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처방부터 진단까지 다시 점검해봐야 할 때 

[공감신문 시사공감] 출산율이 매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사공감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중에도 현재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은 분들이 계실 테다. 이런 분들에게 묻고 싶다. 나중에라도 결혼이나 출산할 계획이 있는지 말이다. 

기자가 오늘 시사공감을 작성하기에 앞서 주변에 있는 20~30대 지인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해 물었더니 답변은 각양각색이었다. 결혼을 하겠다는 이도 있었던 반면, 이미 비혼주의를 선언한 이도 있고 아이를 낳겠다는 이도 있었지만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이도 있고.  

다만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있는 지인들 대부분은 한 가지 공통적인 전제조건을 달았다. ‘형편이 좋아진다면’이라고 말이다. 아마도 글을 읽고 계시는 또래의 독자여러분 중 대다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혼인율과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Created by Rawpixel - Freepik

벌써 수년째,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이 혼인·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음에도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저출산 기조가 더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에서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혼인율과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청년들은 왜 결혼도, 출산도 마다하는 것일까. 문제를 깊게 들여 보다 보면 해결방법을 찾는 일도 조금 더 수월해질 것이다. 

 

■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여 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Created by Onlyyouqj - Freepik

출산율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독자여러분도 각종 매스컴을 통해 한 번쯤은 접하셨으리라 짐작된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출생통계 역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총 35만7771명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1970년만 해도 100만 명을 훌쩍 넘겼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02년 처음 40만 명대로 진입했다. 그로부터 15년 만인 지난해, 40만 명대도 무너지게 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전년(1.17명)대비 0.12명(10.2%)이나 급감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합계출산율이 1.1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1.08명) 이후 12년 만이다.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라는데, 현실은 그에 절반에 겨우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0명대 진입이 머지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2016년 평균은 1.68이었다. 우리나라는 당시에도 유일하게 1.3명에 미치지 못하며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세계 평균과의 격차는 올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이다. 

지난해 여성 연령별 출산율을 살펴보면 4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전년대비 감소세가 나타났다. 특히 주 출산연령인 30대 초반(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97.7명으로, 사상 처음 100명 밑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대 후반(25~29세)은 47.9명, 30대 후반(35~39세)은 47.2명으로 집계됐다. 20대 후반에서부터 3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다만 40대 초반(40~44세)만 6.0명으로 유일하게 전년보다 증가했다. 

여성의 출산연령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작년 통계만 봐서는 피부로 잘 와 닿지 않지만, 1981년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당시 20대 후반(25~29) 여성의 1000명당 출생아 수는 224.3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초반 여성이 160.9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30대 초반 82.3명, 30대 후반 23.2명이다. 

매년 신기록을 쓰는 평균 출산연령은 지난해에도 32.6세로 전년(32.4세)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출생아 수 감소와 함께 여성의 출산연령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 결혼과 출산이 사치라는 청년들

초혼연령도 높아지는데다 비혼주의를 선언한 이들도 적지 않다. [Created by Freepic.diller - Freepik]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서른 살이 넘도록 시집을 가지 못한 사람에게는 ‘노처녀’, ‘노총각’이라는 별명이 붙었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서른 살이 되기 전 결혼을 한다는 이들에게 오히려 “왜 이렇게 빨리 가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실제 주위만 둘러봐도 그렇다. 서른 중반이 돼 가도록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적령기가 다 돼가는 커플들 대부분도 결혼은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다더라. 각자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꼽힌다.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랑만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직장과 어느 정도의 재산도 필요하다. 생애 가장 행복한 하루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또 한 두 푼이던가.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000만 원에 달한다. [Created by V.ivash - Freepik]

실제 국내 한 웨딩 컨설팅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비용은 2억3000여만 원에 달한다. 이중 1억6700만원은 주택자금이고, 나머지 6200만 원은 결혼식을 위해 쓰인다. 

한 취업포털사이트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대기업 대졸 신입직의 평균 연봉은 3855만 원, 중소기업은 2523만 원이었다. 어지간한 ‘금수저’가 아닌 이상에야 사회초년생 스스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식비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지원과 은행의 도움(?)으로 결혼까지는 골인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 역시 만만치 않게 팍팍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시대인지라 부부가 모두 밖에 나가 죽어라 일만 해도 빠듯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산계획은 자연스레 뒤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산계획은 자연스레 뒤로 밀릴 수밖에. “아이는 저마다 지 먹을 것은 챙기고 태어난다”는 것도 옛말이 돼 버린 지 오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3억876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부부가 열심히 일하면 양육비야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아이는 누가 키울 것이냐는 난제에 도달하게 된다. 아이는 혼자 크는 게 아니니 말이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든가, 아직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남성의 육아휴직 문제 등은 또 어떻고. 출산율과 혼인율의 동반 추락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 보는 게 자연스럽다 하겠다. 

 

■ 잇따른 정책실패, 이유는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진출’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혀 여성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부도 저출산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미 10년도 더 이전에 문제해결에 발 벗고 뛰어 들었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쏟아 부은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 규모도 152조8000억 원에 달한다. 

내년도 저출산 예산은 올해보다 3조원 이상 확대돼 사상 처음 연간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10여 년간 150조 원 이상의 예산투입에도 출산율은 나날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많은 예산은 어디로 흘러갔기에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산율이나 출생아 수가 아닌,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저출산 해결에 투입한 예산 23조7703억 원을 살펴보면, 이중 11조1283억 원이 ‘맞춤형 보육’에 쓰였다. 만 3~5세 자녀 유아학비·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과 0~2세 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0~6세 아이를 가정에서 양육할 때 지급하는 가정 양육수당 지원 사업에도 1조 원 이상이 투입됐다. 이외에 대학생 자녀에 대한 지원정책 등의 교육개혁에 4조2276억 원, 신혼부부 주거 지원에는 3조5582억 원이 들어갔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이 저출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9년도 저출산 대책도 지원 대상과 금액만 확대할 뿐 내용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부터 조성하겠다는 취지라지만, 혼인율과 출산율을 함께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다수의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동시장의 고비용 문제와 학력·성별 간 임금격차를 해소해 청년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방점이 보육중심으로만 이뤄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구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정책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아이들이 뛰노는 사회가 돼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created by freepik]

오늘 시사공감을 통해 봤다시피 저출산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짐에 따라 심각성도 부각되는 것일 뿐, 저출산 기조의 확산은 이미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시됐던 여러 대책들은 실패를 거듭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각종 미래 전망도 암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저출산 문제를 돌파하는 게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뛰노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Created by Jcomp - Freepik]

하지만 지금이라도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진단부터 처방까지 하나하나 정비해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률, 결혼 비용, 신혼부부 주거 문제,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양극화 된 노동시장 구조, 사교육비 등등. 다각적이고 전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할 차례다. 변화에는 크고 작은 진통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단순히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때 다시 아이들이 뛰노는 세상이 만들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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