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을 때 앉을 곳 없어 서서 오래 근무”...동료 유산 경험 목격 49.5%

최상미 엘카코리아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 현장 노동자 증언을 위해 참석했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백화점과 면세점 매장 판매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신체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인과 동료의 유산을 목격하는 경우도 다수를 차지했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주최한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교수가 진행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2806명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서비스업 현장 노동의 실태를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해당 연구는 2018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2806명의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및 부티크 판매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대상자의 직업특성상 96.5%가 여성이었다.

연구응답 결과를 보면, 백화점·면세점 매장 노동자들의 다수가 근무 중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 화장실이 멀어서 등의 이유로 직원 화장실 사용이 힘든 것이다.

이에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대 교체의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6개월간 생리대 교체를 하지 못한 경험을 물었을 때 39.9%가 ‘예’라고 응답했다. 또 지난 6개월간 생리대 교체를 하지 못해 피부질환, 염증 등이 생긴 경험을 물었을 때 17.2%가 ‘예’라고 답했다.

김수정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 현장 노동자 증언을 했다. / 서지민 기자

여성 특유의 ‘꾸밈 노동’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꾸밈 노동은 화장,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 주로 바라는 사회적 요구를 가리킨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안경을 낄 수가 없고,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 이에 2017년 동안 안구건조증의 의료기관 진단 또는 치료여부를 묻는 질문에 연구대상자의 38.4%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매장 노동자들은 안경을 끼지 못하기 때문에 콘택트렌즈를 끼도록 강요받는다. 그런데 안구건조증을 겪고 있는 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렌즈를 자꾸 끼다보면 눈 건강이 매우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2806명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 김명신 LVMH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현장 노동자 증언을 통해 ‘고객 갑질’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 서지민 기자

더 큰 문제는 유산 경험이었다. 본인 혹은 동료의 유산 경험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면세점 혹은 백화점 노동 시작 이후, 동료의 유산 경험 목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예’라고 응답한 비율이 49.8%로 나타났다. 11.4%는 본인의 유산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여성노동자들이 근무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대책·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현장 노동자 증언 시간에는 실제로 해당 사례를 겪은 현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최상미 엘카코리아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제가 임신했을 당시 15년 전에도 앉을 곳이 없어 오랜 시간 서서 근무를 했다. 쉬는 시간에 앉을 때는 담요를 깔고 바닥에 앉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수정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동료의 유산을 본 적이 있다”면서 “임산부가 계속 서 있으면 아기집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매장 노동자 중 아이가 내려오지 못하게 ‘묶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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