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다니기 좋은 가을, 서울 곳곳에 역사 유적지 6곳 소개
[공감신문]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이젠 세계적인 도시이기도 한 서울. 한반도에서 흥망성쇠 했던 많은 나라들의 전성기엔 항상 ‘한강유역’, 즉 ‘서울’이 존재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와 비교적 가까운(?) 역사인 조선의 ‘한양’ 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백제의 수도이기도 했다. 서울은 백제의 수도, 즉 도읍이라고 잘 알려진 공주나 부여보다 더 오랜 기간 백제의 도읍이었던 곳이다.
나들이 다니기 좋은 계절인 가을, 개천절과 한글날로 역사를 떠올려볼 수 있는 이 시점에 서울 내 속속들이 숨어(?)있는 역사 유적지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고즈넉한 기운과 더불어 높고 청명한 하늘이 크게 한 몫 해내지 않을까 싶다.
한양 도성의 흔적, 목멱산 봉수대
남산은 조선시대 궁궐 남쪽에 있다는 의미로 남산이라 불렸지만, 원래 불리던 이름은 목멱산이다. 목멱산에는 새로이 복원된 봉수대가 있는데, 당시 ‘봉수’는 왜구가 쳐들어오는 등 급한 소식을 전하는 매우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오랜 시간 ‘한양’의 봉수대였던 목멱산 봉수대는 서울의 대표 산인 ‘남산’에 위치한 만큼 가는 길이 매우 운치 있는 편이다. 근처의 서울타워에서는 서울의 경치를 맘껏 즐길 수도 있으며, 운이 좋으면 국악이나 무술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엔 남산공원이나 남산도서관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가도 좋고, 버스나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근처 명동이나 해방촌, 경리단길, 이태원, 남대문과도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흥선대원군의 별당, 석파정
서울에는 가을이면 더욱 멋진 곳,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 있다. 바로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별당인 부암동 석파정이다. 10평 남짓 아담한 규모의 건물이지만 장인의 숨결과 정성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건물은 구한말 한옥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건축의 영향을 받아 외형에 벽돌을 여러 곳 사용해 마치 당시 상류층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
본채 7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던 석파정은 현재 안채, 사랑채, 별채(살림채), 등 4개 동이 남은 상태다. 석파정은 경복궁역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 경복궁 나들이와 함께 둘러보아도 좋은 장소다.
선사시대를 엿보다, 암사동 선사 유적지
서울의 ‘대표’ 유적지 중 하나인 암사동 선사 유적지는 기원전 5000년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이 유적지에선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뗀석기와 간석기 등의 유물도 상당수 출토됐다. 또 무려 25기의 집터가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 복원이 된 것은 아홉 채다.
이번 주말, 자녀와 함께 서울 속 기원전 5000년 전 움막을 경험해보러 가보는 건 어떨까! 유적지에선 유치원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당시의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를 직접 제작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시정부 역사를 되돌아보다, 경교장
서울 종로구에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주택이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이다. 이 주택은 백범 김구가 4년 여간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경교장은 8·15 광복 이후, 금광업으로 많은 부를 축적했던 친일기업인인 최창학이 김구의 거처로 제공했던 곳이다. 김구는 이후 죽첨장이라는 일본식 이름 대신 근처에 있는 다리인 ‘경구교(京口橋)’의 이름을 따 경교장이라 이름을 바꿨다.
김구는 1945년 11월부터 1949년 6월 26일까지 이 곳 집무실에서 생활하며 임시정부 위원들과 함께 반탁·건국·통일 운동 등을 회의 주도하거나 집결했다.
경교장은 약 3년의 복원 기간을 거쳐 현재 내부가 공개·개방된 상태로, 당시 김구가 사용하던 집무실과 침실 등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특히 지하는 임시정부의 역사를 공부하기 좋은 전시장으로 꾸며져 있다.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숨결을 느끼다, 현충원
서울 동작구에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순국한 영령들이 안장된 현충원이 있다.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많은 전사 장병 처리를 위해 군인 위주로 이뤄져왔던 군묘지 안장업무는 지난 1965년 ‘국립 묘지령’으로 재정립됐고, 그 대상이 애국지사, 경찰관 및 향토예비군까지 확대됐다.
이후 2005년 제정 공포된 법에선 대상을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까지 확대, 현충원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고귀한 삶을 기리며 계승하게 됐다.
현충원은 산림경관이 우수한 도시림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현충원내 서식하는 조류는 무려 26종으로 알려졌으며 천연기념물 323-2호인 ‘붉은 배새매’가 관찰됐다고 한다. 이번 가을, 43종의 관목들과 야생화로 펼처진 진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현충원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세계적인 문화유산, 종묘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사당인 종묘는 우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왕과 왕비의 제사가 이뤄지는 종묘, 왕실의 건축물임에도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형식이다. 하지만 그 절제된 형식 안에 범접할 수 없는 굳건함이 묻어나있다.
종묘는 과거 1394년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한 후 그 해 12월에 지어졌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이후 광해군이 즉위하던 1608년에 다시 지어졌다.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며,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역시 2001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록됐다. 종묘제례는 매년 5월 첫 째주 일요일에 재현되니 참고하시길.
베너티 페어 지에서 이시대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로 꼽았던,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는 종묘에 대해 "이 같이 장엄(고요)한 공간은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고 표현했다 한다. 그는 종묘를 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사는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만이 아닌, 우리의 일상도 포함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치열하게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냈던 과거의 모습, 여유를 만끽하러 서울 어느 역사 유적지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이 익숙한 분들이라면 거리도 그리 멀지 않으니 짧은 여행을 즐길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