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 “무죄 근거된 정부훈령은 위법·위헌…文검찰총장, 권고 검토후 비상상고 방침”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신문]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태로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도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다시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검찰개혁위는 권고안에서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조를 근거로 형제복지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박인근 원장 등의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권고 이유를 밝혔다. 

비상상고는 형사사건 확정판결에서 법령위반이 발견됐을 경우, 검찰총장이 다시 재판에 붙여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개혁위는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도 권고안에 포함했다. 

지난 1월 서초구 대검 앞에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대책위가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 재조사 촉구 회견을 하고 있다.

문 검찰총장은 개혁위 권고안을 살펴보고 조만간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20일 개혁위의 권고에 따라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직접 사과한 바 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보더라도 폐쇄 전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장애인과 부랑인 3000여명이 불법 감금됐으며, 이 가운데 5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검은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도 불린다. 

검찰은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 검찰은 이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문 총장이 권고대로 비상상고를 청구하면 형제복지원은 재판이 시작된 1987년 이후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지 29년 만에 사건 심리가 다시 이뤄지게 된다. 

검찰개혁위는 이번 권고안을 마지막으로 공식 해산한다.

개혁위는 이외에도 장애인·다문화가족·북한이탈주민·외국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여성·아동을 포함한 범죄 피해자별 특성에 따른 인권보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대검찰청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개별사건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의 조직개선안 마련에 대한 권고도 나왔다.

개혁위는 또 중복된 업무를 해소해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국가송무수행 기능을 실질화 할 수 있는 방안과 검찰의 정책·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는 등의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작년 9월 19일 발족한 검찰개혁위는 이번 권고안을 마지막으로 1년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해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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