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공식적인 반응 내놓지 않아…외교가 “내년 일본 방문 시 북한 들릴 가능성 높아”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님을 만나보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평양 방문을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라며 적극적인 환대 의사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이러한 사실은 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 주면서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7~18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이러한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

그동안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명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일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황청은 아직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황청 외교가는 교황의 바쁜 스케줄을 고려했을 때 평양 방문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남북 화해를 위해 워낙 큰 관심과 지지를 보낸 것에 비춰, 평양 방문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황청의 한 외교 관계자는 “교황이 개별 나라를 방문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크게 평화와 선교다. 교황의 북한 방문이 이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초청에 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별 국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해서 이에 다 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황이 북핵 위기와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고비 고비마다 지지 성명을 아끼지 않는 등 한반도 평화에 보인 관심을 생각하면 평양에 가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간 행보가 갈등을 중재하고, 전 세계의 평화를 촉구해왔기 때문에 평양 방문을 수락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명해온 프란치스코 교황

2013년 즉위 이후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 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해왔으며, 적대국 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세력 간의 관계 정상화와 화해에 상당히 기여해왔다. 김 위원장도 교황의 행보를 익히 알고 있어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교황이 “내년에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교황청 외교가에서는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황은 해외 순방 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여러 나라를 묶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북한도 함께 들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북한을 방문할 만한 여건은 이미 조성돼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교황의 의지다.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내주 만남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뒤 결국 스스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 땅을 밟게 된다면 역대 교황 중 처음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던 시절, 당시 교황이던 교황 요한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한 바 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교황청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위 시절인 1980년대 말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공식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최근에도 가톨릭 구호단체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등 북한과 공식·비공식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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