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궐도의 인정전 용마루와 망새

[공감신문] 창덕궁 전각 지붕에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용마루와 용마루 장식이 있다. 특히, 대조전과 인정전의 지붕에는 용마루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관심을 보이면서 입방아에 올린다.

대조전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붕 마루 등에 적새(=암키와를 차곡차곡 쌓는 것) 후 양성(兩城) 처리한 장식 부분이 없으니 용마루가 없다고 한다. 한옥 건물은 자체적으로 멋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위하여 지붕 위 용마루에 용마루 장식이나 잡상, 망와와 같은 여러 가지 장식을 한다. 

용마루의 주된 기능은 본래 누수 방지가 주목적이며 그위에 여러 가지 장식을 한다. 용마루 장식을 하는 방식에는 곡와(=굽은 기와)를 용마루 등위에 줄지어 덮는 방법, 용마루 위에 암키와를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올린 후 지붕 마루 등의 양쪽에 강회와 백토를 섞어 만든 회반죽을 발라 장식하는 방법, 초가의 경우 짚으로 길게 틀어 엮은 이엉인 용마름으로 용마루를 덮어 마무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2018년 인정전 용마루와 오얏꽃

대조전은 왕비와 궁녀들이 서정적이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용하는 공간으로 용마루 장식을 하지 않는 대신 ‘곡와’로 단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용마루의 아름다운 곡선, 건축비용의 절약, 지붕 전체에 걸리는 하중을 고려하는 장점이 있다. 앞문인 선평문에서 전(殿)의 지붕을 쳐다보면 하늘과 용마루의 곡와가 만나는 곡선이 참 아름다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용마루는 용과 마루의 합성어로 생각 할 수 있으며 용은 임금을 상징한다. “마루”는 순수한 우리말로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의 꼭대기를 말하며 '하늘'을 뜻하기도 한다. 사전에 의하면 “건물의 지붕 중앙에 있는 주된 마루로 종마루·옥척(屋脊)이라고도 한다”. 건축학적 의미의 용마루는 지붕의 경사진 두 면이 꼭짓점에서 만나서 이루는 평평한 면으로 지붕 꼭대기에 위치하며 집채의 가장 높은 지붕 마루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조전에는 ‘용마루가 있다’는 관점이 더 설득력이 있다.

동궐도에 그려진 대조전과 집상전 청기와의 징광루

순조임금 때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에 나타난 왕비 처소인 대조전과 대비 처소인 집상전은 솟은 지붕에 용마루를 ‘곡와’ 처리하고 끝부분에는 망새 없이 양성 바름 처리가 된 하얀 띠 모양의 마루 장식이 이채롭다.

인정문과 인정전을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인정전 용마루와 오얏꽃 문장이다. 인정전은 궁궐에서 나라의 중요행사가 펼쳐지는 가장 중요한 정전이다. 정전 용마루는 정전답게 용마루에 하얀 양성 바름과 망새를 장식하여 권위와 위엄이 넘쳐난다. 동궐도의 망새와 단청은 화려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잘 어울려 보인다. 이러한 용마루가 지금에 와서는 제 모습을 잃어버려 많은 뜻있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 관광을 온 일부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진 일인들이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통과하여 한양에 들어온 숭례문을 그들의 전승 기념물로 착각하여 보러 오고 인정전 용마루를 쳐다보면서 대한제국이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는다면 바람직한 일은 결코 아니다. 잘못된 과거의 역사적 흔적도 그대로 두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김영삼 정부하에서 ‘조선총독부’건물을 헐어버리면서 민족자존을 세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00년 초 인정전 / 자료출처 : 세키노 다다시”의 조선고적도보
인정전 “대동어문장 상세도” 대정5년(1916) / 자료출처 : 왕실 도서관 장서각 디지털 아카이브

인정전 용마루의 이화문(오얏꽃) 장식은 장서각 소장 도면 자료인 “인정전 대동어문장 상세도”에 의하면 1916년 이후로 추측할 수 있다. 대한제국 시대가 아닌 일제강점기하에 일제에 의하여 장식 왜곡된 것이다. 언제까지 용마루 이화문 문장 장식을 이리 두고 보아야 할지 그대로 오래 두고 본다면 얻어 들이는 이익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인다. 

용마루 오얏꽃을 볼 때마다 자존심이 상하고 거북스럽고 난감하다. 이제는 대한제국기의 인정전 용마루로 복원되어야 할 마땅한 시기가 왔다. 다시는 이러한 일로 용마루가 입방아에 오르지 않도록 이제는 빨리 제거하는 것을 검토해보는 것이 바람직하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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