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공장, 유기견 등 속출하는 부작용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공감신문 시사공감]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어림잡아 손꼽아 보더라도 10명 중 서너 명은 꼭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더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나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같은 소(小)동물이나 이구아나 등의 파충류, 열대어, 조류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저마다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이유나 사정도 가지각색이다. 

혹은 꼭 지금 당장 기르고 있지 않더라도 언젠가, 형편과 여건이 갖춰진다면 반려동물을 들이겠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뭐, 기자만 하더라도 ‘언젠가’ 쪽에 속하고 말이다. 

실제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급속한 핵가족화와 함께 매년 성장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만 하더라도 벌써 1000만 명을 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만 하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이르렀다는 문구는 한 번쯤 접해본 적 있으실 테다. [created by freepik]

그러나 반려동물 시장이 나날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데 비해 관련 법체계와 시민의식은 얼마만큼 성장했는가를 따져보게 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될 수밖에 없다. 

매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유기견과 개농장 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다,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물림 사고로 ‘펫티켓’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역시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개고기를 둘러싼 육견(식용견)단체와 동물보호단체 간의 치열한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에서는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혹은 가족으로 맞이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오늘 시사공감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여다 봐주시길 권한다. 

 

■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한국의 10가구 중 3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reated by freepik]

지난해 한국펫사료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563만 가구로 추산됐다. 전체 가구가 1956만인 것을 고려하면 10가구 중 3가구꼴(28.8%)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 반려동물은 약 925만 마리로 추산됐다.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이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개’로 444만 가구에서 666만 마리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뒤이어 고양이를 양육 중인 가구는 109만 가구로, 전국의 반려묘는 207만 마리로 추정됐다. 

응답자들이 양육 중인 개의 종류로는 말티즈(21.2%)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시츄(11.7%), 푸들(11.4%), 잡종(6.1%), 골든 리트리버(5.5%), 요크셔테리어(5.2%) 포메라니안(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려동물 925만 마리 중 666만 마리는 ‘개’였다. [Created by Freepic.diller - Freepik.com]

고양이 종류로는 코리안 숏헤어가 21.9%로 가장 많았고 잡종(17.4%), 러시안 블루(12.4%), 페르시안(8.4%), 터키시 앙고라(6.8%), 샴(5.5%), 아메리칸 숏헤어(5.3%)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이전에 양육 경험이 있는 이들은 31.2%로 집계됐다. 바꿔 말하자면, 반려동물을 단 한 번도 양육해본 적 없는 이들은 10명 중 4명(40.0%)에 불과하다는 얘기겠다. 

당장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 않은 가구에서도 3명 중 1명꼴로 향후 반려동물 양육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33%)이 여성(24.3%)보다 높았고,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은 8.5%에 불과한 데 반해 20대는 56.2%에 달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 6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자연스레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는 지난 2012년 9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오는 2020년에는 6조 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펫사료협회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반려동물 양육에 쓰이는 비용은 월 평균 12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15만 원이 넘는 비용을 반려동물 양육에 쓰고 있다는 응답도 22.0%에 달했다. 경제적 여건 악화로 소비 침체 추세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펫 시장만큼은 ‘보기 드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각종 보험사들은 펫보험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국내 펫보험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출시와 사업철수를 거듭하며 연간 10억 원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지만, 향후 10년 안에 6조 원대까지 커질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다. 

 

■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펫숍 쇼윈도 안에는 이제 갓 눈을 뜬 것 같은 새끼강아지들이 놓여있는 게 대부분이다.

아마도 기자처럼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길을 지나다 펫샵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한다. 손바닥만 한 새끼 강아지가 꼬물거리며 낑낑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데려다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펫샵에서 분양되는 강아지들은 거의 대부분 ‘귀하신’ 몸이다. 종에 따라, 연령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30만 원선에서 거래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젠가 기자의 한 지인은 혈통 있는 강아지를 구매하느라 거금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동물학적으로 순종, 혼종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뭐 아직까지도 ‘족보’를 따지는 애견인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바대로, 펫샵에서 판매되는 강아지 대부분은 ‘강아지 공장’에서 온 아이들이다. 작고 앙증맞은 쇼윈도 속 강아지의 모견은 평생을 좁은 철창 안에 갇혀 임신과 출산만 반복하다 삶을 마감한다는 의미다. 

