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일어나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터키 영사관 들어간 이후 행방불명

언론인 카슈끄지 실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측에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감신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세 왕세자를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터키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에서 실종됐다. 

카슈끄지는 수년 동안 엄격한 통제사회인 사우디에서 온건적 어조로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온 언론인이다.

미국에 거주하던 카슈끄지는 터키 이스탄불에 사는 약혼자 하티제 젠기즈와 두 나라를 오가며 만나왔고, 둘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젠기즈에 따르면, 카슈끄지가 터키를 방문한 것도 자신과의 결혼 때문이었으며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관을 방문했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가는 CCTV장면

카슈끄지는 외교 공관에 있는 사람에 대해 해를 끼치거나 체포 혹은 구금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것이며 터키 영토 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사관 첫 방문 당시 필요한 서류 작업이 잘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카슈끄지는 지난 2일 별다른 의심이나 걱정 없이 두 번째로 방문했고, 그 이후 실종됐다.

젠기즈는 그가 영사관에 들어간 지 3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영사관 측이 “이미 떠났다”라고 말하면서 공포가 밀려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사우디 최상층부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그를 암살했다는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는 실종 전 평소 주변에 자신의 신병을 위협받고 있다는 말을 주변인에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는 지난 9일 카슈끄지의 실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우디 정보요원 15명의 이름과 얼굴 등 신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우디 측에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압박 행렬에 가세했다.

이번 논란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여겨졌던 트럼프 대통령도 본격적으로 카슈끄지 사태 개입을 선언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최근 한차례 이상 사우디와 ‘최고급 차원에서’ 카슈끄지 사건을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우리에게도 매우 심각한 사태다. 진행되고 있는 일에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진상을 원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가 들어가는 것만 보고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여러분 기자들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여겨졌던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카슈끄지 사태에 개입을 선언한 것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맹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찾았으며,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도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전화 내용과 관련해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두 차례 전화에서 이들은 세부 사항들을 물었고 사우디 정부가 투명하게 조사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계속 이번 상황을 주시하고 진척상황을 알려주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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