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헤일리 대사, ‘쉬고 싶다’며 사임 의사 밝혀”…美안보라인 지형변화 주목

유엔의 대북제재를 주도해온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연말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연말에 물러나기로 했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헤일리 대사는 6개월여 전부터 ‘잠깐 쉬고 싶다’라며 연말에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가 약 2년간 유엔 대사직을 수행하고 자진해서 사임하는 모양새이긴 하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지금 시점에서 연내 사임을 공식화해서 주목되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고 발언해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현행 ‘대북 제재망’은 사실상 헤일리 대사가 밑그림을 그린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제6차 핵실험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또한 취임 이후 4차례의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처리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했던 헤일리 대사의 사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맞물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헤일리 대사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복심’이라 불렸다.

이후 ‘초강경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등장하자, ‘볼턴-폼페이오-헤일리’ 신(新) 3인방이 꼽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헤일리 대사 후임에 디나 파월(44)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선임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언론접촉을 극히 꺼렸던 틸러슨 장관의 후임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전면으로 등장하고, 볼턴 장관이 초강경 보수 진영을 대변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각종 외교이슈를 주도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확연히 줄었다. 여기에 강경보수의 보좌관까지 등장하면서 헤일리 대사는 핵심 정책논쟁에서 사라졌다”라고 보도했다. 

대북 이슈에서도 지난 3~4월부터 협상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안보리 좌장’격인 유엔주재 미국 대사보다는 ‘북미협상 실무총책’인 폼페이오 장관에 무게가 쏠렸다. 

이날 헤일리 대사가 “당국자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내로 헤일리 대사의 후임자를 임명하겠다면서 복수의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후임자의 인준 청문회 등을 고려해 내년 1월까지는 현직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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