모견은 ‘뜬 장’에 갇힌 채 평생 임신과 출산만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S TV동물농장 캡쳐화면]

강아지 공장의 문제를 하나하나 꼽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이다. 또 이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도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강아지 공장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다수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한국펫사료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응답자 중 27.9%가 애견분양가게에서 데리고 왔다고 답했다. 이는 ‘친척/친구/지인으로부터 받은 경우’(44.9%)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응답률이다. 종류별로 보면 푸들과 골든리트리버 등은 애견분양가게에서 데리고 왔다는 응답이 지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응답보다 더 많게 나타나기도 했다. 

손쉬운 구매는 유기를 쉽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돈을 주고 강아지를 ‘구입’함으로써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재산이나 물건으로 취급해 관리비용이 부담되거나 싫증이 날 때 버리는 일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연간 9만 마리 안팎의 반려동물이 유기 또는 유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유기된 반려동물 3마리 중 1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보호센터에서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해마다 9만 마리 안팎의 반려동물이 유기 또는 유실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끝없이 되풀이 되면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가 번지고 있다. 펫숍에서의 구매보다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하자는 의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 버려졌던 경험이 있는 동물에게 새 가족이 되어주는 것 말이다. 입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실제 유기견 입양 건수는 소수인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정부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2%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펫사료협회 자료를 보면, 실제 유기견 입양과 동물보호시설을 통한 반려견 입양 비율은 각각 4%, 3.9%에 불과하다. 

 

■ 유명무실한 동물관련법 

현재의 동물법으로는 강아지 공장도, 유기견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반려동물로 인한 문제점이 속출하면서 동물관련법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의 허술한 법체계로는 강아지 공장도, 유기견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 제8조 4항에서는 동물을 유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유기된 동물이 받아야 하는 고통에 비해 적은 액수라 여겨지지만, 이것도 이전보다 3배나 오른 것이다. 지난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규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과태료가 100만 원 이하 수준이었다. 

동물을 유기한 사람을 적발해 과태료를 무는 주체는 각 시·군·구다. 일선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실효성 있는 단속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서 9000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버려졌지만, 이 가운데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디서 온 누가 버린 것인지 추적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강아지 공장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지만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강아지 공장과 관련한 규제도 지난 3월부터 강화됐다. 강아지공장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번식장의 인력 및 시설요건을 강화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준이 엄격하지 않고 오히려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완화돼 정책이 ‘합법적 번식장’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법이어야 함에도 결국 동물 입장에선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려동물등록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5년 전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화 됐음에도 등록률은 2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한국펫사료협회의 설문조사에서도 개 양육인 중 48.4%만이 반려동물을 등록했다고 응답했다. 

현행법상 등록대상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단속이 쉽지 않을뿐더러 최근 3년간 적발된 500건 중에서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 반려동물, 가족으로 여겨야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날이 갈수록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많아지는데, 그에 따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소유자에 대한 일정수준의 교육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가 시행하는 의무교육을 이수해 증명서를 발급받은 이들만이 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반려인은 올바른 사육방식을 익힐 수 있음은 물론 책임감도 높일 수 있다는 것. 

이외에도 반려동물 소유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관리와 책임의 의무를 져버린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반려동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다른 어떤 누구보다도 동물의 소유주, ‘반려인’이 갖고 있다는 의미겠다. 

'반려동물’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봐야 할 때다. [Created by Freepic.diller - Freepik]

과거에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가리켜 ‘애완동물’이라는 명칭이 주로 쓰였다. 이는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고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동물은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반려동물’이라고 주로 불리고 있다.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라고 한다. 지금 옆에서 고롱고롱 잠을 자는 그 고양이,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그 강아지는 여러분의 ‘반려’동물이 맞는지. 오늘 시사공감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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