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상권 청구액 대비 징수액 24% 불과…“징수강화에 적극적 대책마련 필요”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청구한 구상금 중 절반가량은 미징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가해자나 책임자 등 제3자 대신 지불한 1271억원에 대한 구상금 중 절반가량을 거둬들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징수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교통사고나 폭행, 의료사고 등으로 피해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1271억1100만원을 의료기관에 선 지급하고 가해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했음에도 받아내지 못한 금액이 621억4700만원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법 58조에 의거해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거기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제3자 행위는 ‘폭행’으로, 폭행사건의 피해자가 치료를 받았을 때 우선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차후 건보공단이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구상금액 대비 징수금액은 해마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pexels/CC0 License]

그러나 최근 5년간 전체 구상권 청구금액 중 649억6400만원(51.1%)만 받아냈을 뿐, 절반가량인 48.9%는 메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도별로 청구한 구상금액을 보면 2013년 199억3600만원, 2014년 223억4600만원, 2015년 314억7400만원, 2016년 300억9400만원, 2017년 232억61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거둬들인 징수금액은 2013년 165억8900만원, 2014년 170억6100만원, 2015년 139억700만원, 2016년 118억2700만원, 2017년 55억8000만원 등으로 구상액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청구한 구상금액에 견줘 건보공단이 거둔 징수금액은 24%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건강보험 정책에 쓰여야 마땅할 재정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징수관리 강화에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열린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앞서 건보공단은 지난 8월 7일 국가와 경찰 관계자 등에게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 전까지 들어간 의료비 2억63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다. 법무부와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살수차 운용요원 등이 청구대상에 올랐다. 

백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뇌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연명치료가 이뤄졌지만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건보공단은 국가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백 농민이 치료를 받게 된 것이란 판단 하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백 농민에게 직접 물대포를 쏜 것이 ‘제3자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 24부 심리로 이뤄진 판결에서 백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한 경찰 2명과 현장지휘관에게 업무사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벌금형이 내려진 것이 건보공단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건보공단 측은 이들이 연대 보상하지 않는 경우 조만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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