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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박지나 칼럼] 보수의 엄석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위와 성인용품
이문열 소설 원작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中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공감신문] 이문열 소설 원작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대사다. 그간 모든 것을 맘대로 통제하고 주입했던 무시무시한 반장 엄석대가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힘을 잃자, 위축된 삶을 살던 한 초등학생이 외친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우리 대다수는 성(性)적으로 일그러진 시대를 살아 왔다. 섹스는 저속한 것이고, 성문화는 더럽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군부 독재 시절과 예로부터 팽배했던 유교 사상이 만든 결과였다.

이는 직접적 성관계에만 연결된 얘기가 아니다. 혼자 즐길 권리, 즉 자위에 대한 인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때 참, 성적 호기심이 충만했다. 경험도 없었고 환상만 있었다.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남학생 못지 않게 여학생의 성적 호기심도 대단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고, 정상적인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걸 해소할 방법을 잘 몰랐다!

혈기왕성한 몽정기 남성들이 듣는 레퍼토리는 항상 뻔했다. 자위는 몸에 좋지 않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 피부가 나빠진다. 키가 자라지 않는다. 운동을 하거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했다. 이쪽은 유독 낭설이 많았다. 자위를 하면 생리불순에 걸리기 쉽다. 생식기의 색깔이 변한다. 자위는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문화다. 매력이 없는 여자만 자위를 한다. 특히 마지막 얘기는 성적 선비사상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자위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으니 성인용품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 나는 성인용품이란 변태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나사 풀린 사람만 사용하는 물건으로 알고 있었다. 20대가 되고서도 한참, 나에게 성인용품이란 저속의 대명사였다.

이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라는 엄석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었나.


“도대체 이게 왜 나빠!”

바나나몰과 한국영상대학교가 함께한 '모자이크 성 박람회' 현장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 그리고 혼자 하는 이거.

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 하고 혼자 마시는 술을 혼술이라 한다. 한때는 이것을 문제 삼았던 적도 있다. 밥을 어떻게 혼자 먹냐는 식의 눈초리가 많았다. 사회적으론 개인주의, 폐쇄문화 등으로 엮어 문제화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했다. 단체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문화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혼밥, 혼술을 찬양하고 즐기는 이도 많아졌다. 가끔씩 혼자 먹는 밥과 혼자 마시는 술이 그리울 때가 있다. 타인과의 술자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나름 분위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론 파트너 문제다. 현대인은 바쁜 삶을 산다. 매번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자리를 갖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우리네 배꼽 시계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시시때때로 울린다. 그것도 무작위로.

사실 자위도 비슷하다. 성욕과 식욕을 닮았다. 남자는 주로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가을, 여자는 생리 전후와 배란일에 성욕이 왕성해진다곤 하지만, 그것만 다가 아니다. 개인의 성향, 현재의 분위기 등에 따라 성욕은 언제든 생긴다.

언제나 파트너가 있을 수 없다. 있더라도 항상 본인을 맞춰줄 수 없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유부남, 유부녀는 최소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 이상 자위를 하고 있고, 연애 중인 커플의 경우엔 80퍼센트가 자위를 하고 있다.

한 가지 음식만 먹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식당에 갈 수는 없다! 우리는 갖가지 성인용품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만족시킨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즐긴다. 오늘은 국내 기업 바나나몰, 내일은 일본 기업 텐가. 입 맛에 맞는 맛집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혼자 하는 자위는 혼밥, 혼술과 다를 바 없다. 그저 개인의 선택이다. 나쁘지 않다. 나만의 시간에,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비밀스런 행위를 즐긴다. 이뿐이다. 세간의 시선, 사회적 통념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가장 오래된 고대 그리스 문학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나에게 자위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말했다. 찬란한 문명의 그리스인도 자위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건 좋은 거다.

적절한 자위는 여성의 몸에 좋다는 연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 제공=바나나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해라!

적절한 자위는 성 기능에 도움을 준다. 여성에게는 부족한 성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탁월하다. 남성은 전립선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인용품도 많이 나왔다. 이러나 저러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인간만 자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동물이 자신의 성기를 이용해 쾌락을 얻는다. 돌고래와 원숭이 등 지능이 높기로 소문난 동물부터 학자들마다 주장은 다르지만 코뿔쏘, 하이에나, 염소, 코알라 등이 자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고 있다. 자연스런 행동이다.

우리나라 전체 남성 중 90퍼센트 이상이 자위를 하고 있다. 여성의 비율도 70퍼센트가 넘는다. 사회가 자위를 불편해해도, 대부분은 알아서들 잘 즐기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행복과 긍정 효과를 잘 안다. 죄인이 된 듯한 느낌에,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

하지만 여전히 숨겨야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엔 더 하다. 국내 여성의 약 80퍼센트가 사회가 여성의 자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여성의 첫 자위 경험 연령은 22세, 23세를 넘어 간다. 이것 참, 골 때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개인의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둘 권리가 있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는 그리 많지 않다! 자위는 분명 이 공리주의적 전제를 완벽히 말해주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최대행복의 원리를 만족시키고 있지 않나.

“자위 이거 순 나쁜 짓이에요!” 따위의 말은 걸러도 좋다. 하고 싶으면 해라. 누구나 그럴 권리가 있다. 배꼽 시계가 멈출 생각이 없듯이, 우리의 거시기 시계도 언제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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