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자극적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아이들…‘근본적’ 방안 마련해야

[공감신문 시사공감]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초등학생은 어디로 튈지 몰라 ‘무서운’ 존재가 돼 있었다. 아직 개념이 바로 세워지지 않은 아이들이 ‘호기심에’, ‘장난으로’ 벌인 일들은 때때로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다 줬으니 말이다. 

“요즘 초등학생은 옛날이랑 다르다”는 말도 참 오랫동안 들어온 것이다. 90년대 후반 동네 체육관에 모여 초등학생들이 본드를 흡입하다 폭발사고를 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뉴스를 보던 아버지는 말하셨다. 요즘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 아닌 것 같다고. 

최근에는 또래의 친구들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다. 초등학생들이 저지른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요새 초딩들 참 무섭다”는 말이 나오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도 한두 번쯤은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일 수도 있고. 

오죽하면 이런 포스터도 만들어졌겠나. 이 포스터는 보시다시피 2004년도에 제작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최근 들어 언론보도 등을 타고 전해지는 초등학생들의 불법행위는 단순 일탈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간 큰 초등학생의 이야기도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이에 따라 ‘촉법소년’의 연령대 하향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처벌보다도  원인을 찾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 아닐까.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에서는 이 시대 무서운 초등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여러분과 나눠볼까 한다. 

 

■ ‘엄마 몰카’

MBC 뉴스화면 캡쳐

“엄마 엉덩이 보고 싶은 사람들 손드세요. 구독 1000개 눌러주시면 엄마 엉덩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작년 6월, 초등학생 유튜버 A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면 엄마 엉덩이를 공개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말을 꺼낸다. A군은 영상 마지막 5초 구간에서 엄마로 추정되는 여성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이 동영상의 조회수는 3만 건을 넘어섰다. 

최근 일부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동영상이 있다. 일명 ‘엄마 몰카’다. 엄마의 사생활을 휴대전화 등 영상기기로 몰래 촬영한 뒤 유튜브에 ‘엄마 몰카’라는 이름으로 게시하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엄마 몰카’를 검색했더니 여러 콘텐츠들 사이사이로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들이 촬영한 동영상이 발견됐다.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손에 빨간 물감을 묻히고 피가 난 것처럼 엄마를 속이는 단순 해프닝 수준의 동영상도 있지만, 엄마가 자는 모습이나 옷을 갈아입는 모습, 심지어 속옷을 입은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물론 엄마의 동의를 구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의해 줄 부모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부 초등학생은 불법촬영을 일종의 '놀이'로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reated by freepik]

몰카의 대상은 엄마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을 몰래 찍어 올리는가 하면, 정부의 단속으로 적발된 불법촬영범 10명 중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포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불법촬영을 ‘강력범죄행위’로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어린 아이들은 몰카를 오히려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 폭력의 ‘저연령화’

학교폭력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created by freepik]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상황도 갈수록 악화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최근 5년간(2014~2018년) 위(Wee)센터 개인상담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상담건수는 1만369건으로, 2014년의 6285건보다 6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상담건수 증가율이 53%, 29% 수준인 것과 확연히 차이나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전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작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학교폭력 피해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피해학생 중 70%에 달하는 35만9000명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이다. 학교별로 보더라도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은 2.7%였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0.7%, 0.4% 수준에 그쳤다.

범죄소년은 줄어드는 반면, 촉법소년은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

‘촉법소년’(10~13세)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청소년 범죄 현황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촉법소년은 3416명으로 전년 동기(3167명)대비 7.9% 증가했다. 특히 폭력과 사기 등의 지능범죄는 이 기간 각각 21%, 34% 늘었다. 

초등학생들 간에 이뤄지는 성폭력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1월~2016년 12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학교 성폭력 관련 민원 750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인 성폭력 건수는 255건(34%)에 달했다. 

특히 초등학생 간에 발생한 성폭력 민원은 89건으로 중학교(66건)과 고등학교(27건), 대학교(27건)를 훨씬 앞섰다.

 

■ 도대체 왜

지금보다 수위가 낮다 뿐이지, 아이들의 도넘은 장난은 언제나 있어왔던 것이다. [Created by Rawpixel.com - Freepik]

여러분의 유년시절을 떠올려 보자. 반마다 한두 명씩은 꼭 ‘튀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지 않나. 여자 아이들의 치마를 들춰보고,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고(...) 요새의 일탈행위와는 결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남을 놀리고 괴롭히는 데 일각연이 있는 친구들은 꼭 있었다. 

쌍자음이 격하게 들어가는 욕설을 한다거나, 발육이 남다른 여학생의 가슴을 놀리는 친구들도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괴로운 일이지만 특별한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재미로, 호기심에, 튀고 싶어서가 통상적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의 이와 같은 공격적 행동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 ‘주변의 관심을 끌어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초등학생들도 예전과 크게 다를 건 없다. 다만 ‘장난’의 수위가 높아진 것은 그때와 달라진 문화적 배경에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니, 어른들의 세계도 일찍 만나게 된다. 

온라인상에는 좋은 콘텐츠도 있지만, 유해콘텐츠도 넘쳐난다. [Created by Freepik]

조회수를 끌어올리려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게재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듣도 보도 못한 욕설과 혐오단어가 오가는 댓글창과 게임 채팅창,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폭력·음란물.

어른들이 만들어낸 저급한 문화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인기 유튜버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하다. 

한 전문가는 “유명 유튜버가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보이면 아이들은 그것을 재밌다고 느껴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며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은어들 대부분이 유튜브에서 나온 것만 보더라도 유튜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규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막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 윤리의식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아이들에게 좀 더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차례다. [Created by Rawpixel.com - Freepik]

아이들은 콘텐츠에 쉽게 영향을 받지만, 막상 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엄마 몰카’를 올리면서 이 콘텐츠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던가, 당사자인 엄마의 심정 같은 것을 깊이 고민하고 올리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성인 유튜버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않거나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초등학생에게서 이를 바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지 않을까. 

인터넷 윤리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악플을 달지 마라, 혐오단어를 사용하지 마라 등의 기본적인 교육 틀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분별하고 부정적인 콘텐츠의 영향력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Created by Rawpixel.com - Freepik]

물론 교육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한 사회적 토론이 이뤄져야 할 차례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이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우리 아이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이제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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