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시장안정대책 발표…발표 이후 환율 진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 폭락세 이어가

터키 리라화가 급락하자 당국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시장 안정 대안을 내놓았다.

[공감신문] 터키가 리라화의 폭락 사태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터키 리라화 환율은 지난 10일 한때 전일 대비 23%나 급락했으며,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까지 치솟았다.

터키 경제는 자국 기업들의 채무 불안과 물가 급등,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겹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엔 미국인 목사 구금과 관련한 미국의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금융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닛케이, 상하이 주가는 1% 이상 떨어졌다.

터키 당국은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 외화, 리라화 스와프 거래를 제한하는 등 대안을 발표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은행규제감독국(BDDK)은 자국 은행들에 “외국 투자자와의 외화·리라화 스와프 거래, 현물·선물 외환거래 등 유사 스와프 거래를 해당 은행 자본의 50%까지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거래 비율은 기준치 아래로 떨어져야 신규 거래나 거래 갱신이 이뤄지게 되며, 이 비율은 매일 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 “금융뿐 아니라 리라화 폭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실물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 통제와 관련된 루머를 부인하며 “필요하다면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재정 규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앞)과 베라트 알바라이크 재무장관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은 자신의 장인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비슷한 논조로 리라화 가치 폭락이 외국의 ‘작전’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라화 가치 폭락은 경제 데이터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며 분명한 공격의 지표”라고 비난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리라화는 달러당 6.57리라까지 다소 진정됐으나, 오전 10시께 달러당 7리라 선을 오가며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연초 대비로 84%나 폭락한 수준이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57%)보다도 낙폭이 크다.

터키 당국의 은행 외환 거래 제한을 두고 터키의 현 상황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외환 전문가는 “스와프 거래 제한 도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터키는 그동안 장기적 경제 안정을 희생시키면서 부채를 키워 단기적 경제성장을 촉진했으므로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현재 17.75%인 기준 금리를 20%, 25%, 심지어 30%까지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터키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새로운 경제팀을 구성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경제를 완전히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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