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 저유소 존재 알고 있었다” 중실화 혐의 적용키로

저유소에서 발생한 큰 화재의 원인이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신문] 지난 7일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의 용의자가 스리랑카 출신의 20대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27‧스리랑카)는 지난 7일 오전 10시 40분께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소형 열기구)을 날려 저유소 시설에 풍등이 떨어지게 해 불이 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날린 풍등은 공사현장에서 불과 300m를 날아간 뒤 추락했다. 풍등이 휘발유 탱크 바로 옆 잔디밭에 추락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으며 이때 붙은 불씨가 탱크의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공개한 CCTV에서 A씨가 저유소 쪽으로 날아가는 풍등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

경기 고양경찰서는 풍등이 추락하는 장면부터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까지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것이 화재 원인의 중요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8일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A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비전문 취업비자를 받아 2015년 국내에 들어온 건설현장의 단순 노무직 근로자였다. 

중실화 혐의란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낸 혐의가 있다는 뜻으로, 단순 실화 혐의보다 그 책임이 무겁다. 예컨대 담배꽁초의 불을 끄지 않고 버려 화재가 발생한 경우 완전한 실수로 보기만은 어렵기 때문에 중실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일요일 오전으로, A씨는 경찰조사를 통해 사고 당일 문구점에서 풍등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후 늦게 조사를 마친 A씨가 얼굴을 가린 채 경찰관과 함께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전 10시께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피의자는 당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 풍등을 날렸다.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A씨는 이를 쫓아갔고 저유소 잔디에 풍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서 오전 10시 36분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으며, 폭발은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께 일어났다. 이때까지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휘발유 탱크 외부에는 화재 감지센서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저유소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경찰은 A씨에게 중실화죄를 적용키로 했다. 중실화죄가 적용되면 A씨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날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풍등과 저유소 화재 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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