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의 3가지 성립 요건 ‘공연성·사실 적시·당하는 주체’와 처벌 강도 등

[공감신문] 고진경 기자=A씨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B씨에게 대머리 등의 내용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모욕감을 느낀 B씨는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재판부는 B씨를 대머리라고 비하한 것이 사이버 명예훼손이라고 인정하고 3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B씨가 대머리인 것이 사실일 경우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실 오인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에 대한 적시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사실 이 사건은 온라인 게임 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다. 상스러운 욕이나 부모에 대한 욕까지 난무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해당 사건은 오히려 덜 심각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 익명성으로 인해 불거진 ‘악플’ 문제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으니, 20년이 넘은 셈이다. 시간이 짧지 않은 만큼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 기간이 부족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최근에는 ○○충과 같은 혐오 표현이 난무하면서 보는 이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한다. 타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태다.

경찰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사이버 범죄는 모두 52만6312건에 달한다. 10분당 2~3건의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중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차지하는 비율은 10.1%다.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범죄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freepik]

다음에 소개하는 사례는 앞선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한 사건이다. C씨는 SNS 친구인 피해자의 사진을 도용한 뒤 음란한 사진과 합성해 블로그에 게시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이름과 유사한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오해를 유발한 악질적인 행동이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등의 고통을 겪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C씨의 행동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격적 살인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명예훼손이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SNS를 이용해 타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명예훼손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도에 따라 명예훼손죄나 성범죄로 다뤄지게 된다.

이처럼 사이버 명예훼손이 만연하게 된 데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 SNS의 발달이 더해지면서 시작된 1인 미디어 시대가 미친 영향이 크다. 댓글 문화와 1인 방송이 대중화되면서 고소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명예훼손은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빈번해지고 있다. 전파가능성이 크고 보존 기간이 길다는 점에서 인터넷 명예훼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을 오프라인의 경우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명예훼손은 오프라인 명예훼손보다 훨씬 더 무겁게 처벌된다. [freepik]

인터넷 명예훼손에 앞서 명예훼손의 정확한 뜻부터 알아보자. 명예훼손죄의 구체적인 기준은 형법 제307호에 규정돼 있다.

제307조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처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 요건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세 가지다.

‘공연성’이란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는 제3자에게 사실이 적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가 혼자 사실의 적시를 듣거나 읽은 경우에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둘만의 채팅창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게시해 내용을 퍼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한 행동이어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친구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일어난 험담은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명예훼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freepik]

듣거나 읽은 사람이 피해자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전파할 가능성이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가족이나 친구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친구 3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서 다른 친구 D에 대한 험담이 이뤄졌다면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의 적시’에서 사실이란 구체적인 것에 한정된다.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욕설과 같은 경멸적 감정의 표현은 모욕죄로 처리된다. 

앞선 사례에서 ‘대머리’가 모욕죄가 아닌 명예훼손죄로 인정된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마지막 요건은 보다 이해가 쉬운데, 읽거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명예가 훼손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야 한다. 명예훼손을 당하는 주체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량과 벌금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freepik]

인터넷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명시되어 있다. 정보통신망이 이용된다는 점만 빼면 위의 명예훼손죄 내용과 동일하다.

명예훼손죄는 진실을 말했더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성립되는 범죄다.

따라서 사실은 진실과 허위사실로 구분되며 진실의 적시가 있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위사실의 적기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진실보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죄를 훨씬 더 무겁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적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것이어야 명예훼손으로 인정된다. 단순한 풍자나 비꼼은 죄로 인정받기 어렵다.

평생 전과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악의적인 의도로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freepik]

명예훼손죄 혐의로 벌금형만 받더라도 가해자에게는 평생 전과기록이 남게 된다. 흔히들 말하듯이 이름에 빨간줄이 그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차후 피해자로부터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해 민사피해까지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면 이를 증거로 삼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피해자에게 사과해 무죄 또는 선처로 끝날 수 있을 거라는 오해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악의적인 의도로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행동은 분명한 처벌 대상이다. 인터넷 상에서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겪었다면 자료를 잘 모아두고 법적 검토를 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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