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진화 활용해 신약·바이오 연료에 쓰이는 효소와 항체 연구개발해

올해 노벨화학상은 진화의 힘을 활용해 항체와 효소를 연구, 개발해 인류에 공헌한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 3명으로 선정됐다.

[공감신문] 세균부터 포유류를 통틀어 많은 생물들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여러 생물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단백질’을 그에 맞게 변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이러한 단백질의 변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빨리 일으키는 방법을 개발, 신약 물질이나 신소재 등을 생산할 길을 연 미국, 영국 과학자가 받게 됐다.

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프랜시스 H. 아널드(62·캘리포니아공대)와 조지 P. 스미스(77·미주리대), 영국의 그레고리 P. 윈터(67·케임브리지대 MRC분자생물학연구소) 등 3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림원 노벨박물관 입구 모습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와 관련해 “2018년 노벨화학자 수상자들은 진화 과정을 제어해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수상자들은 진화의 힘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유전적 변이와 선택이라는 동일한 원리를 인류의 화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백질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상 비중의 절반을 차지한 아널드 교수는 ‘효소의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 of enzymes)’를, 스미스 교수와 윈터 연구원은 항체와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 of peptides and antibodies)’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화학상 수상자는 진화의 원리를 활용해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 중 효소는 생체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아널드 교수는 1993년 처음으로 효소의 유도진화를 이뤄냈다. 

이러한 효소 연구는 기존 산업에 사용됐던 독성 촉매제를 대체함으로써 의약품과 같은 화학물질을 보다 환경친화적으로 제조하고 재생가능한 수송 연료를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아널드 교수는 9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마리 퀴리와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 퀴리, 도러시 클로풋 호지킨, 아다 요나트에 이어 역대 5번째 여성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는 단백질 중 생체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를 일부 치환하고 이를 통해 효소의 기능이 바뀔 수 있음을 1993년 최초로 확인했다.

스미스 교수는 세균을 숙주로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을 진화시킬 수 있는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진전시켰으며, 윈터도 항체의 유도진화에 파지 디스플레이를 활용했다. 

이러한 방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첫 약물은 류머티스성 관절염에 사용되는 ‘아달리무맙(adalimumab)’이다. 이 아달리무맙을 다국적제약사 애브비가 ‘휴미라’라는 치료제로 제품화하면서 지난해 기준 연간 약 2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판매 1위 바이오의약품이 됐다. 

노벨화학상과 관련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자연상태에서는 효소가 어떤 기능을 갖도록 진화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리지만 아널드 교수가 개발한 ‘유도진화’나 스미스 교수와 윈터 연구원이 개발한 파지전시법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진 효소나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진화의 힘’을 인간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 증서, 9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약 11억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금 중 절반은 아널드 교수에게 수여되며 나머지 절반은 스미스, 윈터가 50%씩 나눠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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