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의자 있어도 원할 때 못 앉아...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 등 질환 노출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주최한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주최한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2806명 조사결과 발표’를 주제로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교수의 발표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백화점과 면세점 현장 노동자의 근무 환경 및 건강 실태를 밝히기 위해 ▲화장실▲의자 ▲휴게시설 ▲갑질 ▲여성으로서의 노동 등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2806명의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및 부티크 판매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참여대상의 96.5%가 여성이었고 연령대는 20대가 52.2%, 30대가 37.3%로 대부분이 20~30대였다. 특히 이들의 60%가 5년 이상의 근속년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교수가 이날 토론회에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 2806명 조사결과’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서지민 기자

연구에 따르면 백화점 및 면세점 현장 노동자는 화장실을 가는 데 있어 어려움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백화점이나 면세점 화장실에서 판매 노동자를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으며 노동자의 화장실 사용 현황을 소개했다.

면세점의 경우 직원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고, 백화점에는 직원화장실이 전 매장에 1~2개밖에 없다. 모 백화점의 근무수칙에 따르면, 고객 시설물(ES, EV, 고객용 화장실, 고객용 휴게실, 주차장) 사용 금지가 명시돼있기도 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근무 중화장실을 갈 필요가 있었으나 화장실에 가지 못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59.8%가 예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는 매장 인력 부족, 화장실이 멀어서, 칸 수 부족 등을 들었다.

이렇듯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오래 반복되면서 연구대상자들은 지난 1년 동안 방광염으로 진단 또는 치료받은 경우가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3.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구집단은 건강보험공단데이터(2013)에 포함된 20~49세의 직장가입자 여성 집단을 기준으로 한다.

또 매장 내 의자가 배치돼 있어도 앉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사례를 보면 면세점 14년차 노동자 한 명은 “손님이 없다고 그래서 이렇게 앉아있을 수는 없다. 의자에 앉아있다고 하는 거면 뭔가 페이퍼 작업 등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냥 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응답자의 27.5%가 ‘의자가 없다’, 37.4%가 ‘의자가 있지만 원해도 앉을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의자에 앉지 못하면 현장 노동자들은 10~12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거의 서있어야 한다. 이에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 등의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두를 신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발이 붓기 때문에 근무화를 큰 사이즈로 신는 경우, 무지외반증을 앓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교수가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 2806명 조사결과’를 발표 중이다. / 서지민 기자

백화점·면세점 매장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이용률도 낮았다.

그 이유로는 ▲휴게실의 의자 수가 부족해서(65.7%, 복수응답) ▲휴게실의 면적이 좁아서(47.5%) ▲휴게실이 멀어서(26.3%) ▲휴게실을 수면공간으로 이용해서(9.7%) ▲휴게실의 위생관리가 안돼서(7.6%) 등을 꼽았다.

휴게실 대신 쉬는 장소로 노동자들은 주로 카페라고 대답했다.

최근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갑질’ 행태는 감정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의 폭언, 폭력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면세점으로부터의 갑질경험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장 노동자들은 대부분 백화점·면세점 소속이 아님에도 매출압박(32.9%)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또 본사 규정상 불가능한 교환 및 환불을 요구(21.1%), 고객과 갈등 상황에서 부당하게 사과를 강요(15.9%) 등의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객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지만, 내가 소속된 곳에서는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된다”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노동자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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