가 개개인의 비만을 관리하는 것은 ‘세금낭비’라는 지적을 가하고 있다. 

독자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비만은 정말 나라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 걸까?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에서는 비만 문제에 관해 독자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 살찌는 대한민국

국내 성인의 비만유병률은 34.8%로 집계됐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비만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가리킨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신체비만지수(BMI, Body mass index)가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30 이상일 때 고도비만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BMI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가리킨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2017년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BMI 25 이상인 ‘비만유병률’은 2016년 기준 34.8%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의 31.3%에서 3.5%포인트 오른 것으로,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남성의 비만율 증가는 더 가파르다. 여성의 경우 비만율이 2012년 28%에서 26.4%로 소폭 줄어든 데 반해, 남성은 같은 기간 36.3%에서 42.3%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기간 평균 비만율이 32.4%에서 34.8%로 오른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아동 청소년의 비만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가는 추세다. [wikimedia/CC0 creative commons]

그래도 성인의 비만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경우 비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1.5%로 집계됐다. 특히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6.0%로 OECD 회원국 평균(24.6%)을 넘어섰다. 고도비만율은 2009년 1.1%에서 2013년 1.5%, 2017년 2.0% 등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OECD는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인구가 2005년 3.5%에서 2015년 5.3%로 늘어난 데 이어, 2030년이면 지금의 두 배 수준인 9.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비만율 증가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created by freepik]

이처럼 해마다 비만인구가 늘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선호하던 과거와는 달리 육식이 보편화된 데다, 패스트푸드 등 기름진 음식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운동부족’ 역시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나 청소년의 경우, 체육수업을 자율학습 시간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운동할 시간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아침식사를 거르는 아동·청소년이 많아 비만율을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이 비만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모두 불가역적인 요인들이라 할 수 있겠다. 

 

■ ‘먹방규제’ 왜 논란이 됐나 

먹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BJ밴쯔 [유튜브 캡쳐화면]

지난달 24일, 정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비만율(41.5% 추정)을 2016년 수준인 34.8%로 유지하기 위해 영양, 운동, 비만치료, 인식개선 등 4개 전략분야에서 36개 과제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음주행태 개선을 이한 음주 가이드라인,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광고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계획” 여기서 말하는 ‘폭식조장 미디어’란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먹방’을 가리킨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최근 먹방과 같이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로 인해 폐해가 우려돼 2019년까지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른바 ‘먹방규제’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부 대책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은 정부가 문제해결을 앞세워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려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먹방을 규제한다는 정부가 국가주의 정부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냐”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먹방규제 논란과 관련해 복지부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먹방이 폭식을 조장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어 ‘실태조사 차원’에서 해당 계획을 세운 것일 뿐, 당장 어떤 규제를 가한다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차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 해도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뿐, 처벌 등의 강제적 조치는 없을 것이란 게 복지부의 해명이다. 

현재 논란은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국가차원의 비만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개인이 자기관리를 못해 뚱뚱해진 것을 왜 국민의 혈세로 관리해줘야 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만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지역과 소득에 따른 비만율 차이만 보더라도 쉽게 납득할 만하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비만율은 소득과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1분위의 고도비만율은 5.12%로 전체에서 가장 높은 반면, 고소득층인 19분위의 고도비만율은 3.93%로 가장 낮았다. 

경제적 격차에 따라 비만율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Created by Skyclick - Freepik]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6년 기준 비만율이 가장 낮은 기초단체는 서울시 강남구(23.6%)와 서울시 서초구(23.7%), 경기 성남시 분당구(24.4%)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가장 높은 곳은 강원 철원군(40%), 강원 인제군(39.3%), 인천 옹진군(39.1%) 등이었다. 

소득이 높은 도시일수록 비만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의 구별 비만율을 살펴보더라도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최하위권에 나란히 올라선 반면, 상대적으로 평균 소득이 낮은 금천구와 강북구, 중랑구 등은 모두 28% 이상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소득에 따라 비만율이 달라지는 것은 결국 경제적 격차에 따른 ‘식단의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영양·저열량 식품은 정크푸드보다 가격이 비싼 탓에 식비 여유가 없는 이들은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지 못해 비만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운동에 드는 비용과 시간적 여유를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의 운동부족 문제도 비만율을 부추기는 데 일조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세계는 이미, 

비만과의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created by freepik]

비만과의 전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비만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차원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손실은 2015년 기준 9조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2006년 4조8000억 원에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적인 손실도 막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은 다양한 비만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 대다수가 설탕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photo by The People Speak! on Flickr]

독일은 벌써 1950년대부터 각 학교별로 운동 수준에 따라 금·은·동 3등급의 스포츠 배지를 획득하는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자라나는 청소년으로 하여금 운동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2010년 조사 결과 독일 내 청소년 중 75%가 스포츠 배지를 획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세계에서 아동비만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칠레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과 소금, 설탕, 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높은 식품에 별도 표시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들 식품의 광고는 학교 안이나 14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멕시코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이른바 ‘설탕세’를 도입했다. 설탕세는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 등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세금 부과로 음료회사가 설탕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의 설탕 섭취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멕시코와 핀란드는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Created by Mrsiraphol - Freepik]

세계에서 탄산음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자, 가장 많은 비만 인구율을 지닌 멕시코는 설탕 및 첨가당이 포함된 음료에 1리터당 1페소(65원)의 설탕세를 매기고 있다. 

핀란드 역시 2011년부터 탄산음료에 리터당 0.045유로(59원)에서 0.075유로(98원)까지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는 지난 2015년 미국 내 최초로 설탕세를 도입했다. 

영국은 지난 3월부터 패스트푸드점과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판매 제품의 칼로리를 600칼로리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와 함께 100ml당 설탕 5g이 함유된 음료에 대해서는 1리터당 18펜스(약 300원)의 설탕세를 부과한다. 

 

■ 비만, 인식과의 전쟁  

비만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public domain pictures]

결국 비만은 게으른 습관에서 비롯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삼고 국가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으로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비만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아직까지도 냉담하기만 하다. 게으르고 나태한 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가 하면, 개그나 희화화의 소재로 쓰이는 게 일상이다. 뚱뚱한 이들을 향해 충고랍시고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낼 법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비만인들로 하여금 더욱 움츠러들게 해 치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여성 2400명 가운데 79%가 ‘비만’의 낙인이 찍힌 후 과식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었으며, 다이어트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이겨 더 건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봐야겠다. [Created by Schantalao - Freepik]

정부가 비만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대국민 인식개선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전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발을 맞추게 됐다.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각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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