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호 프리랜서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전기요금은 주택용, 산업용, 교육용, 일반용등으로 차등적용하고 있다.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를 싸게 공급해서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게 그 취지였다.

주택용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차 석유 파동으로 인한 고유가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사용량에 따라 1~6단계로 나눠지는데 누진제를 적용하여 6단계요금은 1단계에 비해 10배를 더 내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절약을 유도하게끔 만들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제도는 근검과 절약이라는 동양적 미덕과 같이 일반인도 수출에 힘을 보탠다는 소극적 애국심에 편승하여 무려 42년을 존속해 왔다.

얼마나 잘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무려 40여년을 지켜져 왔을까?

그동안 우리 생활과 같이한 전기용품의 변화를 보자.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집만 살펴보면... 이제는 초등학교 시절에 집안에 있던 가전제품을 어느 정도 기억해 낼 수 있다. 얼마 많지도 않았다. 당시 우리 집에는 방3칸과 부엌, 별도의 화장실이 있었는데.

있던 가전제품을 보면.. 20와트 형광등 5개 , 화장실용 5와트 백열등 1개, 마당용 외등 1개, 취침용 3와트등 1개, 20인치 흑백TV 1대, 카세트겸용 라디오 1대, 헤어 드라이어 1대, 전기다리미 1대, 선풍기 1대, 아마 냉장고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방 4칸에 화장실 2개인 우리 집에는 어떤 전기제품들이 있나? 조명만 봐도 55w 거실등 6개, 27w 방등 12개, 40w 주방형광등, 기타 수은등, 화장실등, 스탠드 등등 13개나 더 있다. 거기에 47인치 lcd tv 1대, 유선방송용 컨버터 1대 . 대형냉장고 1대, 김치냉장고 1개, 세탁기 1대, 컴퓨터 1대, 노트북 1대, 홈시어터 1대, 비데 2대, 2in1 에에콘 1대, 다리미 1개, 카세트, 씨디겸용 라디오 1대, 청소기 2대, 헤어 드라이어 2개, 전기압력밥솥 1개, 전자레인지 1개, 선풍기 3대, 사용한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대용량 식기세척기 1개, 그리고 용도조차 모르는 각종 충전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숫자만 해도 압도적으로 차이난다. 생활환경이 이렇게 많이 변화했을 줄이야... 1974년 당시에는 1단계로도 충분했을 단출한 전기제품들이, 2016년에는 이렇게 많이 늘어났다.

가전제품들은 많이 늘어났는는데 전기 요금 체제는 아직 1974년 소비수준에서 묶여 있네? 그 동안 전기제품들이 모두 초절전제품으로 바뀌었나? 숫자가 이리 많은데....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과 근검절약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과거 산업이 발전하기 전에는 가정용 전기 소비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지금은 가정용 전기수요 비중이 전체에서 13%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용 전기 수요가 30%가 늘어난다고 해도 전기시장에서 4%가 늘어나는 것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현 전력 예비율로 보았을 때 조금 불안하긴 해도 우려스러울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가정용과 산업용은 사용시간대가 달라 가정용 수요가 는다고 해도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전기요금 누진제는 다소 과소비에 대한 징벌적 요소가 있는 제도이긴하다. 많이 쓰면 더 많이 내게 하는... 그래서 전기 과소비를 어느 정도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다.

 

전기라는 재화가 비축이 가능하지도 않고 수요가 는다고 해서 당장 공급을 늘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정용 전기 소비 또한 대단히 비탄력적이라... 부족하니 절약한다고 해서 한번 늘어난 전기 수요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위해 그동안 감내해온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 주어야 한다.

상가에는 싼 전기요금을 무기로 무더위에 지친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시원하다고 소문난 극장에는 연일 폭염에 지친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우리가 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나돌아야 하는가? 요금폭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잘 사용하진 않지만 이미 많은 가정에서는 에어콘을 보유하고 있다. 바쁜 직장과 학교에서 돌아온 가족이 모이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는 가족의 대화가 이루어질 쾌적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집으로 못 들어오고 밖에서 배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는 전기수요의 시장을 분석하여 새로운 요금체제를 만들 시기가 됐다. 기본 구간의 50kw 상향조정 만으로는 40년동안 달라진 전기수요 패턴을 따라 갈 수 없다. 7~9월 한시적으로 요금을 찔끔 인하해서는 정치권 생색내기에 불과하고, 국민들이 겪어야 될 고통은 매년 반복될 뿐이다.

전기요금의 조정은 부자만 이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얘기한다. 그럼 일부 부자들의 절약을 위해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수많은 사람은 계속 무더위와 열대야에 고통받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어차피 절약해야 할 대상이 되는 부자들은 전기요금 신경도 안 쓴다.

정확한 수요패턴의 분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만족하는 요금체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전기료가 싸졌다고 전기를 흥청망청 허투루 낭비할 사람들이 아니다.

 

송영호씨 프로필
▲광고대행사 오리콤 카피라이터·AE ▲스포츠 마케팅회사 대표 (골프 및 이벤트) ▲미식축구 심판협회장·해설위원·감독 ▲국가대표 플래그풋볼 팀 감독 ▲현재: 운수업·용인외고 플래그풋볼 팀 감독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